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호텔방 설전’ 힐링캠프로 통했다

입력 2013-04-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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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국인 선수 데얀(맨 오른쪽)이 선제골을 터뜨린 뒤 차두리(가운데)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수원|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K리그 클래식 수원-서울 ‘슈퍼매치’ 뒷이야기

최용수감독 특별지시…허심탄회한 대화
“하비 어디갔느냐?” “데몰리션 잊었나?”


작년 챔피언 FC서울 우승 후유증(리그 4무2패·12위)의 원인으로 ‘선수들 의지가 약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일정 부분 사실이다. 그러나 서울은 14일 수원삼성과 ‘슈퍼매치’에서 놀라운 투지를 보였다.

전반을 완전히 지배했다. 체력, 집중력이 떨어져 막판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서울 최용수 감독은 “꼬인 실타래가 풀렸다”며 개의치 않았다. 실타래를 풀게 된 숨은 비화가 있다. 10일 센다이(일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원정(0-1 패) 직후. 최 감독은 선수들을 불렀다. “너희는 메시가 아니다. 나도 무리뉴가 아니다. 우리가 좀 더 겸손할 때 작년 모습이 나타난다.” 최 감독은 주장 하대성을 보며 “너희들끼리 이야기해 보라”고 했다. 선수들끼리 의견을 주고받으라는 메시지였다.

호텔방에 18명이 모였다. 폭탄발언이 쏟아졌다. 데얀이 포문을 열었다. 그는 “하비(하대성+사비, 하대성 별명) 어디 갔느냐”고 했다. 하대성의 플레이가 성에 차지 않는다는 뜻. 고명진이 쏘았다. “서울은 데몰리션 팀(데얀+몰리나)이라 불린다. 잊었나.” 작년에 비해 주춤한 데얀, 몰리나의 해결 능력을 꼬집었다. 몰리나가 받았다. “데얀과 나는 인터뷰 때마다 동료애를 강조한다. 그렇게 말하지 마라.” 최태욱이 나섰다. “나 예전처럼 빠르게 못 뛴다. 그러나 작년처럼 서로 돕고 의지하면 1∼2년 더 팀에 보탬 줄 자신 있다.” ‘최고참’ 최태욱의 솔직한 발언에 모두 고개를 숙였다. 막내 급인 고요한, 김주영, 김현성도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놨다. 열띤 토론회는 마음의 벽을 허무는 ‘힐링 캠프’로 마무리됐다.

최 감독은 나중에 이야기를 전해 듣고 미소를 지었다. 이런 분위기라면 성남(17일)-대구(20일)-강원(28일) 3연전에서 비상할 수 있다는 게 최 감독 생각이다.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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