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서 드러난 한국빙속의 빛과 그림자

입력 2018-02-2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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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은메달리스트 차민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는 남녀 7개씩, 총 14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개회식 다음날인 10일 여자 3000m를 시작으로 본격화된 스피드스케이팅의 메달 레이스는 20일 하루 휴식 후 폐회식 전날인 24일까지 줄기차게 이어진다. 총 9개의 세부종목을 마친 20일 현재 한국빙속은 이상화(29·스포츠토토)의 여자 500m 은메달과 차민규(25·동두천시청)의 남자 500m 은메달, 김민석(19·성남시청)의 남자 1500m 동메달로 나름 체면치레를 했다. 이제 이승훈(30·대한항공)이 나서는 남자 팀추월(21일)과 매스스타트(24일)에서 금맥을 캘 수만 있다면 안방에서 펼쳐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차민규와 김민석의 깜짝 메달은 대회 개막 직전부터 여러 악재에 시달려온 한국빙속으로선 더 없이 값진 성과다. 특히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한국빙속의 전성기를 활짝 연 이상화-이승훈-모태범(29·대한항공)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자를 발굴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적어도 2022베이징동계올림픽까지 차민규는 단거리, 김민석은 중장거리에서 한국빙속의 대들보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대표 노선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반면 노선영(29·콜핑팀)을 둘러싼 두 차례 파문은 한국빙속의 어두운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노출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노선영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의 국제규정 미숙지로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직전 대표팀에서 제외됐다가 극적으로 구제된 바 있다. 이어 19일 벌어진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선 김보름(25·강원도청)과 박지우(20·한국체대)가 뒤로 처진 노선영을 내버려둔 채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전례 없는 팀워크 논란까지 낳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수 없이 불거진 빙상연맹의 무사안일 행정과 파벌싸움 등 암울한 그림자가 안방 올림픽에서 총체적 난맥상으로 고스란히 드러난 듯한 형국이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일단 벌어진 사태를 슬기롭게 수습하는 것이 먼저다. 희망과 불신이 교차한 현실을 냉정히 되짚고 올바른 방향으로 미래를 설계하기를 빙상연맹과 빙상인들에게 당부한다. 아울러 큰 상처를 받았을 노선영의 빠른 회복도 기원한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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