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몸도 가족도 “그만!”…일각선 “달라진 팀 분위기 때문”

입력 2012-11-30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박찬호. 스포츠동아DB

“아듀! 30년 정든 그라운드여”…박찬호는 왜 은퇴를 택했나

올해 구위 뚝…고질적 허리 부상에 마음 굳혀
부모님의 현역 만류…부인과 딸 생각도 반영
새 ‘김응룡 체제’ 팀 분위기도 은퇴결정에 한몫


장고 끝 선수연장 미련 접어…오늘 기자회견

두 갈래의 길에서 고심하던 박찬호(39)의 선택은 결국 은퇴였다. 한국야구가 낳은 불세출의 스타는 팬들의 탄성과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결국 제2의 인생을 택했다.

한화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찬호의 공식 은퇴를 발표했다. 박찬호는 30일 오전 11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30년간 단 한번도 놓은 적 없는 야구공을 내려놓는 심경과 19년간 이어온 프로인생의 소회를 밝힌다.

박찬호는 올 정규시즌 직후부터 은퇴와 현역 연장의 기로에서 장고에 들어갔다. 7일 미국으로 건너간 뒤에도 멘토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며 자신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치열하게 그렸다. 그 과정에서 현역 연장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 아직 건장한 체력과 야구를 향한 식지 않는 열정, 끈끈한 동료애를 보여준 한화 후배들 때문이었다.

그러나 박찬호는 결국 유니폼을 벗기로 결정했다. 박찬호가 은퇴를 택한 가장 큰 이유는 현실적인 벽으로 해석된다. 그는 내년 한국 나이로 마흔하나가 된다. 물론 올해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최고 구속 149km의 빠른 볼을 던졌고, 23경기에 등판해 121이닝을 던지며 건재를 과시했지만 평균 구속은 140km대 초반이었다. 시속 160km의 광속구를 던졌던 전성기에 비해 구위가 떨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즌 중에는 고질적 허리통증을 비롯한 잔부상에 시달렸다. 9월 초 팔꿈치 통증으로 한국무대에 선 뒤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적도 있다. 몸 관리가 철저하기로 소문난 선수지만 세월의 흐름은 막을 수 없었다.

박찬호는 지난달 3일 대전 KIA전에서 시즌 마지막 등판을 마치고도 “한국에 올 때부터 오래 선수생활을 할 생각은 없었다. 개인적으로 몸도 아프고, 나 때문에 자리를 찾지 못할 후배들도 생각해야 한다”며 은퇴를 시사했다. 25일 박찬호 장학회 야구꿈나무 장학금 전달식에선 “내가 내년 시즌 잘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고민해야 한다”며 개인 욕심을 부리기보다 ‘선수 박찬호’로서의 역량을 고민했다.

가족의 생각도 많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다. 박찬호는 마지막 등판 당시 “19년 만에 고향(공주)에서 추석을 보냈는데 부모님이 중년이 다 돼가는데 (선수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운지 그만뒀으면 하시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야구선수라는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부인 박리혜(37) 씨와 두 딸 애린(6), 세린(4) 양에게 든든한 남편이자 자상한 아빠로서 좀더 충실하고 싶은 마음도 빼놓을 수 없다.

일각에선 최근 확연히 달라진 팀 분위기도 그의 은퇴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한화 구단 관계자는 “단순히 한 가지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쉽게 할 수 없는 결정이지만 ‘박수칠 때 떠나는’ 용기를 발휘했다”며 “어느 정도 위치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게 사실 쉽지 않은 일인데 박수 받을 일이다. 비록 우리 팀에서 1년밖에 없었지만 어느 길을 가든 응원하겠다”고 박찬호의 결정을 존중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