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희 기자의 런던리포트] 신아람 “하이데만, 가만히나 있지, 내게 인정하라고”

입력 2012-08-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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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의 땀과 노력을 한순간에 앗아간 ‘멈춰진 1초’. 신아람은 지난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울었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동료들을 응원했다. 신아람이 31일(한국시간) 엑셀 사우스 아레나에서 동료 최병철을 응원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런던|전영희 기자

‘1초 오심’ 신아람 “특별상 원치않아 심판의 잘못 인정뿐”
‘머리 맴도는 1초’ 잠 못 이룬 신아람

“밤새 울다가 깨고 울다가 깨고…억울해”
유럽텃세 예상 했지만 시간 장난은 “헉”
“다 심판 잘못” 하이데만 테러 자제 부탁


31일(현지시간) 런던올림픽 펜싱경기가 열린 엑셀 사우스 아레나. 여전히 화제는 전날의 ‘1초 논란’이었다. 피해자인 신아람(26·계룡시청)은 분한 마음을 삭이며, ‘동료’ 최병철(31·화성시청)에게 힘을 보태고 있었다. “오빠라도 꼭 메달을 땄으면 좋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결국 신아람의 응원은 결실을 맺었다. 다음은 그녀와의 일문일답.

-어제는 잠도 잘 못 잤겠어요.

“밤늦게 혼자 숙소에 돌아갔는데, 잠이 안 오더라고요. 계속 울다가 깨다가 그랬어요. 아침 6시쯤 잠이 들었나? 2시간 정도 자고 8시에 깼는데, 일어나자마자 또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어떻게 준비한 올림픽인데….(그녀의 큰 눈은 부어있는 듯했다)”

-부모님께서는 뭐라고 하시던가요?

“통화를 했는데 ‘잘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오히려 부모님은 의연하시더라고요. 제가 얼마나 열심히 운동했는지, 그래서 얼마나 억울할지 아시니까, 부모님이라도 울면 안 된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마음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겠네요.

“아직 단체전도 남아 있고 해서, 정말 잊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저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영향 받으면 안 되니까…. 그런데 혼자 있으면 계속 그 일이 생각나는 거예요. 그래서 웬만하면 동료들이랑 같이 있으려고 해요. 같이 웃고 떠들면 잠시나마 잊혀지잖아요. (또 생각이 나는 듯) 아…, 정말, 억울해요. 억울해.”

-독일 선수(브리타 하이데만)는 뭐라고 하던가요?

“솔직히 조금 얄미웠지요. 가만히나 있지…. 저보고 빨리 인정하라는 식으로 하더라고요. 한국 팬 분들이 그 선수 페이스북에 안 좋은 글을 쓴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런 것은 원하지 않아요. 그 선수도 올림픽이라는 무대에서 메달을 얼마나 따고 싶었겠어요. 은메달이라는 게 얼마나 기억에 남는 일이겠어요. 사실 그 선수 잘못은 아니잖아요. 다 심판들 잘못이니까….”

-국제펜싱연맹(FIE)이 한국팀의 항의를 기각했네요.

“어차피 예상했던 거예요. 기대도 안했어요. 유럽에 오면 심판이 장난을 친다는 얘기는 저도 많이 들었거든요. 사실 에페는 심판이 장난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데 이렇게 시간 가지고 장난을 칠 줄이야. 시간을….”


▲동영상=신아람 1초 오심, 다시보기
-국제펜싱연맹이 특별상을 주기로 했다고 하네요.


“모르겠어요. 지금 제가 바라는 건 그런 상이 아닌데…. 올림픽 메달을 다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은 저도 잘 알아요. 제가 바라는 건 그냥 자기네들이 잘 못했다고 인정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러진 않고…. 박태환(23·SK텔레콤) 선수의 경우도 그래요. 금메달을 바라보는 선수인데 얼마나 훈련을 열심히 했겠어요. 그런데 그렇게 김을 다 빼놓고…. 이게 무슨 올림픽이야.”

펜싱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상 하나 주고 끝내려는 게 아닌가 싶다. 상을 받을지는 논의를 더 해보겠다”고 말했다. 현재 대표팀은 신아람의 억울함에 대해 더 강력하게 항의하지 못하는 대한체육회에 서운함을 느끼는 분위기다. 누군가의 말처럼 지도만 봐도 승패를 알 수 있는 게임은 올림픽이 아니다. 신아람은 몇 가지를 더 물어보면 또 한번 와락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눈망울로, 피스트만 응시할 뿐이었다.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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