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김상식 “홍명보 감독은 나의 롤모델”

입력 2013-12-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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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은퇴 후 AFC B급 지도자 강습회에 참가한 김상식(전북)이 4일 파주NFC 인근 커피숍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파주|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

■ 축구인생 1막 마치고 지도자 길 걷는 김상식

휴가 같은 느낌…아직 은퇴 실감 안나
최강희 감독님과 전북은 평생의 은인
감독님께 FA컵 우승 선물 못해 아쉬움
선수생활 잘한 것 같아…200점 주겠다


거친 삶을 살아왔다. 대표팀에서 수차례 실수하며 팬들의 질타를 들었다. 오랜 시간 뛰었던 ‘친정’에서는 방출되다시피 한 기억도 있다. 그러나 매번 오뚝이 같이 일어섰다. 1일 전북 현대에서 은퇴경기를 가진 김상식(37) 이야기다. 그는 성실의 아이콘이다. 15년 동안 20경기 이상을 꾸준히 소화하며 기복 없는 경기력을 펼쳤다. 많은 후배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축구인생의 1막을 마치며 지도자의 꿈을 향해 달린다. 여느 때와 같이 타고난 몸과 성실성 하나로. 아시아축구연맹(AFC) B급 지도자 강습회에 참가하는 김상식을 4일 파주NFC 인근 커피숍에서 만났다.


● ‘북받친 감동’ 은퇴식


-은퇴가 실감나나.

“선수들은 휴가 기간이다. 나도 휴식을 취하는 기분이다. 선수단 소집이 되고, 나 혼자 벽보고 누워 있으면 실업자가 됐다고 느낄 것 같다(웃음).”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떠날 때 기분은.

“팬들이 붙잡으셔서 사인을 많이 했다. ‘제 팬도 아닌데 왜 이러시냐. 있을 때 잘 하지 떠날 때 잡으시냐’고 너스레를 떨었더니, ‘원래 좋아했다’고 말씀 주시더라. 기분이 짠했다.”


-은퇴 경기에서 파넨카 킥으로 PK골을 넣었는데.

“지금도 긴장되고 떨린 순간이다. (김상식은 후반41분 서상민이 얻은 PK를 골키퍼를 속이는 재치 넘치는 파넨카 슛으로 득점했다.) 갑자기 나한테 차라고 하더라. 못 넣었으면 평생 실축 얘기를 할 것 아닌가. 최용수 감독님이 그 순간 계속 오른쪽 차라고 말씀하시더라. 어깨 만지면서 사인 주시고. 나한테 속임수를 쓰는 건가 싶었다. 경기 끝나고 전화 드렸다. ‘은퇴식 때 하나 주실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따졌더니 ‘내가 잘못했다’고 말씀하시더라(웃음).”


-은퇴는 언제부터 준비했나.

“좋을 때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FA컵 결승에서 최강희 감독님과 동료들에게 우승컵을 선물하고 싶었는데…. (전북은 연장 혈투 속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졌다.) 11월23일 인천전 마치고 최 감독님께 의사를 전했다. 1주일 새 3kg이 빠졌다. 새벽 3∼4시에 깨서 잠도 못 이루고. 며칠 그런 생활이 반복됐다.”


-가족은 무슨 얘기를 해줬나.

“와이프가 무뚝뚝한 편이다. 말수도 적고. 따듯한 말 한마디 못하는 성격인데 은퇴를 얘기했더니 ‘지금까지 한 것도 대단하다’고 말해주더라.”


-축구인생의 1막이 끝났는데 점수는.

“운동선수로는 200점을 주고 싶다. 잘 한거 같다. 이제부터 잘 하는 게 중요하다.”


가난한 어린시절 부산 산동네서 살아
초등학교 때 배드민턴부에 갔다 실망
마침 축구부가 창단하길래 입문했다

삶의 신조는 ‘남한테 손 벌리지 말자’
스스로 일어섰고…베풀며 살고 싶다



● ‘굴곡 많았던’ 인생사

-축구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전남 해남이 고향인데 부산으로 이사 갔다. 형편이 어려워 산동네에서 살았다. 도시로 넘어가면서 적응을 못했다. 구포초등학교 배드민턴부에 들어갔는데 1주일이 지나도 라켓을 주지 않더라. 물집이 10번은 잡혀야 주겠다고 해서 나왔다. 마침 축구부가 창단했다.”


-대표팀에선 아쉬움이 클 텐데.

“한일월드컵이 아쉽다. 어린 나이에 포기가 빨랐다. 대표팀에선 실력 발휘를 못했다. 당시 내가 황선홍, 홍명보 감독님처럼 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원망하진 않는다.”


-2008년 성남에서 방출되다시피 했는데.

“방출이 맞다. 손 내미신 최 감독님과 전북은 평생 갚아 나가야할 은인이다. 2009년 전북 이적 후 ‘친정’ 성남과 우연찮게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났다.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런 게 드라마 아닌가 싶었다. 성남에서 오래 뛰며 정신이 나약해진 이유도 있다.”


-원칙이나 신념이 있나.

“남한테 손 벌리지 말자. 숱한 어려움 속에서 스스로 딛고 성장했다. 베풀며 살고 싶다.”


● ‘존경 받는’ 지도자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나.


“존경받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수많은 국내외 감독님을 거쳤다. 그분들의 장점을 본 받고 싶다. 감독은 팀과 선수들에 맞는 옷을 입혀야 한다. 감독은 팀을 위해, 선수는 자신의 축구를 버리고 감독을 믿고 요구하는 축구를 해야 한다.”


-최 감독님께 배우고 싶은 것은.

“촌철살인의 한 마디. 말끝에는 가시가 있다. 골똘히 생각하게 만드신다. 선수들을 다독거리거나 심리를 꿰뚫어보신다. 반면 말이 많으면 문제라고 생각하신다. 그래도 좋은 말씀 좀 해주시지(웃음).”


-헌신과 희생의 아이콘이기도 한데.

“공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11명이 하고 부딪히며 싸워야 한다. 헌신은 팀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다. 헌신이 없으면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슈퍼스타보다 낮은 자세로 임하는 선수가 필요하다.”


-롤 모델로 홍명보 감독을 삼았다.

“많은 선수들의 모델이다. 축구 대통령(?) 같은. 실력도, 카리스마도 잘 생긴 얼굴도 갖고 계신다(웃음). 따라가진 못 하겠지만 닮고 싶은 부분이 많다. 현역시절과 코치시절 모두 경험했다. 제가 힘들 때는 따듯한 말씀을 해주셨다.”

파주|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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