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정영주 “‘이~애띄튜드’ 덕분에 분량도 늘어났어요”

입력 2017-12-09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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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애띄튜드~’요? 대본 리딩 때 그냥 한 번 해본 거예요. 원래 대사는 ‘뭐지, 이 태도는?’이였는데 한 번 바꿔서 했더니 배우들이랑 감독님이 빵 터졌어요. 그런데 진짜 대본에 그 대사가 있는 거예요. 너무 신이 났죠.”

tvN ‘부암동 복수자들’에서 시청자들의 뒷목을 잡게 하기도 하고 웃음을 주기도 했던 허술한 악녀 ‘주길연’ 역을 맡았던 정영주는 드라마가 방영하며 살면서 먹을 욕을 다 먹었다고 말했다.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가면 “어휴~ 너무 못됐어!”라고 잔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럼에도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진 이유는 적어도 자신의 연기가 시청자들에게 잘 보였기 때문이다.

“아쉽고 또 아쉬워요. 주길연으로 3개월을 지냈지만 시간이 짧게만 느껴져요. 평생 먹을 욕도 실컷 먹고 칭찬도 받았거든요. 욕과 칭찬을 다 받을 캐릭터를 또 언제 해보겠어요. 그래서 주길연과의 헤어짐이 아쉽기도 해요. 참, [죽일 련] 아니고 [주기련]입니다. 하하.”

처음 주길연 역을 제안 받고 원작 웹툰을 보며 떠오르는 것은 빨간 섀도우와 화려한 의상이 생각이 났다고 했다. 그는 “드라마보다 웹툰에 나오는 캐릭터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갑질’하는 캐릭터였다. 뾰족뾰족함과 날카로움이 떠올랐는데 너무 뻔한 캐릭터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뭔가 허술한 구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복수자 소셜클럽’이 확실하게 복수를 하겠다는 동기를 부여해주는 인물이어야 했어요. 제가 겪어봐서 아는데, 소위 ‘갑질’한다는 사람들은 반성을 잘 안 해요. 제가 ‘홍도’(라미란 분)의 입장이었죠. 그들은 그냥 자기가 재수가 없었을 뿐이라고 생각하지,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반성할 생각을 하지 않아요. 주길연도 만행을 반복하잖아요. 대신 사회적 체면을 엄청 생각하기 때문에 그게 약점으로 잡혀 복수를 당하게 되죠. 물론 그 집안이 들썩일 정도의 복수는 아니지만 소소한 복수라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고 싶었어요. 결국 주길연은 홍도에게 두 번 무릎을 꿇었잖아요. 하하. 적당히 통쾌하지 않았나요?”


패션도 많은 신경을 썼다. 스타일리스트와 머리를 싸매고 주길연과 어울리는 옷을 탄생시켰다. 극 중에서 화려한 색상과 오버스러운 스타일로 눈길을 끈 정영주는 “옷장사를 하신 어머니 덕분에 옷 고르는 센스를 배웠다”라며 “1만 원짜리 옷을 10만 원짜리 옷을 입은 효과를 많이 배웠다”라고 말했다.

“스타일리스트가 협찬으로 가져온 의상들도 있었지만 제가 갖고 있는 옷을 많이 매치시켜서 입었어요. 실제로 비싼 옷도 있었답니다. 하하. 하지만 이 세상에서 옷을 제일 잘 입는 사람은 가격을 떠나서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도록 옷을 입는 사람 아니겠어요? 유행 따라서 가는 것보다 자신의 체형을 아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리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면 돼요. 그러면 옷이 많이 없더라도 늘 새 옷을 입은 것처럼 입을 수 있거든요.”

이런 정영주의 부단한 노력에 분량도 점점 늘어났다. 처음에는 그도 늘어난 자신의 분량을 보고 놀라기도 했지만 신이 났다고도 말했다. 정영주는 “무대 연기는 2~3달 동안 연습을 하고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중간에 크게 변동되는 부분은 없다. 그런데 드라마는 변화된다는 묘미가 있더라. 대본을 볼 때마다 제게 주어지는 미션 등이 하나 둘씩 늘어가서 정말 재미있었다. 내 노력을 아셨다는 것에 너무 감사하고 신이 났다”라고 말했다.

티격태격 했던 라미란과 애지중지한 아들 역인 신동우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라미란과는 22년지기인 정영주는 “미란이가 너무 잘 되고, 그리고 내가 미란이와 호흡을 맞춘다는 게 정말 행복했다”라고 말했다.


“예전에 미란이와 한 족발집에서 만나서 ‘우린 언제 연기 같이 하냐’고 대화를 했는데 1년도 안 돼서 호흡을 맞추게 돼서 기뻤어요. 대본 리딩 때 미란이가 ‘언니가 주길연이야?’라며 반가워하더라고요. 이후에 녹화에서 미란이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걱정하지 마, 원래 연기 잘 하는 사람인데’라며 격려도 많이 해주더라고요. 동우는 잘 몰랐는데 되게 유명하더라고요. 그리고 굉장히 똑똑한 친구예요. 근데 극 중에서 하도 욕을 먹으니까 조금 힘들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원래 악역을 욕을 먹는 게 칭찬 받는 거다’라고 하면서 칭찬을 많이 해줬어요. 실제로 연기도 잘 했고요. 예전에 ‘제빵왕 김탁구’에서도 연기를 잘 했던 걸로 기억을 하고 있거든요.”

정영주의 브라운관 진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그널’에서 ‘껍데기집 사장님’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그는 ‘부암동 복수자들’이후 ‘저글러스’로 다시 시청자들을 만난다. 예전만 해도 무대에 서는 배우들이 다른 매체로 나가는 것들을 다소 부정적으로 바라봤다는 그는 그들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에 생각이 바뀌었다고.

“‘레베카’만 해도 벌써 송창의, 최민철, 정성화 등이 대중매체에 노출이 됐잖아요. 그러다 보니 그들을 보러 대중들이 늘어나는 게 보이거든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가 공연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 목표 중 하나더라고요. 그러긴 위해서 이들은 양쪽에서 충실히 본인의 역할을 다 하고 있더군요. 어느 한 쪽이라도 노력이 보이지 않으면 역효과가 날 테니 더 열심히 연기하더라고요. 스케줄이 더 생기고 스트레스가 더 와도 좋아요. 피곤해도 행복해요.”

열심히 일해서 많은 이들에게 이름을 알리면 정영주는 꼭 하고픈 일이 있다. 바로 미혼모 등 저소득층 여성들을 위한 일이었다. 그래서 주변 절친이자 여배우 등과 힘을 합쳐 콘서트 등을 해보자는 등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바쁜 스케줄에 과정은 더디지만 차근차근 준비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열심히 일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대중들이 많이 알아주셔야 저희도 좋은 일을 시작하고자 할 때 더 큰 힘을 보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하려고요. 많은 분들이 사랑을 주시고 계시니 그 사랑을 다시 표현하는 것이 우리의 보답인 것 같아요. 좋은 영향력을 만드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카라멜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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