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되찾은 심석희, 女 쇼트트랙의 최대 수확

입력 2018-02-22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여자 쇼트트랙대표 심석희(오른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힘이 없었다. 표정도 어두웠다. 간혹 미소를 보이기도 했지만, 마음 속 응어리를 완전히 풀어내지 못한 듯 보였다.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도 “죄송하다”는 말만 남긴 채 떠나곤 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대표팀 주장 심석희(21·한국체대)가 그랬다.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거머쥐기 전까지.

그러나 여자대표팀이 금메달을 확정한 직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심석희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폈다. 그는 ‘오늘밤 주인공은 심석희’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들 꼭 쥐고 있었다. 지난 아픔은 모두 잊은 듯했다. 여자대표팀이 1위 시상대에 올라 선보인 ‘계주 세리머니’의 아이디어를 낸 것도 심석희였다.

1500m 예선에서 넘어지며 탈락한 심석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실 이번 대회는 아픔의 연속이었다. 대회 직전 훈련 과정에서 불미스런 일을 겪은 탓에 심리적으로 흔들렸다. 이는 500m와 1500m 예선 탈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주종목인 1500m 예선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지며 탈락한 장면은 모두를 충격에 빠트렸다.

이에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낸 이는 심석희 본인이다. 충격의 탈락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의연하려 애썼지만, 당시 심석희가 느낀 좌절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심석희의 한 지인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심석희가) 정말 힘들어한다. 씩씩하게 아픔을 털고 일어나야 할텐데…”라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여자 쇼트트랙대표 심석희(맨 왼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3000m 계주 금메달은 그간의 아쉬움을 모두 잊게 한 최고의 결과물이다. “극한의 상황까지 만들어 훈련했다. 어떤 변수에도 대처할 수 있게 계주를 준비하겠다”던 자신과의 약속도 지켰다. 특히 3바퀴를 남기고 김예진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1위(중국)와 격차를 줄인 뒤 최민정을 밀어주며 역전한 장면은 경기를 지켜보던 국민 모두를 흥분케 했다. 2014소치동계올림픽 계주 금메달 추억을 연상케 한 장면이었다. 그래서일까. 그의 얼굴에는 이번 대회 기간 내내 보지 못했던 미소가 번졌다.

심석희는 “나뿐만 아니라 다들 마음고생을 하며 노력한 덕분에 나온 결과다. 오히려 내가 좋은 성적을 냈을 때보다 더 많이 응원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며 “이제 한 종목(1000m·22일) 남았다. 내게는 국내에서 열리는 첫 올림픽의 마지막 종목이다. 후회 없이 재미있게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강릉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