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희기자의 여기는 모스크바] 미녀새 이신바예바 “한 번 더 날자”

입력 2013-08-15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신바예바. 동아일보DB

러시아의 세계적 스타 이신바예바 화려한 부활
처음 우승 맛본 무대서 장대높이뛰기 여왕 복귀
고국 팬 열광적 응원 속 세계선수권 세번째 제패
현역 마지막 대회 예고했지만 “다시 돌아올 것”


언제나 그랬듯, 심호흡을 크게 한 뒤 중얼중얼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마치 마법의 힘이라도 빌린 듯, 사뿐히 바를 넘었다. 4m89.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31·러시아)는 매트에 몸이 닿자마자 번쩍 뛰어올라 두 팔을 뻗어 환호했다. 이어 폴 박스에 장대를 꽂았다. 이 모든 동작은 매 대회 반복되어온 ‘미녀새’의 상징이다. 잠시 뒤 경쟁자들이 3차시기까지 모두 4m89에 실패하자, 관중석에선 함성이 터져 나왔다. 14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스타디움에서 열린 제14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이신바예바가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2012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제니퍼 슈어(미국)와 야리슬리 실바(쿠바·이상 4m82)가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했다.


● ‘미녀새’의 독무대

당초 이날 경기는 이신바예바의 고별무대로 예고돼 있었다. 이미 그녀는 외신을 통해 “모스크바세계선수권을 마친 뒤, 선수생활을 접고 결혼과 출산을 하고 싶다”고 공언한 바 있었다. 루즈니키스타디움에는 ‘미녀새’의 마지막 비상을 보기 위해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경기장 분위기 역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의 남자 100m 결승이 열린 12일보다 열광적이었다. 곳곳에서 파도타기의 물결이 넘실거렸고, 이신바예바의 얼굴이 화면에 잡힐 때마다 경기장은 들썩였다. 여자 장대높이뛰기뿐 아니라, 남자 400·800m 결승 경기도 이날 열렸지만, 타 종목 금메달리스트들은 ‘미녀새’의 그늘에 완전히 가렸다.


● 러시아가 가장 사랑하는 육상스타

모스크바세계선수권의 자원봉사자 가운데는 학생 육상선수들이 더러 있다. 이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선수’를 물으면, 한결같은 답변이 돌아온다. 높이뛰기선수든, 단거리선수든 ‘미녀새’를 가슴에 품고 있다. 러시아가 가장 사랑하는 육상스타는 고국에서 생애 3번째로 세계선수권 정상에 올랐다. 루즈니키스타디움은 그녀가 처음으로 우승을 맛봤던 곳이라 더 뜻 깊었다. 금메달을 확정지은 이신바예바는 자신의 세계기록(5m06)보다 1cm 높은 5m07에 도전했다. 이미 경기장은 축제의 장. 그녀는 관중의 박수를 유도하며 보너스 게임을 즐겼다. 3차시기 직전에는 온 관중이 “러시아”를 연호해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3차시기를 실패한 이신바예바는 러시아 국기를 온 몸에 휘감고 트랙을 달렸다.


● 은퇴의사 번복…출산 후 2016년 올림픽 도전

개인통산 28회나 세계기록을 작성한 이신바예바는 여자 장대높이뛰기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힌다. 2005년 헬싱키대회 2007년 오사카대회에서 세계선수권을 2연패했고, 2004년 아테네대회와 2008년 베이징대회에선 올림픽을 연속 제패했다. 2009베를린세계선수권에서 실패한 이후 줄곧 하향세였지만, 안방에서 다시 날개를 폈다. 이신바예바는 경기 후 공식기자회견에서 “나는 장대높이뛰기의 여왕이다. 부상을 극복하고 다시 세계챔피언이 된 내가 자랑스럽다. 내 선수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우승이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어 “은퇴는 아니다. 잠시 휴식을 취할 것이다. 내년에 아기를 낳은 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도전하겠다”며 은퇴의사를 번복했다.

모스크바|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