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토크②] 전인권 “선글라스·추임새는 내 스웨그…록정신은 사랑”

입력 2017-08-16 10: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가수 전인권,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베테랑토크②] 전인권 “선글라스·추임새는 내 스웨그…록정신은 사랑”

1985년 세상에 나온 밴드 들국화는 군부 독재 시절 억압과 정면으로 맞닿았다. 이 같은 시대 배경과 들국화가 취한 태도는 대중들의 애환을 가장 잘 담아낸 대중음악 본래의 가치를 발현했다는 평가로도 이어졌다. 들국화와 전인권이 후세에도 호평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음악성을 제외하고도 저항이 아닌 사랑으로 대중들에게 용기를 북돋우었기 때문 아닐까.

들국화 첫 공연 당시 아버지를 포함해 총 7명 관객 앞에 섰고, 바로 다음 날 관객 수는 50명으로 늘었다. 이후 들국화는 SNS가 없던 시절 입소문만으로 공연장을 매진시켰다. 그는 “들국화 없이는 우리나라 록이 존재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들국화는 정신적인 부분으로 여겨져요. 한국에 많은 록 밴드가 있지만 실력과 무관하게 들국화에겐 안간힘이 있죠. 우리만의 것, 절박함. 우리가 군부에게 사정을 했겠습니까? 대중들에게 안간힘을 써서 ‘우리 여기 있소’라고 말했어요. 지금 데뷔했어도 들국화는 굉장히 호응 받았을 겁니다. 들국화는 상징과 같은 존재죠.”

전인권은 록의 정신을 사랑과 평화라고 했다. 그는 “록 장르가 악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근본은 자유, 사랑, 평화”라며 “랑은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다. 난 아직도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 정말 예뻐 보인다”고 음악관을 설명했다.

“그런데 정작 사랑에 대한 곡을 써 본적이 없어요. 내가 말하는 사랑은 내가 선택한 삶을 상대방이 이해해 줄 수 있는 그런 것이에요. 만일 내가 ‘널 사랑해’라고 노래한다면 안 어울리지 않겠어요? 집안에서 막내아들이지만 ‘사랑해’라고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봐요. 이렇게 고민해야할 정도로 드물어요. 다만 제가 그림을 좀 그리는데 집중하고 관찰하게 되죠. 어느 날 죽음이라는 것, 정말 허무해지더군요. 그림을 그리면서부터 어쩌면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됐어요. 솔직히 나는 음악이 아니라 그림에 더 자신이 있어요.”

록 정신을 비롯해 선글라스와 추임새는 전인권의 음악을 완성하는 요소다. 깊은 뜻이 있나 싶어 물었더니 전인권은 “멋있으니까”라고 유쾌하게 답했다.

“스웨그? ‘어으~’ 원래는 아무 의미 없던 추임새였는데 공연을 할수록 관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된 것 같아요. ‘에~ 넌 내 마음 아니?’ ‘어으~ 난 네 마음 안다’ 뭐 이런 거? 선글라스는 그냥 편해서 써요. 내 딸이 말해줬는데 선글라스를 껴야 택시가 잡힌대요. 잘 생겨 보인다고도 했었어요. (웃음) 집에 선글라스가 20개 정도 있죠.”

전인권의 콘서트 역시 사랑과 평화를 주제로 2주에 걸쳐 열린다. 8월 8,9,10일에는 ‘사랑’을 주제로 공연했으며 오는 8월 18,19,20일에는 ‘평화’를 주제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다. 그에 따르면 전인권은 무서울 것이 없다. 전인권 밴드라는 무시무시한 실력파와 함께 하기 때문이다. 오직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연습을 반복하고 있다.

“평화, 인권을 이야기하려면 부모의 마음으로 돌아가야해요. ‘사랑’ 때와는 달리 ‘평화’를 느낄 수 있는 곡을 선별했습니다. 비틀스의 'Across the Universe' 같은 거요. 노래가 꼭 사회적 메시지를 담지 않아도 돼요. 다만 고발은 지양해야죠. 돌아와서 상처로 남기 때문이에요. 대중음악의 60%가 사랑에 대한 아픔. 사회에 대한 아픔, 아픔을 이야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공감하면서 듣게 되잖아요.”

청년 전인권은 온세상이 록으로 가득했던 그때, 록을 사랑하게 됐다. 영화 ‘폴리스 아카데미’(1984) 속 대사에 공감했다. “저것들은 뭐야?” “몰라요. 근본이 없어요.” 록스타를 두고 한 말이다. 지금도 전인권은 록스타를 염원한다. 전인권은 “정확한 대사다. 록은 근거가 없는 장르다. 하지만 무근본을 합리적인 이야기로 만들어 내는 사람이 로커다”라며 록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힙합도 좋아해요. 비와이~! 하지만 나는 다시 태어나도 록을 할 것입니다. 강렬한 소리, 비행기가 뜰 때 날 법한 소리. 그 소리가 없어진다면 다른 분야를 생각해보겠지만 나는 다시 태어나도 로커로 살 거예요. 록을 잘하는 사람들은 사랑과 평화를 이야기하거든요. 저는 관객들이 제 공연, 제 노래로 인해 마음을 연다면 너무 행복할 거 같아요. 우리가 하나가 돼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잖아요. 함께 통하고 신나야 근사한 작품이 나오지 않겠어요?”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