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희기자의 여기는 모스크바] “동아시아 육상 메카 발돋움” 2년 전 대구의 약속 어디에?

입력 2013-08-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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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러시아 모스크바에는 전 세계 취재진도 집결해 있다. 이들에게 ‘한국에서 왔다’는 인사를 전하면, 종종 2년 전 대구대회 얘기를 꺼낸다. 그러나 이때마다 지난 대회 개최국의 자부심보다는 씁쓸한 마음이 앞선다. 대구가 유치 당시 세계육상계와 맺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유치위원회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관계자들에게 “대구에서 세계육상선수권을 개최하면, 대구가 육상후진지역인 동아시아의 육상 메카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홍보했다. 그 방안 중 하나가 육상진흥센터 건립이었다. 실내육상장을 포함한 육상진흥센터는 당초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 이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화재발굴조사 때문에 공기가 다소 길어졌다. 결국 약 730억원을 들인 육상진흥센터는 올 5월에서야 완공됐다.

그러나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 국제기준의 웜업(Warm-up)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 대구시와 시공사가 책임공방을 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대구시가 꼼꼼하게 시설규정을 확인하지 않은 탓이다. 준공 승인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2014년 3월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던 실내국제육상대회도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예고된 실수다. 대구시의 담당공무원들은 수시로 바뀌어 업무의 연속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실내육상장의 전문적 부분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것도 게을렀다. 한 육상 관계자는 “육상진흥센터가 선수들의 동계훈련에 활용돼 경기력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외국선수들에게도 개방해 교류의 장으로 쓰일 수도 있다. 세계선수권이 후배들에게 남길 수 있는 유산인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모스크바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루즈니키스타디움은 매일 빈자리가 눈에 띈다. 심지어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의 남자 100m 결승이 열린 12일(한국시간)에도 만원관중을 기록하지 못했다. 흥행 측면에선 대구대회보다 부진하다. 그러나 러시아 육상은 내실이 탄탄하다. 대한육상경기연맹 김만호 국제이사는 “이번 대회 참가 선수들은 공식훈련장 외에도 숙소 근처에서 운동을 한다. 러시아에는 육상클럽 등이 발달해 있어 곳곳에 훈련시설이 잘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2011대구대회에서 금메달 9개, 은메달 4개, 동메달 6개를 획득해 미국(금 12·은 8·동 5)에 이어 종합 2위에 오른 육상강국이다.

모스크바에서 한국 육상의 예고된 부진을 보며 육상 인프라의 현격한 격차가 떠올랐다. 700억원이 넘는 육상진흥센터 공사비 중에는 국비지원이 500억원 이상이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로 인프라 확충의 호기를 맞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대구시는 2011년 대회 개최 이후 발생한 잉여금(약 520억원)에 대해서도 체육발전을 위해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제대회는 유치와 개최로 끝이 아니다. 대구조직위원회는 2년 전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자축하며 “이 성과를 살려 육상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그 약속들은 지금,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모스크바|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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