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도 챔피언] “죄송합니다” 외친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입력 2018-02-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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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봅슬레이대표 원윤종-서영우 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한국 대표팀은 순항 중이다. 분위기가 다소 침체됐던 대회 초반의 아쉬움을 털어내듯, 중반부터 연이어 메달 소식을 전해오고 있다. 개막 전에 세운 ‘금메달 8개-은메달 4개·동메달 8개 ’ 목표에도 점점 다가가고 있다.

강릉 올림픽파크에 있는 ‘코리아하우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메달리스트들의 공식 기자회견이 열린다. 윤성빈(24·강원도청), 이상화(29·스포츠토토) 등 각 종목의 올림픽 영웅들이 국가를 빛낸 소감과 올림픽 메달리스트로서의 기쁨을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 앞에서 전한다.

메달리스트들이 가는 곳은 언제나 구름관중이 운집한다. 곳곳에서 사인과 사진촬영 요청이 이어지면서 선수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메달리스트들에게 가는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화려하다. 특히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평창올림픽에서는 조명이 더욱 더 집중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성적제일주의’의 단적인 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선수들 스스로, 혹은 국민들이 원하는 성적을 내지 못한 것에 대해 자책감을 느끼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남자 봅슬레이 2인승에 출전한 원윤종(33·강원도청)-서영우(27·경기연맹)는 19일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3·4차 주행에서 최종 누적 기록 3분17초40으로 전체 6위에 올랐다. 한국 봅슬레이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톱 10’에 진입하는 대성과를 만들었지만, 그들은 경기 후 “국민 여러분의 많은 성원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여자 아이스하키대표 신소정.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남북 단일팀으로 올림픽 무대에 선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예선을 통과하지 못하고, 올림픽 5경기 전패를 기록했다. 녹록치 않은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 했지만 그토록 바랐던 대회 1승과는 결국 인연을 맺지 못했다. 대표팀 골리 신소정(28)은 20일에 열린 스웨덴과의 최종전이 끝난 후 “오래 준비한 대회인데, 결과가 아쉽다. 1승을 못해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막내 이유빈(17·서현고)은 20일에 열린 여자 쇼트트랙 3000m계주 결승전에 나서지 못했다. 준결승까지 맹활약을 펼치며 대표팀의 금메달 획득에 큰 힘을 보탰지만 팀 전략 상 결승전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겸손한 수상소감이 화제가 되었는데, 그는 경기 후 “메달을 따게 해준 언니들에게 감사하다. 멋있는 경기를 해줘서 고맙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최민정(20·성남시청)이 즉시 “네가 (스스로) 딴거야!”라고 말해 믹스드존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각자 자신의 종목에서 모두 최선을 다하는 ‘국가대표’다. 온몸을 내던지며 투혼을 불사르는 이들이 스스로에게 보다 더 당당해졌으면 한다. 빙상 여자 팀추월 대표팀처럼 ‘원팀’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게 아니라면, 부끄러움 없이 최선을 다한 그대들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한 ‘최고’이기 때문이다. 비록 메달은 손에 넣지 못하고, 주인공이 아니었을지라도, 스스로 최선을 다한 모든 선수들이 챔피언이다.

강릉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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