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캡틴 박, 인종차별엔 내밀 손 없다

입력 2012-09-17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박지성. 스포츠동아DB

박지성, 첼시 주장 존 테리와 악수 거부…왜?

팀 동료 퍼디낸드에 욕설 사건에 항의
킥오프 전 동전 던지기때 의도적 회피
박 “축구는 개인종목 아냐” 팀웍 강조
왼쪽 날개 활약 불구 첼시전 0-0 비겨


‘캡틴’ 박지성(31)이 풀타임 활약한 퀸즈파크레인저스(QPR)가 웨스트 런던 더비에서 귀한 승점 1을 챙겼다. 15일(한국시간) 런던 로프터스 로드에서 열린 첼시와의 2012∼201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홈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왼쪽 측면에서 뛴 박지성은 왕성한 활동 폭으로 결정적인 찬스를 몇 차례 만들었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QPR은 2무2패 전적으로 첫 승을 다음으로 미뤘으나 충분히 희망적인 내용으로 호평을 받았다.


○팀을 위해, 모두를 위해

QPR은 매치데이 매거진을 통해 주장 박지성을 집중 조명했다. 여기서 박지성은 올 시즌 팀 주장으로서 자신감과 책임감을 밝히는 한편, “축구는 개인 종목과는 달리, 모두의 협력이 중요하다. 이게 우리가 집중하는 부분이며, 얻고자 하는 바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이런 각오가 잘 드러나는 장면이 있었다. 인종차별 논란의 희생자였던 동료를 위한 행동이었다. 이날 경기는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른 기류가 흘렀다. 양 팀 선수단이 결전을 앞두고 도열한 뒤 악수를 나누자 장내 모든 취재진과 카메라들이 들썩였다. QPR 중앙 수비수 안톤 퍼디낸드가 첼시의 주장 존 테리와 악수를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영국 미디어는 지난 주 내내 이 장면에 관심을 보였다. 지난 시즌 사태의 파장이었다. 퍼디낸드는 작년 10월 테리로부터 인종차별 욕설을 들었다며 법정 싸움을 벌였고, 결국 테리는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완장을 반납했다. 증거불충분으로 법원은 무죄 판결을 했으나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법원 결정에 반발하며 자체 징계까지 추진 중인 상황. 당시 테리를 두둔했던 파비오 카펠로 전 감독도 경질되는 등 파장이 한동안 이어졌다. 퍼디낸드는 결코 테리와 악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실제 행동으로 보였다. 또 법정에서 테리를 변호했던 애슐리 콜(첼시)의 악수도 무시했다.

하지만 박지성도 테리의 손을 거부했다. 양 팀 주장들은 킥오프 전 동료들의 악수 이후 주심이 동전을 던져 서로의 공격 방향을 정하는 순간까지 악수를 나누지 않았다. 기자들은 “박(Park)이 퍼디낸드 사태와 관련해 의도적인 행동을 보인 게 아니냐”며 궁금해 했으나 박지성은 일절 인터뷰를 사양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현장에서는 박지성이 맨유 시절 절친 관계인 리오 퍼디낸드의 친동생(안톤)의 아픔에 동참하기 위해 악수를 거부했다고 봤다.

QPR 마크 휴즈 감독은 “선수들이 악수 문제로 토의하는 건 알았지만 개인 결정까지 알 수 없었다. 신경 쓰지 않았다”고 했다.


○뜨거운 팬들 응원전, 경기장은 철통경호

평소보다 많은 경찰 병력의 경호를 받은 그라운드에서도 격렬한 플레이가 이어졌다. 90분 내내 홈 팬들은 테리와 콜에게 엄청난 야유를 보냈고, 첼시는 예전과 같은 강한 공격을 선보이지 못했다. 여러 모로 QPR이 훨씬 우세했다. 중앙 미드필더 그라네로와 포울린이 이룬 호흡은 탄탄했고, 전반 초반에는 박지성과 풀백 파비우의 왼쪽 측면이 빛을 발했다. 전반 30분 이전에 파비우와 앤디 존슨이 부상당해 일찍 교체카드를 사용한 QPR은 잠시 흔들린 듯 했으나 금세 정비됐다. QPR 데뷔전을 가진 브라질 국가대표 골키퍼 훌리우 세자르도 몇 차례 선방으로 무실점을 이끌었다.

런던(영국)|이지훈 통신원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