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11안타 맞고도 2실점…탁월한 위기관리 능력 또 빛나

“이번 시즌 다저스 전력의 최대 플러스는 류현진을 영입한 것이다.”

LA 다저스 중계 해설을 맡고 있는 스티브 라이언스가 류현진(26)을 높게 평가했다. 3일(한국시간)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경기에서 류현진이 5회말 수비를 마치자 라이언스는 “올 시즌 21번째 선발등판에서 류현진이 매번 5이닝 이상을 소화해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 이날 류현진과 맞대결을 펼친 컵스의 좌완 선발투수 트레비스 우드는 2013내셔널리그올스타에 뽑힐 정도로 컵스를 대표하는 투수지만, 이날 3.1이닝 7안타 5볼넷 5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투수 왕국이라 불리는 다저스 선발진 중 매 경기 5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은 류현진과 클레이튼 커쇼가 유이하다. 팀 내 투수 중 최다 연봉자인 잭 그레인키는 4이닝만을 던지고 물러난 경기가 두 차례 있다.

에이스 매트 가자와 4번타자 알폰소 소리아노가 트레이드됐지만 젊은 패기로 무장한 컵스 타선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류현진은 5.1이닝 동안 무려 11개의 안타를 내주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6월13일 애리조나 디백스전에서 허용한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피안타 기록과 타이였다.

지난달 28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에서 류현진은 최고 시속 95마일(153km)의 강력한 직구를 뿌렸다. 1회초부터 조이 보토와 브랜든 필립스를 상대할 때 94마일(152km)의 강속구를 던지며 힘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하지만 이날은 최고 구속이 92마일(148km)에 그쳤고, 90마일(145km) 이상을 찍은 공은 고작 10개에 불과했다. 4회 이후로는 대부분 직구가 88마일 안팎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6번타자 코디 랜섬을 상대로 3연타석 삼진을 잡았지만, 2번 주니어 레이크와 8번 콜 길레스피에게 각각 3타수3안타를 허용했다. 2루타도 4개나 내줬고, 3회를 제외하고 나머지 이닝에서는 모두 안타 2개씩을 허용하며 악전고투했다.

그러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류현진은 탁월한 위기 탈출 능력을 앞세워 2실점으로 컵스 타선을 틀어막으며 시즌 10승 고지에 올랐다. 방어율은 3.14에서 3.15로 조금 높아졌지만 최근 등판한 3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종전 서재응(2003년 9승12패)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인 루키 최다승 기록을 8월이 시작되자마자 갈아 치웠다.

올 시즌 류현진이 등판한 경기에서 다저스 타선은 9이닝을 기준으로 평균 5.5점을 지원했다. 이는 내셔널리그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팀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등판할 때는 류현진의 절반도 안 되는 3.26점밖에 나지 않았다. 이날도 다저스는 컵스보다 5개나 적은 9개의 안타를 치고도 6점이나 뽑아줘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었다.

현재 추세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15승 고지 정복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팀 동료인 야시엘 푸이그를 비롯해 강력한 경쟁자들이 많지만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왕도 충분히 노려볼 만 하다.

LA｜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