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토크①] “스트레스와 즐거움의 연속”…남경주, 연극 무대에 오른 이유

입력 2017-06-21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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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남경주는 오랜만에 대학로를 밟았다. 연극 ‘대학살의 신’ 연습을 위해 찾은 대학로는 그에게 있어서는 배우의 시작점이었다. 1982년 대학로 문예관 소극장에서 연극 ‘보이체크’로 데뷔를 치렀고 내로라하는 대선배들과 낭만을 나눴다. 이후 이 곳을 찾을 기회가 드물었다. 그는 “아직도 대학로는 젊음과 활기가 가득하더라”며 “선배들과 함께 작품을 올리고 술 한 잔 기울인 생각이 아직도 난다”라고 말했다.

대학로에서 그가 한창 연습 중인 연극 ‘대학살의 신’(제작 신시컴퍼니)은 11살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싸우다 한 소년의 이가 두 개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 때린 부모인 알렝(남경주)과 아네뜨(최정원)가 맞은 소년의 부모인 미셸(송일국)과 베로니끄(이지하)의 집을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중산층 가정의 부부답게 예의 바르게 시작된 만남은 대화가 거듭될 수록 설전으로 이어지며 종국에는 진흙땅 싸움으로 치닫게 된다. 지식인들의 허상을 유쾌하고 통렬하게 꼬집는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작품으로 2009년 토니 어워즈, 올리비에 어워즈, 2010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등 주요 부문의 상을 거머쥔 수작이다.

간만에 친정과도 같은 연극 무대에 7년만에 서는 남경주는 들떠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는 “뮤지컬 하나가 거의 마칠 때쯤 제안을 받았다. 연극을 할 기회가 자주 없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원래는 잠깐 쉬려고 했었지만 뮤지컬에서 얻지 못하는 또 다른 즐거움을 받게 돼서 기쁘다”라고 출연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물론 연극 작업을 하면 스트레스 받아요.(웃음) 하지만 그 스트레스도 제게 도움이 돼요. 전체적으로 작품을 접근하는 방식은 뮤지컬과 연극이 비슷하지만 상대적으로 연극은 지적인 탐구를 해야 해요. 그것이 제겐 즐거움 중 하나인데 이 연극은 특히 더 그래요. 제가 맡은 알렝은 학부모이자 변호사이거든요. 똑똑해야하고 대화가 논리 정연하죠. 게다가 이 캐릭터를 하려고 4kg 정도 감량을 했어요. 제가 아는 변호사 분들은 어떤 이유에서건 다 마르셨더라고요. 그래서 감량을 했는데 몸이 가벼워져서 좋아요.”


앞서 설명했듯, 아이들의 싸움으로 시작돼 어른들의 싸움으로 이어지는 연극이다. 올해로 10살 된 딸을 두고 있는 남경주 역시 부모의 입장으로 이 작품을 바라보기도 했다. 그는 “원래 배우들이 작품 준비하며 치르는 마지막 단계가 ‘내가 저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이다”라며 “그런데 ‘대학살의 신’은 연기를 하면서 실제 좀 짜증이 날 때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상대 부모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감정이 확 상하는 순간이 있었어요. 상대방이 우리 아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하고 내 아이에 대해 아무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진짜 심박수가 조금 더 뛰더라고. 하하. 실제 어떤 아버지냐고요? ‘딸 바보’죠, 뭐.(웃음) 아내가 저보다는 아이에게 헌신적이긴 하지만 아이의 교육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어요. 아이가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면 제가 좀 가르쳐주기도 하고 하죠.”

작품을 함께 하는 배우는 최정원, 송일국, 이지하다. 배우 생활의 대부분을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최정원과 부부 호흡을 맺고 송일국과 이지하는 첫 연기 호흡을 맞게 된다. 남경주는 “(최)정원이와 또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너무 식상하지 않나’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런데 식상하리만큼 친한 게 연기에는 도움이 되더라”고 말했다.

“공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식상함?(웃음) 그런데 이 호흡이 ‘대학살의 신’에서는 정말 도움이 돼요. 그 이유가 작품이 정말 어려워요. 하하.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는 단순히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정말 어렵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특히 네 사람이 얽히고설킨 세밀한 감정선이 있기 때문에 누구 하나가 그걸 못 챙기면 다른 배우들에게 큰 영향을 주거든요. 정말 기댈 곳은 나 자신과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뿐이에요. 뮤지컬은 음악, 춤, 조명, 앙상블의 군무 등 도움 받을 곳이 많은데 여긴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돼요. 정말 맨몸으로 싸우는 기분이죠.”

남경주는 이 공연을 본 관객들 스스로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지적인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이나 정말 재미있는 작품을 보고 싶은 분들은 꼭 보시길 바란다”라며 말을 이어나갔다.

“생각해볼 거리가 많은 작품인 것 같아요. 여기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중산층이고 각자가 있는 곳에서 충실하게 일을 하고 있지만 방향성을 잃은 사람들이거든요. 이 인물들을 보시면서 인간으로서 우리가 가져야할 목표, 인간의 가치, 방향성 등을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웃고 즐기시는 것도 정말 좋고요. 많은 분들이 함께 하셨으면 합니다.”

연극 ‘대학살의 신’은 6월 24일부터 7월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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