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나 “우승 늦어져 슬럼프…책에 답 있었다”

입력 2013-08-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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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금호타이어 여자오픈에서 데뷔 4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김다나(23·넵스)는 밀려드는 인터뷰와 행사 때문에 ‘바쁘지만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KLPGA 상반기 핫스타 릴레이 인터뷰

프로 데뷔 4년만에 첫 우승 김다나


뉴질랜드 주니어 국가대표로 활약 ‘준비된 여왕’
7월 금호타이어 여자오픈 ‘67전68기’ 감격 우승
멘탈게임 지침서 ‘젠 골프’ 만난 뒤 좌절감 극복
인터뷰·방송출연 등 쇄도 “자고 나니 스타 실감”

“밖에서 알아보는 팬도 생기고 정말 신기해요.”

데뷔 4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김다나(23·넵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김다나는 지난 7월 7일 중국 웨이하이의 웨이하이 포인트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반기 마지막 대회인 금호타이어 여자오픈에서 데뷔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2009년 데뷔해 67전68기만에 맛본 꿀맛 같은 우승은 그에게 ‘행복’이라는 큰 선물을 안겼다.


● “공을 5개나 잃어버리니 화가 나더라고요.”

“실력이 80%였다면 행운도 20%는 따랐던 것 같아요.”

첫 우승을 안겨준 금호타이어 여자오픈은 김다나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대회가 됐다. 그러나 처음부터 느낌이 좋았던 건 아니다.

“코스가 너무 어려웠어요. 원래 어렵고 도전적인 코스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 코스는 너무 어렵더라고요. 대회 전날 연습을 하면서 공을 5개나 잃어버렸어요. 한 홀에서 2개나 잃어버리기도 했죠. 연습하면서 그렇게 많은 공을 잃어버린 게 처음이었죠. 처음엔 깜짝 놀랐고 연습라운드 하면서 오히려 화가 나고 스트레스를 더 받았던 것 같아요.”

코스가 너무 어려워 우승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런데 본 대회에 들어가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공을 5개나 잃어버렸던 게 약이 됐다.

우승을 경험한 선수들은 1승보다 2승이 더 어렵다는 말을 한다. 김다나도 이 말을 잘 새기고 있었다. 그는 “첫 우승까지 4년을 기다려온 만큼 다음 우승도 천천히 기다릴 거예요”라며 들뜬 마음을 가라앉혔다.

“첫 우승 이후 갑자기 기대치를 높이다보면 오히려 망가지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런 선수들도 많이 봤고요. 우승이라는 게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잖아요. 우승을 했더라도 초심을 잃지 않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말로만 초심을 유지하기보다 실천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2승을 빨리 하고 싶지만 욕심 내지 않을래요.”


● 우승 이후 하루하루가 행복

흔히 ‘자고 나니 스타가 됐다’는 말을 한다. 김다나가 그렇다. 우승 이후 하루아침에 생활이 변했다.

“엄청 바쁘게 지냈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내고 있죠. 몸은 피곤하지만 정말 행복해요.”

가장 큰 변화는 그를 찾는 곳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밀려드는 인터뷰에 방송 출연까지 쉴 틈이 없어졌다. 기분 좋은 일도 생겼다. 평소 꿈에 그리던 일을 하게 됐다. 그는 입버릇처럼 “시구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우승 이후 소망이 이뤄졌다.

김다나는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넥센의 경기에서 당당히 시구자로 마운드에 올랐다.

“낮엔 골프연습하고 밤엔 시구 연습을 했어요. 잘 할 수 있을지 너무 떨려요. ‘골프선수의 특성을 살려서 시구해보면 어떨까’하는 고민도 많이 했지만 딱히 생각나는 포즈가 없어요. 이러다 실수라도 하면 어쩌죠.”

떨리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른 그는 멋지게 시구에 성공했다. 우승이 안겨다준 행복한 선물이었다.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넥센 경기에서 시구하는 김다나.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책에서 찾은 해답

우승이 쉽지는 않았다. 무려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실력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김다나는 뉴질랜드 유학시절 골프를 배웠다. 주니어 시절엔 뉴질랜드 국가대표로 활약했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2009년 KLPGA 투어에 데뷔해 금방 성공할 줄 알았다. 그러나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나는 왜 우승을 하지 못하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특히 작년 시즌 성적이 잘 나지 않았을 때는 ‘내가 이거 밖에 안 되는 선수였나’라는 실망감에 빠지기도 했었죠. 계속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성적이 더 나빠졌죠.”

김다나에게 작은 힘이 되어 준 구세주도 생겼다.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한 책이다.

“‘젠 골프’라는 책이죠. 작년부터 이 책을 들고 다니면서 꾸준하게 읽고 있어요. 한 10번쯤 읽은 것 같아요. 좋은 성적을 내려면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라고 하잖아요. 말처럼 쉽지 않았는데 그 책에서 구체적인 답을 찾을 수 있었죠. 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슬럼프는 시작되는 계기가 다른 것처럼 극복하는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김다나는 책 속에서 우승의 해답을 찾았다.

김다나가 늘 지니고 다니는 ‘젠(禪) 골프’는 심리학 박사이자 PGA 투어 강사로 활동 중인 조셉 패런트가 썼다. 심리학과 불교의 선(禪)사상 그리고 골프의 기본 원칙을 결합시켜 골프라는 멘탈게임을 효과적으로 정복할 수 있도록 정리한 책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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