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빅베어 최준석, 2009 눈물자욱 지운다

입력 2013-08-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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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석은 올 시즌을 마치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그러나 FA는 잠시 잊었다. 그는 오로지 팀 우승에 ‘올인’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2009년 SK와 PO4차전 패배 자초 눈물·콧물
데뷔 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KS우승
최후의 싸움은 집중력과 간절함의 대결…
늦깎이 FA보다 팀 성적에 목매는 이유


2009년 10월의 일이다. SK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이 끝난 뒤 두산 최준석(30)은 “나 때문에 졌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3-3 동점이던 3회 1사 1·3루서 통한의 병살타를 때려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데 대한 자책이었다. 프로야구 최고 덩치인 그의 눈에 고인 눈물을 보면서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의 가슴앓이가 어느 정도인지는 쉽게 짐작하고도 남았다. 다음 날 그는 “정말 그냥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소주 몇 잔 먹고 눈물, 콧물 다 쏟고 나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시리즈에서 우리 팀이 지면 정말 큰 상처로 남을 것 같다. 5차전에서 반드시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 상처로 남은 가을잔치

그러나 최준석의 바람과 달리 두산은 당시 SK에 5차전을 내줬고, 2007~2008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SK에 덜미를 잡힌 데 이어 3년 연속 같은 팀에 좌절을 맛보고 말았다. 15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최준석에게 물었다. ‘2009년의 눈물을 기억하느냐’고. 그는 “난 운 적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다 이내 “어떻게 그것을 잊을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의 가슴 속에는 응어리진 아픈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 두산, 올해는 다르다!

2001년 롯데에 입단했던 최준석은 2006년 5월 두산으로 트레이드되면서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2010년에는 개인적으로 오랜 소망이었던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두산에서 뛰면서 가정도 이뤘고, 그토록 꿈에 그리던 아이도 얻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여러 번 가을잔치를 경험했지만, 단 한번도 마지막 순간에 웃어보지 못했다. 현재 두산은 2위 LG와 제법 차이가 나는 3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최준석은 “한때 팀도, 나도 고비를 겪긴 했지만 지금은 팀에 힘이 붙었다. 아직 시즌이 끝나려면 많이 남았다”며 “충분히 두산은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힘이 있다. 마지막 싸움은 집중력과 간절함의 대결이 될 것이다. 우리가 우승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 듯한 표정이었다.


● FA? 팀 성적이 우선!

최준석은 올 시즌이 끝나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불규칙한 출장 속에서도 그는 15일까지 시즌 타율 0.296에 7홈런 29타점을 마크하고 있다. 개인 최고 타율(0.321)과 홈런(22개)을 마크한 2010년보다는 부족하지만, 여전히 그는 정확성과 파워를 겸비한 매력적인 4번타자로 평가받고 있다. 동기들보다 길게는 4년이나 늦게 얻게 되는 FA 자격,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일 터. 그러나 그는 의도적으로 자신을 잊으려 했다. 최준석은 “지금은 나보다 팀을 생각할 때”라며 “FA가 된다는 생각은 가급적이면 안 하려고 한다. 팀 성적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광주|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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