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ML 타임슬립] 매덕스의 전성기가 그리운 애틀랜타 응답하라 1995

입력 2013-12-05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그렉 매덕스. 사진|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시절 경기 모습 캡처

■ 그렉 매덕스의 유일한 우승, 그해

1995년 생애 첫 월드시리즈 등판
최강타선 클리블랜드 상대 1차전 V
美 애틀랜타 연고팀 사상 첫 우승
1995년 이후 한차례도 우승 못해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열기가 뜨겁다. 그렇다면 1994년 메이저리그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선수들의 파업으로 월드시리즈는 물론 플레이오프 자체가 무산돼 암흑기였다고 정의할 수 있다.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못한 것은 1904년 이후 처음이었기 때문에, 이듬해인 1995년 펼쳐진 아메리칸리그(AL) 챔피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내셔널리그(NL) 챔피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월드시리즈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 속에 치러졌다.

정규시즌에서 144경기 만에 100승 고지를 돌파한 인디언스는 막강 화력을 자랑하는 팀으로 타율(0.291), 득점(840), 홈런(207), 도루(132) 등에서 AL 1위를 독식했다. 케니 로프턴, 오마르 비스켈로 이어지는 테이블세터진에 카를로스 바에르가, 앨버트 벨, 에디 머리, 매니 라미레스, 짐 토미로 이어지는 타선은 상대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반면 브레이브스는 그렉 매덕스를 위시해 톰 글래빈, 존 스몰츠, 스티브 에이버리로 이어지는 최강의 선발진을 앞세워 NL을 평정했다. 그야말로 역대 최고의 창과 방패의 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팬들의 기대처럼 두 팀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를 연달아 펼쳤다. 6차전까지 1점차 승부가 무려 5번이나 됐다.

10월 22일(한국시간) 애틀랜타 풀턴카운티스타디움에서 열린 1차전은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브레이브스 선발은 ‘매드 독(mad dog)’이란 별명을 지닌 ‘컨트롤의 마법사’ 매덕스. 1992년부터 3년 연속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거머쥔 그는 그해 정규시즌에서 19승2패에 방어율 1.63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로 손꼽혔다. 인디언스는 1988년 LA 다저스 우승의 주역이었던 오렐 허샤이저에게 1차전 선발의 중책을 맡겼다. 당시 35세의 노장이던 허샤이저는 정규시즌에서 23승을 거둔 1988년 이후 가장 많은 16승을 올리며 생애 2번째 월드시리즈 진출의 꿈을 이뤘다.

자신의 생애 첫 월드시리즈 경기였지만 매덕스는 단 2안타만 허용하며 2실점으로 인디언스의 막강 타선을 틀어막아 3-2 완투승을 따냈다. 선취점은 인디언스의 몫이었다. 1회초 수비 실책으로 출루한 로프턴이 2루와 3루를 연달아 훔친 뒤 바에르가의 내야땅볼 때 홈을 밟았다. 브레이브스는 2회말 4번 프레드 맥그리프의 동점 솔로홈런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팽팽한 투수전의 균형은 7회말 브레이브스가 2점을 얻으며 깨졌다. 특히 상대의 허를 찌른 라파엘 벨리아드의 완벽한 스퀴즈번트가 압권이었다.

두 투수의 리턴매치는 5차전에서 펼쳐졌다. 글래빈과 데니스 마르티네스가 선발 맞대결을 펼친 2차전에서 브레이브스는 4-3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둬 홈에서 기분 좋게 2연승을 따냈다. 반격에 나선 인디언스는 3차전에서 연장 11회 혈투 끝에 7-6으로 승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에이버리를 앞세운 브레이브스가 5-2로 4차전을 따내 인디언스는 1승3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

5차전에서 인디언스는 1회말 벨이 매덕스를 상대로 2점홈런을 터뜨리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브레이브스는 4회와 5회 1점씩 얻으며 균형을 맞췄지만, 매덕스가 6회말 2점을 빼앗긴 데 이어 8회말 토미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하고 고개를 숙였다. 브레이브스는 9회초 신예 라이언 클레스코의 2점홈런으로 4-5까지 바짝 추격했다. 월드시리즈 역사상 처음으로 3연속경기 홈런포를 가동한 클레스코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브레이브스는 1점차 패배를 당했다.

3승2패로 여전히 앞섰지만 애틀랜타 팬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우세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1991년 월드시리즈에서 미네소타 트윈스에게 3승4패로 패했고, 1992년에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에게 2승4패로 무릎을 꿇었던 악몽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팬들의 우려는 매덕스의 라이벌이자 ‘절친’인 글래빈이 말끔하게 씻어 버렸다. 6차전 선발로 나선 글래빈은 8회까지 단 1안타만을 내주며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브레이브스는 6회말 터진 데이비드 저스티스의 결승 솔로홈런에 힘입어 1-0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2승을 거둔 글래빈은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브레이브스의 방패에 막힌 인디언스 타선은 고작 팀 타율 0.179에 그치며 무기력하게 패했다.

브레이브스의 1995년 우승은 애틀랜타에 연고지를 둔 프로팀의 첫 우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통산 3번째로 월드시리즈를 차지했지만, 1914년에는 보스턴, 1957년에는 밀워키에 연고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프로풋볼(NFL) 애틀랜타 팰콘스도 세인트루이스에 연고지가 있던 1958년 정상에 올랐을 뿐, 애틀랜타로 옮긴 뒤에는 슈퍼볼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막강 투수진을 앞세운 브레이브스의 전성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1995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1996년과 1999년 NL 챔피언 자리에 올랐지만 월드시리즈에서 2번 모두 뉴욕 양키스의 벽에 막히고 말았다. 1996년에는 2연승을 거둔 뒤 4연패를 당했고, 1999년에는 4경기를 모두 패했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