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최초 봅슬레이 은메달’ 원윤종-서영우 “다음엔 2인승 金 도전”

입력 2018-03-09 09: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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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아시아 최초 봅슬레이 4인승 은메달을 따낸 주인공 원윤종, 서영우 가 디지털매거진 코카-콜라 저니를 통해 자신들의 근황을 전했다.

올림픽이 끝난 뒤 모처럼 찾아온 휴식을 즐기고 있는 두 사람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올림픽 은메달 획득 소감과 메달 획득 비결, 경기 직전 긴장을 푸는 방법 등 생생한 올림픽 후일담은 물론 팀원과 감독에 대한 고마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응원 및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제대로 된 연습장도 없던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올림픽만을 바라보며 8년이라는 긴 시간을 달려 아시아 최초 봅슬레이 은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어낸 두 사람은 올림픽이 끝난 지금까지도 얼떨떨하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쑥스러워했다.

특히 2인승과 4인승 경기에 모두 출전했던 이들은 “메달을 목표로 했던 만큼 2인승 경기 결과에 실망했었다”며 “자칫 무너질 뻔한 상황에서 감독, 코치, 팀원 등 옆에서 다독여주고 함께해 준 분들 덕분에 다시 일어나 마음을 다잡고 4인승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이번 올림픽에서 이루지 못한 2인승 메달의 꿈을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루고 싶다며 새로운 목표를 향한 포부를 전했다.

썰매 하나 없고 스태프 한 명 없던 볼모지에서 전담팀을 꾸리고 선수 개개인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해온 이용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발로 뛰는 리더십을 보여준 잊지 못할 에피소드도 전했다. 화제를 모았던 ‘건곤감리’가 그려진 헬멧도 감독 아이디어였다고 덧붙였다.


[세부 인터뷰 내용 정리]

Q. 제대로 된 연습장도 없이, 중고 봅슬레이로 시작해 8년 만에 값진 은메달을 따냈는데, 소감은?

원윤종(이하 원) 정말 기다렸던 올림픽이었고, 기다렸던 결과였기에 뭐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 기분 좋은 메달 소식으로 다시 찾아뵙게 되어서 다행이고, 응원해주시고 축하해주신 많은 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드린다.

서영우(이하 서) 사실 지금도 실감이 안 난다. 8년이란 시간 동안 평창 동계올림픽 하나만 바라보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내가, 그리고 우리가 이걸 진짜 해낸 거야?’라는 생각에 얼떨떨하다. 아직까지 구름 위에 올라가있는 기분이다.


Q. 앞서 2인승 경기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는데 어떻게 극복하고, 4인승 경기에 임했는지?

원) 메달을 목표로 했던 만큼 2인승 경기 결과에 실망했었다. 자칫 무너질 뻔 한 상황에서 감독, 코치, 팀원 등 옆에서 다독여주고 함께해 준 분들 덕분에 다시 일어나 마음을 다잡고 4인승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Q. 4인승 경기를 어떻게 준비해왔는지, 메달의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서) 작년 말부터 4인승 경기를 집중적으로 훈련해왔다. 달리는 간격, 탑승 위치 등 모든 타이밍 하나하나를 기록하고, 외웠다. 눈으로 외우고, 몸으로 외우고. 눈대중으로 대충 하는 게 아니라 줄자로 재서 정확한 위치를 테이핑하고, 거기에 맞아 들어가게 계속 반복 연습을 하는 거다. 정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철저히 계산하고, 준비했다. 수많은 연습으로 단련된 ‘약속된 플레이’가 결국엔 메달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메달에 왕도가 있나. 완벽해질 때까지 연습해야한다.


Q. 각각의 팀원들이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한 마디로 표현해본다면?

원) 서영우 선수는 워낙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표정만 봐도 다 아는 이심전심 사이”라고 할까. 김동현 선수는 “팀의 활력소”, 전정린 선수는 “자기 할 일을 120% 해내는 믿음직한 팀원”이다.

서) 원윤종 선수는 “120% 신뢰할 수 있는 우리 팀의 파일럿이자 선장”, 전정린 선수는 “평소 말수가 없고 묵묵한데, 그만큼 말에 힘이 있는 한방이 있는 사람”, 김동현 선수는 “분위기 메이커”.


Q. 한 명 한 명 고맙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만, 특히 고마운 사람을 꼽는다면?

원) 단연 이용 감독님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 최선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혼신’의 노력을 쏟아오셨으니까. 썰매 하나 없고, 스태프 한 명 없던 한국 봅슬레이였는데, 발로 뛰면서 후원사를 설득하고, 전담팀을 꾸리고, 선수 개개인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모두 다 만드셨으니까. 정말 존경스럽고, 감사한 분이다.

서) 이용 감독님과 관련해서 한 가지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환경이 잘 갖춰진 나라들은 경기 시작 전에 썰매를 스태프들이 다 가져다 놓는다. 선수들은 준비 운동을 하고, 썰매를 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선수 4명에 감독님밖에 없던 시절엔 저희가 일일이 썰매를 옮겨야 했다. 경기 시작 직전에 진을 뺄 수밖에. 그러던 어느 날, 감독님이 “너희는 경기에만 집중해! 이건 내가 알아서 할게!” 하시는 거다. 나중에 알고 보니, 외국 팀이 썰매를 옮길 때 일일이 달려가서 옮겨주면서 얼굴도장을 찍고, 저희 차례가 오면 역으로 도움을 받았던 거다. 발로 뛰는 리더십을 갖추신 분이다.


Q. 헬멧에 건곤감리를, 봅슬레이 썰매에는 대한민국을 새기고 뛰어서 화제가 됐는데?

원) 혼을 쏟아 준비한 만큼 썰매에도, 헬멧에도 저희의 ‘혼’을 담고 싶었다. 그래서 감독님께서 낸 아이디어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썰매에 한글로 ‘대한민국’이라고 적고, 우리는 대한민국을 위해 달리는 ‘태극전사’들이니 태극기를 형상화한 ‘건곤감리를 새기자’라는 거였다. 썰매를 탈 때, 헬멧을 쓸 때도 더 책임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더 파이팅 넘치게, 파워풀하게 달릴 수 있었던 것 같다.


Q 올림픽 기간 동안 다른 경기도 봤나? 가장 인상 깊었던 경기가 있는지?

서) 선수촌에서 쉴 때 중계를 많이 시청했다. 컬링 경기가 너무 새롭고 재미있었다. 특히 윤성빈 선수가 설날 아침 금메달을 따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해서 울었다.


Q. 평창올림픽이 끝났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원) 지금은 모처럼 맞이한 달콤한 휴가를 즐기고 있다.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면서 여유로운 시간도 보내고 있다. 휴식이 끝나면, 다시 또 달리려고 한다. 2022 베이징 올림픽까지 열심히 달려보고 싶고, 아직 이루지 못한 2인승 메달의 꿈도 베이징에서 이루고 싶다.

서) 평창 하나만 바라보고 달려와서 그런지, 아직 끝났다는 게 실감이 잘 안 난다. 공허하고 아쉽기도 한데 이 공허함은 또 새로운 목표로 채워 넣어야겠다. 평창올림픽이 내게 ‘터닝포인트’가 되었으니 이제 다시 베이징 올림픽까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동아닷컴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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