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쇼트트랙과 전이경이 남긴 교훈, 노력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입력 2018-02-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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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3000m 계주 파이널 B에서 메달과 상관없이 최선의 레이스를 펼쳐 세계 신기록을 남겼다. 그러자 파이널 A 출전 팀의 실격으로 동메달을 목에 거는 행운이 뒤따랐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파이널 B에 앞서 수잔 슐팅(20)~야라 반 케르코프(27)~라라 반 루이벤(25)~요리엔 테르모르스(28)로 구성된 네덜란드 대표팀은 한데 모여 각오를 다졌다. 메달 색깔을 가리는 파이널 A가 아닌 5~8위 결정전인 파이널 B에 나서는 여타 선수들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그때만 해도 단순히 ‘유종의 미’를 거두자는 의지 표현으로만 보였다.

파이널 B는 메달 색깔과는 관련이 없다. 랭킹을 매기기 위한 순위결정전일 뿐이다. 그만큼 관심도도 떨어진다. 팬들 입장에선 파이널 A를 앞두고 공기를 정화하는 차원의 레이스로 여길 수 있다. 실제로 파이널 B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더라도 묵묵히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달랐다. 총 27바퀴 가운데 21바퀴의 랩타임이 8초대였다. 결과는 4분03초471의 세계 신기록. 게다가 파이널 A에 출전한 네 팀 가운데 중국과 캐나다가 실격당하는 행운으로 동메달을 거머쥐는 겹경사를 누렸다. 선수들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기적에 말을 잇지 못했다.

나가노 올림픽 당시 전이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경기의 성격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한 결과다. ‘노력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를 몸소 보여준 것이다. 이는 1998나가노동계올림픽 당시 전이경(SBS 해설위원)이 여자 500m에서 동메달을 따낸 장면과도 맞닿아 있다. 파이널 B에서 1위(46초335)로 골인한 전이경은 파이널 A에 나선 4명 가운데 이사벨 샤레스트(캐나다)가 실격당하고 왕춘루(중국)가 레이스를 중도 포기하는 행운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포기하지 않고 자기 레이스를 펼친 노력의 대가였다.

슐팅은 “(파이널 B에서) 1위를 하면 이런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크게 생각하진 않았다. 우리는 단지 파이널 B에서도 정말 열심히 타고 싶었을 뿐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했다”고 했고, 테르모르스는 “특별한 일이다. 예선 탈락 후 계주 메달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놀랍다”고 기뻐했다. 특히 테르모르스는 역대 최초로 한 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1000m)과 쇼트트랙의 두 종목 메달을 거머쥔 선수가 돼 기쁨이 더했다.

강릉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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