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바이애슬론, 심폐지구력·빠르고 정확한 사격·스키 왁싱 노하우가 중요 포인트

입력 2013-12-05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바이애슬론 국가대표 선수들이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장거리 스키와 사격이 결합된 종목으로 심폐지구력과 사격술의 조화가 필수적이다. 스포츠동아 DB

내년 2월 러시아 소치에서 제22회 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 못지않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눈과 얼음 위의 스포츠 대축제’다. 2014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스포츠동아는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체육과학연구원과 함께 동계올림픽 종목에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 과학으로 본 동계올림픽 바이애슬론 (Biathlon) 下

언덕 등판 능력이 좌우…최대 산소섭취량 관건
숨찬 상태서 사격…호흡과 리듬조절 능력도 필수
스키 바닥 잘 미끄러져야…왁싱 전문가 확보 경쟁

바이애슬론에는 의외로 많은 스포츠과학의 요소들이 숨어있다. 첫 번째는 심폐지구력이다. 바이애슬론은 사격 전후 동일한 코스를 짧게는 3번, 길게는 5번 반복해 주행해야 하므로 심폐지구력이 뛰어난 선수에게 크게 유리하다. 게다가 평지가 아닌 언덕을 좀더 빠르게 오르내려야 하므로 강한 심장과 폐기능이 요구된다. 특히 경사진 언덕을 오르는 등판능력이 몹시 중요하다.

심폐지구력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최대산소섭취량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데, 세계적 선수들은 80∼85ml/kg/min 이상의 높은 최대산소섭취 수준을 나타낸다. 최대산소섭취량 수준이 높다는 것은 힘든 상황에서도 오랫동안 잘 견딜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의미다.

지난달 열린 IBU컵에서 입상한 1∼3위 선수들을 대상으로 코스를 반복하는 랩타임을 비교한 결과, 남자 10km 스프린트 선수들은 3.3km를 반복해 도는 동안 첫 번째 바퀴에 걸리는 시간에 비해 두 번째는 17% 정도 속도가 떨어졌으며, 세 번째는 첫 번째 바퀴에 비해 13%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 7.5km 스프린트 1∼3위는 2.5km 코스를 반복하는 동안 첫 번째 바퀴에 비해 두 번째는 7%, 세 번째는 10% 정도 속도가 떨어졌다. 물론 사격 결과에 의한 영향도 있겠지만, 운동량이 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 축적에 의해 스피드가 줄어드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동일한 운동강도에서도 피로 수준이나 스피드 감소율이 개인별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즉, 심폐지구력이 우수하면 상대적으로 덜 지치고, 스피드 감속률이 낮기 때문에 바이애슬론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심폐지구력을 크게 요구하다보니 운동경력이 15년 정도 된 베테랑 20대 후반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사격의 과학이다. 사격은 바이애슬론의 꽃이다. 3.5kg의 총을 메고 코스주행을 마치고 중간 중간 사대에서 50m 앞에 수평으로 연결된 5개의 과녁을 정확히 맞혀야 하는데, 엎드려쏴와 서서쏴를 반복한다. 엎드려쏴는 상대적으로 안정적 자세이기 때문에 과녁의 지름이 45mm로 작고, 서서쏴는 지름이 115mm로 크다. 또 총은 22구경 수동 노리쇠 방식이라 선수들이 직접 장전하며 사격을 해야 하므로 성급하게 서두르거나 방심해선 안 된다.

사격능력에선 얼마나 빨리, 더 정확하게 사격을 마치는가가 중요하다. 또 5발을 다 맞히지 못할 경우에는 못 맞힌 만큼 150m 벌주를 돌거나 기록에 시간을 추가해 불이익을 받게 돼있다. 그리고 주행을 마친 직후 숨이 찬 힘든 상태에서 사격을 해야 한다. 따라서 얼마나 자신의 호흡을 잘 조절하고 리듬 있는 사격을 하는가가 정확한 사격의 포인트다. 바이애슬론 사격에선 빨리 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하게 쏘는 게 더 중요하다.

세 번째는 왁싱의 과학이다. 스키 종목의 공통적 특성이겠지만, 스키가 잘 미끄러져 나가며 상대적으로 힘이 덜 들게 나가면, 에너지를 절약해 스피드를 더 낼 수 있다. 따라서 바이애슬론장에서 각국의 왁싱룸은 분주하기 이를 데 없다. 스키 바닥에 왁싱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선수들의 경기력이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서로 왁싱 노하우는 비밀로 하며 능력 있는 왁싱 전문가를 보유하려고 경쟁한다.

왁싱이 중요한 만큼 한국대표팀도 몇 년 전부터 국제대회 시즌 동안에 외국 왁싱맨 2명을 고용해 활용하고 있다. 왁싱맨들은 경기장 주변의 왁싱룸에서 눈의 질과 양, 기온, 습도 등 여러 조건에 맞는 상태로 스키 바닥을 왁싱해야 하기 때문에 경기 전과 후의 움직임이 선수나 코치 못지않게 분주하다.

네 번째는 정보의 과학이다. 선수들은 경기에 집중하다보면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또 전체적인 경기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코스 중간이나 사격장에선 선수들에게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해준다. 코스에선 선수들의 현재 순위나 상태 등의 정보를 주며, 사격장에선 조준에 대한 정보를 탄착군 확인판을 들어 시각적으로 전달하거나 말로 전해준다. 이런 정확한 정보 제공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다섯 번째는 경기기록 측정의 정확성과 홍보성이다. 선수들의 코스별 랩타임은 신발에 장착한 시간측정기에 의해 정확하게 자동으로 측정되며, 사격 결과는 큰 전광판을 통해 명중과 불발을 관중석에서 확인할 수 있게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또 산속의 코스 상황도 카메라를 배치해 실시간으로 보여줘 선수와 동일한 긴장감 속에서 입체적으로 경기를 관전할 수 있게 해준다.

바이애슬론은 이처럼 심폐지구력과 정확한 사격술이 경기력에 중요하게 작용하므로 한국대표팀도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는 동계종목이다.

성봉주 박사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스포츠동아·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체육과학연구원 공동기획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