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황제도 황태자도… ‘오! 거스타 잔혹사’

입력 2011-04-1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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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전직하 우즈… 전반 5타 줄이며 공동선두 후반 퍼트 난조로 주저앉아
■ 일장춘몽 매킬로이… 사흘 내내 선두 달리다 10번홀 트리플보기 15위로

《타이거 우즈(36·미국)는 1997년 마스터스 최연소(21세 3개월)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로부터 14년이 흘렀다. 추문과 이혼으로 오랜 기간 침묵하던 우즈는 황제 탄생을 알린 바로 그 무대에서 부활에 안간힘을 썼다. 승리를 부르는 빨간 티셔츠를 입은 그는 정상을 향해 내달렸다. 하지만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우즈의 강력한 후계자로 주목받던 로리 매킬로이(22·아일랜드). 그는 마스터스에서 사흘 내리 선두를 지키며 4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갔다. 우즈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어린 나이(21세 11개월)에 챔피언에 오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대관식의 꿈 역시 산산이 깨졌다. 그린재킷의 주인공을 점지한다는 오거스타의 지신(地神)은 우즈도, 매킬로이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봤을까. 11일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제75회 마스터스. 우즈와 매킬로이는 아쉬운 한숨을 토해내며 나흘간의 열전을 마감했다.》

선두에게 7타 뒤졌던 우즈는 전반 9홀에서 5타를 줄이며 공동 선두까지 나섰다. 8번홀(파5)에서 나온 이글이 하이라이트였다. 278야드를 남기고 3번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이 그린 오른쪽 언덕을 맞고 경사를 타고 굴러 왼쪽으로 반 바퀴 휘어지더니 핀 2.4m 지점에 멈췄다. 이글 퍼트를 넣은 우즈는 모처럼 어퍼컷 세리머니를 했다.

후반 들어 기대를 모았으나 고질인 퍼트 난조가 재연되며 환호는 한숨으로 바뀌었다. 아멘코너 두 번째 홀인 12번홀(파3)에서 1.2m 파 퍼트를 실패했다. 이번 대회 들어 6번째 3퍼트였다. 15번홀(파5)에서 단독 선두로 나설 수 있었던 1.5m 이글 퍼트를 놓친 뒤 추격할 힘을 잃었다.

우즈는 성 추문 후 5개월 만에 복귀한 지난해 대회 때와 똑같은 공동 4위(10언더파)에 머물렀다. 2009년 호주 마스터스 우승 이후 17개월 동안 22개 대회에서 무관에 허덕이고 있는 우즈는 언제쯤 부활할까. 쇼트 게임과 고비에서 쐐기를 박는 퍼트 능력 회복이 선결과제로 꼽힌다.

우즈는 나이키골프의 클리닉에 참석하기 위해 13일 1박 2일 일정으로 7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

매킬로이의 추락은 메이저대회 잔혹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하다. 평생 딱 한 번 멀리건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는 아마 이날 사용했을 것이다. 1타 차 단독 선두였던 10번홀(파4)에서 드라이버 티샷이 심한 훅으로 페어웨이에서 70야드 떨어진 오두막집 사이에 떨어진 게 불행의 씨앗이었다. 그는 연이은 미스 샷으로 트리플 보기까지 했다. 심하게 요동친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11번홀(파4) 보기에 이어 12번홀에서 4퍼트로 더블보기, 13번홀에서 티샷을 개울에 빠뜨리며 우승권에서 멀어져갔다. 3라운드까지 3퍼트가 한 번도 없었던 그는 4라운드 출전선수 중 가장 많은 35개의 퍼트를 기록했다. 결국 8오버파 80타로 경기를 마친 그는 공동 15위(4언더파)로 곤두박질쳤다.

아마추어 랭킹 1위 출신인 매킬로이는 마크 오메라로부터 “타이거 우즈를 능가하는 스윙을 한다”는 찬사를 들었다. 2008년 프로 전향 후 유럽투어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필드의 샛별로 이름을 날렸지만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에 대한 부담감은 쉽게 떨쳐낼 수 없었다. 매킬로이는 “63홀 동안 1위를 지킨 것으로 위안을 삼겠다. 며칠간은 힘들겠지만 견뎌낼 것이다”라며 아쉬워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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