[남사친 인터뷰②] 오승윤 “아역 배우, 학생으로서 잃는 것은 감수해야”

입력 2017-06-20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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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시구 폼을 보여주지.

‘매직키드 마수리’의 주인공 배우 오승윤을 기억하시나요? 똘망똘망 눈빛의 소년은 어느새 마초 느낌 물씬 나는 ‘스물일곱’ 청년으로 성장했습니다. 185cm 훤칠한 키에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비율과 어깨를 자랑하는 오승윤. 그와 함께 캐치볼을 하러 한강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먼저 멋진 시구 폼을 보여준 오승윤에 박수가 절로 나옵니다. 처음 하는 캐치볼이라 걱정하는 기자에게 글러브 쥐는 법부터 투구 폼까지 하나하나 알려준 그는 친절남! 오승윤의 가르침에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도 캐치볼에 반했다는 거~

‘스타 매력 대방출’ 프로젝트(부제-들어올 땐 네 맘이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오늘의 남사친 오승윤과 나눈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해당 기사는 친구 사이의 수다 콘셉트에 따라 반말로 작성됐습니다).

정희연 기자(이하 정 기자) : 21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

오승윤 : 엄마는 나에게 연기 시킬 생각이 전혀 없으셨어. 내가 5~6살 때 어린이집에 맡겼는데 적응을 못하더래. 숫기도 없고 아이들과 어울리지도 못 하고. 웅변학원을 보낼까 했는데 연기학원 수강비가 더 저렴해서 연기학원에 보내셨다고 하더라고. 운명이 필연처럼 다가온 거지. 학원을 두세달 다니다 오디션을 봤는데 그 중 일일드라마 ‘자반고등어’(1996) 손자 역할에 합격한 거야. 그때부터 연기를 쭉 하게 됐고. 지금도 엄마는 방송에 인맥이 한 명도 없어. 그만큼 연예계에 관심이 없으셨어.

정 기자 : 아역 배우로서 얻는 점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잃는 것도 참 많잖아. 아쉬운 점은 없었어?

오승윤 : 본인보다 부모님의 선택으로 배우가 된 사람들은 현실적인 괴리감이 많지. 나는 고등학교 때 3년을 쉬면서 오히려 ‘내 일=연기’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연기를 시작하게 해준 어머니께 감사했어.

연기뿐 아니라 어떤 일이든 잃는 부분이 있잖아. 잃는다기보다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시사 스포츠와 더불어 대중에게 가장 관심 받는 분야에 종사하고 있잖아. ‘친구들과 떡볶이 먹고 싶은데’ 등 편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아역 배우들은 나로서는 납득이 안 돼. 어쩌면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이해는 해. 당연히 힘들어. 나도 어릴 때 너무 피곤했거든. 지하철 타기도 힘들고 학교에 가도 다들 사인해달라고 해서 평범하게 학교생활을 못 했으니까. 하지만 감수해야해. 감수하지 못한다면 연예인을 할 수 없지 않을까.

시선을 끝까지 공에서 놓치지 않아야 해. 겁 먹지 말고!


정 기자 : 당시 특별히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한 이유가 있어?

오승윤 : 원래 예고를 가고 싶었어. 제대로 된 연기를 배워본 적이 없어서 연기 공부에 대한 갈증을 많이 느꼈거든. 그런데 엄마는 ‘연기는 해온 게 있으니 고등학교는 인문계에 가서 공부해라’고 하시더라고. 생각해보면 잘 한 것 같아.

정 기자 : 3년을 쉬다가 배우로 다시 돌아왔어. 대학교도 연영과로 진학했고. 돌아온 이유가 궁금해.

오승윤 : 1차적으로는 공부는 내 길이 아니다 싶었어(웃음). 중학교 때는 이 악물고 공부해서 평균 80점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어. 고등학교 때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사교육 없이는 힘들더라. 두 번째는 연기에 대한 갈증이었어. TV 속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저건 나도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은 거야. 내가 진짜 자신 있고, 하고 싶은 게 ‘연기’더라고.

20대 초중반이 넘어서는 ‘스타’보다는 ‘연기쟁이’가 어울리는 것 같아. 내가 추구하는 방향성도 그래. 요즘 대학로에서 7월에 올릴 연극을 준비하고 있어. 출연하는 게 아니라 연출을 맡았어. 재작년에 이어 두 번째 연출작이야. ‘새로고침 전례동화’(가제)라고 전래동화를 전례 없는 동화로 비트는 창작극이야. 연출을 해보니 많은 세계가 있더라. 버겁지만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해.

정 기자 : 영화 연출이 아닌 연극 연출이라니 흔치 않은데.

오승윤 : 단편 영화도 몇 편 찍었어. 아직 출품을 못 하고 있을 뿐이야.

자~ 간다~!


정 기자 : 연출의 매력은 뭘까. 연기에 대한 확장성인가.

오승윤 : 틀에서 벗어나서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야. 역량만 된다면 앞으로도 꾸준히 연출하고 싶어. 연출하면서 느낀 건데 원래 스태프들이 힘든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힘든 줄 몰랐어. 단편을 찍으면 보통 3~5일 정도 찍는데 많이 버겁더라고. 감독님들이 현장에서 화내는 이유를 알겠더라. 쌓이고 쌓인 게 폭발하는 거였어. 이제 정말 이해해.

정 기자 : 연출과 출연을 동시에 해볼 계획은 없어?

오승윤 : 나중에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지금으로서는 없어. 출연은 하고 싶지 않아. 극에서 내가 보이면 방해될 것 같아. 감이 안 올 것 같아서 우려돼. 내가 보이면 오롯이 집중이 안 될 것 같아.

너와 캐치볼 하니까 진짜 재밌다. 한 번 더?


정 기자 : 네가 연출을 하고 있는 줄은 몰랐어.

오승윤 : 현재로서는 상업적으로 하고 있지 않아. 배우 하려는 지인들을 초대해서 소규모로 운영하는 식이야. 연출에 대한 확실한 필모는 대중에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을 때, 아주 적은 관람료를 받아도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때, 그때부터가 진짜 쌓는 거라고 생각해. 아직은 아닌 것 같아.

정 기자 : 지금도 한창 달리고 있지만, 배우로 활동해온 지난 21년을 돌아보면 어때. 중간점검의 차원에서.

오승윤 : 스스로 채찍질하면서 해왔지만 ‘힘들다’는 핑계 속에서 나태해지지 않았나 싶어. ‘열심히’라는 단어를 감히 쓰진 못할 정도였던 것 같아. 물론 연예계가 열심히 한다고 다 잘 되는 것도 아니고 나태하다고 해서 안 되는 것도 아니지. 하지만 가까이서 지켜본 가족과 친구들은 ‘여유를 가지고 해라’고 하더라. 앞으로는 더 ‘YOLO’(You Only Live Once)의 삶을 살 거야. 더 즐길 거야. 일도 더 열심히 하고, 놀기도 잘 놀면서 인생을 즐겨야지!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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