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우승하기까지] 챔스리그 조기 탈락이 오히려 약 정규리그·FA컵 전력 집중 계기

입력 2013-12-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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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까지 선두 달리다 2위 추락…즐기는 축구로 다시 6연승

포항 스틸러스는 올 시즌 새로운 목표 설정에 고심했다. 작년 FA컵 정상에 섰고, 시즌 후반부 폭발적인 힘을 내며 정규리그를 3위로 마쳤다.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들로 이뤄낸 멋진 성과였다. 모기업이 예산을 줄이면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형편이 못 됐다. 2013시즌도 국내 선수들로 옅은 스쿼드를 꾸려야 했다.

꾸준한 경기력이 필요한 정규리그보다 단기간 승부를 볼 수 있는 토너먼트 대회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미 FA컵에서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황선홍 감독은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최우선 목표로 잡았다. 홈&어웨이로 열리는 챔스리그 조별리그 반환점을 돌며 1승2무를 기록했다. 16강 진출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산프레체 히로시마를 홈으로 불러들여 1-1로 비겼다. 선제골을 허용했으나 황진성이 빠른 시간 동점골을 넣었다. 포항은 거센 공세를 퍼부었지만 추가골을 얻지 못했다. 이는 최악의 결과로 귀결된다. 이어 열린 베이징 궈안 원정에서 0-2로 졌다. 올 시즌 승승장구하던 포항의 시즌 첫 패배였다. 분요드코르와 마지막 홈경기에서 후반 종료 직전 박성호의 동점골이 터졌으나 경기를 되돌리긴 늦은 시간이었다. 1-1 무승부. 포항은 승점7(1승4무1패)로 조별리그 탈락했다. 황 감독은 진한 아쉬움을 드러내며 리그에 집중하기로 했다.

챔스리그 탈락은 포항에 큰 약이 됐다. 정규리그와 FA컵에 모든 신경을 쏟아 부을 수 있었다. 포항은 10월19일 FA컵에서 전북과 120분 연장 혈투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사상 첫 FA컵 2연패였다.

흐름은 작년을 빼닮았다. FA컵 우승 이후 리그에서 5연승을 달리며 울산과 최종전을 남겨뒀다. 울산은 11월27일 부산 원정에서 승리하면 우승을 자력 확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울산이 1-2로 덜미를 잡히면서 흐름은 포항에 완전히 넘어왔다.

우승까지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포항은 9월까지 줄곧 선두를 유지했으나 폭발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치고나갈 상황에서 번번이 주저앉았다. 8월28일과 9월1일 연속해서 열린 울산과 부산전에서 올 시즌 첫 2연패를 당했다. 울산과 승점차가 1로 좁혀졌다. 상위그룹 첫 경기에서 전북을 3-0으로 완파했지만 이후 5경기에서 4무1패로 부진했다. 울산에 선두를 내줬고 2위로 내려앉았다. 시즌 첫 추격자의 입장이 됐다.

황 감독은 선수들에게 냉정함을 강조했다. 선수들도 FA컵 우승으로 부담을 떨치고 경기를 즐겼다. 정규리그 최종전까지 6연승을 거침없는 행보를 맞이하며 기적과도 같은 역전 우승을 썼다. 사상 첫 FA컵과 정규리그 동시 석권이었다.

울산|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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