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토크③] 남경주 “공연계 만연한 ‘임금체불’ 논란 터질 게 터진 것”

입력 2017-06-21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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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남경주가 최근 공연계에서 만연하게 이뤄지는 ‘임금체불’에 대해 “터질 것이 터진 것”이라고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남경주는 19일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제 동료들 중에서도 돈을 받지 못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최근 ‘임금체불’과 관련해 들리는 소리가 많았다. ‘두 도시 이야기’도 그랬고. 특히 제작사 대표를 알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남일 같지가 않아 속상하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런 ‘임금체불’ 상황은 국내 뮤지컬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돌려막기’ 행태 때문이다. 총 제작비를 확보하지 않아도 극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제작사는 우선 관객 동원을 할 수 있는 비싼 출연료를 지불하더라도 유명 스타를 캐스팅한다. 이후 티켓을 판돈으로 스태프와 앙상블 등 나머지에게 출연료를 지급하는 식이다. 흥행에 실패하면 미지급사태가 오게 되는 것이다.

최근 뮤지컬 ‘햄릿’을 비롯해 2009년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내한공연, 2010년 ‘코요테 어글리’, 2014년 ‘두 도시 이야기’, 2016년 ‘록키’, ‘넌센스2’, ‘불효자는 웁니다’ 등이 임금체불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오랜 시간 동안 공연계에 있으면서 그런 일들을 지켜봐야했던 남경주 역시 마음은 좋지 않다. 과거 협회에서도 임금체불을 하는 제작사를 보이콧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아무래도 ‘배우’라는 직업 특성상 개인주의가 있다. 우리가 모여 무력행사를 하더라도 누군가(제작자)는 다른 경로로 계약 조건을 내걸고 캐스팅 하려는 모습도 보이기도 했다. 아마 다들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분명히 해결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서로 끙끙 앓고만 있다. 하지만 하루 이틀 만에 생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한 번에 베어내지 못하면 해결되지 못할 것이다.”

이에 남경주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도움을 준다고 전했다. 그는 “나 혼자 공연계의 고질병을 해결하지는 못 할 테니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라며 “나라도 개런티 안 올리고 깎아서 오히려 후배들에게 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제작자들에게 ‘내가 덜 받는 대신에 꼭 앙상블과 스태프들 챙겨달라’고 말한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인 것 같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어도 오래 가려면 함께 가는 게 더 낫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남경주는 최근 늘어나는 해외 공연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최근 ‘드림걸스’나 ‘지킬 앤 하이드’와 같은 공연이 늘어나고 있다. 사실 외국배우들이 와서 하는 공연비용이 국내배우들과 하는 것보다는 덜 든다. 돈이 적게 드니까 ‘오리지널 투어’라는 명목으로 계속 들어오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라며 “이런 해외투어가 성공하면 계속해서 이러한 제작관행이 생길 것이다. 그러면 창작뮤지컬도 줄어들 것이고 우리 배우들이 설 무대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이게 더 큰 걱정이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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