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랑 ‘미소 리더십’ 금메달 이끌었다

입력 2018-02-20 20: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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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쇼트트랙대표 김아랑.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4년 전 소치에서 김아랑(23·고양시청)은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리고 2018년 평창에서 또 한번 눈물을 쏟았다. 처음에는 대표팀 막내로, 지금은 대표팀 맏언니로….

2013년 김아랑은 전주제일고등학교 3학년 학생으로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심석희, 박승희에 이어 3위를 차지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선수가 아니었지만 명성이 아닌 오롯이 자신의 실력으로 손에 쥔 소치올림픽 출전권이었다. 그러나 최악의 컨디션으로 주 종목 1500m경기를 치러야 했다. 당시 김아랑은 급성 위염으로 식사도 하지 못한 채 가까스로 결승까지 올랐지만 레이스 초반 넘어지며 실격 당했다.

그 때 김아랑을 보듬고 일으켜 세운 주인공은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리더 조해리(32) 현 SBS해설위원이었다. 올림픽이라는 일생일대의 무대에서도 후배들을 먼저 챙기는 조해리의 헌신 속에 김아랑은 자신감을 되찾았고 여자 3000m계주 결승전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8년 만에 되찾은 올림픽 계주 금메달이었다.

김아랑은 동료들의 깊은 우정과 사랑 속에 성장한 선수다. 전주 출신으로 홀로 상경해 어쩔 수 없이 남자선수들 합숙소에 들어가야 할 상황에서 손을 잡아 준 것은 박승희(26·스포츠토토)였다. 박승희의 어머니 이옥경씨는 지방출신 학생들의 합숙소가 대부분 남자선수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쇼트트랙을 하는 아들 박세영을 대신 합숙소로 보내고 김아랑에게 방을 내줬다. 김아랑은 집안 제사도 함께 지내고 매일 함께 훈련장에 가며 수년간 박승희와 친자매처럼 지냈다. 동네 사람들이 당연히 박씨집안 막내딸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2018년 평창에서 김아랑은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든든한 맏언니다. 조해리는 은퇴했고 박승희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변신했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올림픽 직전부터 예상치 못했던 악재가 있었지만 김아랑이 빨리 분위기를 즐겁게 바로 잡으며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뽐내고 있다. 김아랑은 항상 밝게 웃으며 후배들을 다독였다. 17일 1500m결승에서 정작 자신은 4위로 메달에 실패했지만 금메달을 딴 후배 최민정에게 진심어린 축하를 보냈고, 이 모습은 큰 화제가 됐다.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3000m 계주에서 한국은 또 한번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위대함을 보여줬다. 김아랑은 최민정, 심석희, 김예진과 호흡을 맞춰 중국, 이탈리아, 캐나다와 함께 진출한 결승전에서 완벽한 레이스로 우승하며 올림픽 2연패에 성공했다.

김아랑은 경기 도중 빠른 질주로 4위에서 선두권으로 치고 나오는 역전극을 직접 이끌었다. 레이스 때 충돌로 넘어지는 순간까지 페널티 실격을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1위로 레이스를 마친 후 펑펑 운 김아랑은 캐나다와 중국이 페널티 판정을 받고 금메달이 확정된 후 특유의 밝은 미소와 함께 눈물을 흘리며 후배들과 기쁨을 나눴다.

강릉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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