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토크] ‘20주년’ 나원주 “아이유, 단연 눈에 띄는 후배”

입력 2018-03-22 1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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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토크] ‘20주년’ 나원주 “아이유, 단연 눈에 띄는 후배”

‘아티스트 병에 걸리면 답이 없다’는 말이 있듯 이 병은 꽤 충격적인 현실과 마주하지 않는 이상 자각하기도, 치유하기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거나 연예인들의 유머 소재로 이용된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나원주는 “아티스트 병에 걸렸다”며 스스로를 진단했다. 그런데 그의 음악 인생을 들어보니 나원주는 제대로 아티스트 병에 걸린 납득할만한 아티스트였다.

나원주는 1995년 제 7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나의 고백’이라는 곡으로 대상을 수상하며 정지찬과 자화상이란 듀오로 가요계 데뷔했다. 서울예술대학교 5회 졸업생인 그는 실용음악을 전공, 노래하는 쇼팽으로 불릴 만큼 피아노 연주에 재능이 있었다.

“어머니가 교회를 다니셨고 가정환경 자체가 음악과 친근했어요.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하는 게 제 유일한 위안이기도 했죠. 중고등학생 때는 음악을 전공할 생각 없이 공부만 했었는데 어찌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피아노를) 가르쳐주는 분이 있었으면 더 잘 했을 수도 있지만 저는 제가 먼저 피아노를 접했었고 정말 열정적으로 피아노에 빠져있었죠. 하루에 4~5시간 피아노를 쳤으니까요. 전공자만큼이나 매일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다는 게 포인트예요.”

나원주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감사한 일이다.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길이 있다면, 나는 그곳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며 음악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그런 그에게 가수라는 직업은 음악을 하기 위한 창구다.

“음악을 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발라드 위주이긴 했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 특색 있게 유행하는 음악들을 표현해왔죠. 대중들의 사랑을 떠나서 저만의 음악 색깔이 있다는 것이 지금 저를 필요로 하고 찾아주는 이유인 거 같아요. 내 색깔이 있다는 것, 그 자존심으로 계속 음악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자화상은 지금으로 치면 멜로망스처럼 20대, 30대가 사랑하는 듀오였다. 나원주에 따르면 자화상은 가요톱텐에 랭크돼 있었고, 라디오 출연 횟수로 차트를 정하던 시절에 1등을 한 적도 있었다. 서울에서 콘서트를 하면 3000명 정도를 동원했다. 그런데 왜 자화상은 2장의 앨범을 끝으로 해체됐을까.

나원주는 “그 즈음 음악적으로 나를 너무 많이 찾아주셨다. 음악에서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쪽으로 너무 바빠졌고 그때부터 내 음악에 소홀해졌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자화상을 계속 했어도 좋았을 거 같다. 데뷔 20주년이라는 말을 하기에도 죄송스러울 정도로 많이 쉬었다”고 여전히 응원을 해주는 팬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나타냈다.

“노래는 사람의 정서 감정이고 대중과 소통에 있어서 필요한 것이죠. 제가 하는 일은 뮤지션과 뮤지션 사이의 소통이에요. 음악을 제작하는. 연주, 작곡, 편곡 등을 하면서 저만의 색깔을 집어넣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문세, 이소라, 박효신, 성시경, 박정현, 김건모 등과 작업했고 최근에는 김동률 ‘답장’ 피아노 연주와 윤종신 ‘좋니’ 편곡에도 참여했다.

“‘좋니’는 지금도 40위 정도 하더라고요. 당연히 확인하죠. (웃음) 작업하면서는 1등을 한 번은 찍고 내려올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3개월 넘게 롱런하고 있어서 저도 놀라고 있습니다. 박정현, 옥주현, 소향과는 MBC ‘나는 가수다’ 음악 편곡자로 참여했고요. 출연해서 직접 피아노 연주도 했었죠.”


그야말로 뮤지션의 뮤지션인 셈이다. 그는 가수로서 활발히 활동을 하지 않아 대중적으로 유명하지 않은 데 대해서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내 색깔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만족한다”며 “나를 아직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꽤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사명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수줍은 성격이라 방송 활동을 하기 쉽지 않다는 나원주는 현재 유희경 쇼핑호스트와 가정을 이뤄 슬하에 26개월 된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에도 아들을 어린이집에 등교시킬 정도로 가정적이다. 그는 “나는 육아 전문가다. 비율로 말하자면 아내가 30, 내가 70정도 육아를 담당한다. 가족 예능프로그램은 내가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제안이 온다면 생각해볼 만하다”며 아들 자랑을 늘어놓았다.

“아예 'TV출연을 하지 않겠다‘는 주의는 아니에요. 일단 음악적인 끼가 더 있으니까 저를 보여줘야 하는 예능프로그램이라면 부담스럽죠. 말주변도 없고 재미도 없거든요. 역효과가 일어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아기가 주인공인 예능이라면 뭐. 그리고 제 아들이 객관적으로도 예쁘게 생겼답니다. 증명하자면 저희 집 앞에 카페가 있는데 동네 사람들이 저희 아들을 다 예뻐해요. 저도 어렸을 때는 조금 귀여웠거든요. 어렸을 때 김 광고, 대학생 때는 오O오 초코과자 광고도 찍었었죠.”

아들 사진을 직접 보여주던 나원주는 다시 뮤지션의 뮤지션으로 돌아가 “요즘 발라더 중에서는 아이유가 눈에 띈다”며 “여러 가지를 소화해낼 수 있는 목소리를 가졌다. 아이유가 신인이었던 시절, 여러 가수들과 공연을 했었는데 내가 그 공연 음악 감독이었다. 그때 팝송을 커버했었는데 인상에 깊이 남았었다. 언젠가는 함께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눈에 들어오는 후배로 아이유를 언급, 음악가로서 현 가요계에 대해서도 분석을 덧붙였다.

“예전보다 세분화되고 여러 가지 형태로 된 발라드가 나오고 있어요. 긍정적이죠. 부정적인 부분을 말하자면 발라드뿐만 아니라 음악 자체를 소장이 아닌 소모품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쉬워요. 제가 한창 활동할 때 음악은 소장하는 것이었거든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스트리밍화되면서 일어난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한데.. 그래서 공연이 더 발달해야하는 겁니다. 다른 쪽으로 노력을 해야죠. 과연 20년 후에 지금의 음악들이 ‘응답하라1988’에 등장한 것처럼 추억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2월 13일 발표한 20주년 앨범 '아이엠(I AM)'은 8년 만에 내놓은 앨범이자 타이틀곡 '마중'을 포함해 자작곡 8개로 채워졌다. 나원주 스스로를 음악을 통해 소개한 앨범이고 전곡 작사, 작곡, 편곡에 참여했으며 '노래하는 쇼팽'이라는 수식어처럼 나원주만의 뛰어난 피아노 연주와 작법으로 모든 곡을 풀어냈다.

나원주는 “음원 사이트에 달린 댓글을 봤다. ‘아티스트 병에 걸렸다’고 하더라. 맞는 말이다. 나는 아티스트 병에 걸려 있다”며 “주로 재즈, 연주곡, 외국 싱어송라이터들의 음악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곡을 쓸 때는 당연히 대중을 염두에 두고 작업한다”고 대중과의 소통을 잊지 않았다.

수록된 노래 중에는 데뷔곡 '나의 고백'도 있다. 나원주는 ‘나의 고백’을 20년 만에 다시 불러 팬들에게 선물했다. 그는 “20년 만에 ‘나의 고백’을 다시 불렀다. 느낌이 정말 다르더라 이상했다. 하지만 완성된 노래를 들어보니 다행히 목소리가 늙지 않았더라”며 목관리 비결로 긴 공백기를 언급해 재미를 줬다.

“새로운 장르로 싱글이 나올 예정이고 공연도 준비 하고 있어요. 팬들에겐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아까 장난스레 말하긴 했지만 이렇게 띄엄띄엄 활동하고 노래 부르고 싶을 때만 부르는 저를, 공연도 자주 안 하는 저를, 아직까지도 좋아해주는 것이 감사하죠.”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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