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질수록 근성 더 보여줍니다” 전랜 이현호, 유감독과 사는법

입력 2013-12-11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전자랜드 이현호가 유도훈 감독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자기를 알아주는 리더를 만나 ‘행복한 농구선수’가 된 이현호가 힘차게 드리블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BL

전랜 차바위 버저비터 팁인, 삼성에 극적인 승리

인생에서 자기를 알아주는 리더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그런 점에서 전자랜드 주장인 포워드 이현호(33)는 행복한 농구선수다. 그는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에 대해 “한 단계 높은 농구인생을 살게 해주신 분”이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실제로 이현호는 유 감독 덕분에 전자랜드로 왔다. 유 감독은 2009년 11월 전자랜드 간판선수였던 김성철을 KT&G(현 KGC)로 보내고, 이현호를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강력히 주장했다. 농구사랑이 각별한 전자랜드 홍봉철 구단주마저 내키지 않아했던 트레이드였지만 유 감독은 강행했고, 보란 듯 성공시켰다. 누구보다 떨렸던 사람은 이현호였는데 이제는 홍 구단주가 다른 선수들에게 “이현호처럼 하라”는 얘기를 한다니 뿌듯하기만 하다.

사실 이현호는 유 감독의 꾸중을 누구보다 심하게 들을 선수다. 그러나 그 지적에 주눅 들지 않고 따라가니까 길이 보였다. “한번은 방성윤(전 SK)을 감독님이 수비하라고 시킨 적이 있었다. 그런데 수비가 잘 안돼서 교체됐다. 벤치에 들어와 나 자신한테 너무 화가 나 수건을 뒤집어쓰고 자책하는 소리를 크게 냈는데, 이것을 지켜본 감독님이 ‘다시 나가서 막아봐’ 하시더라.” 유 감독이 실수에 굴하지 않는 파이터형 선수를 좋아한다는 점을 깨달은 이현호는 그 다음부터 혼날수록 더 근성을 보여주려 했다. 그는 “그러다보니 이젠 주장도 됐고, 인정도 받아서 실수를 해도 봐주시는 것 같다”며 웃었다.

올 시즌 문태종의 LG 이적 등으로 팀 전력이 약해졌다는 얘기에 이현호는 “감독님이 시즌 전 준비한 패턴만 선수들이 잘 소화해도 지금보다는 더 잘할 것”이라며 6강을 자신했다. 다만 어린 선수들이 많은 편이기에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데 신경 쓰고 있다.

이현호의 게임은 경기 전 애국가 연주 때부터 시작된다. 그는 “국민의례 때 눈을 감고, 오늘 막을 선수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런 성실함이 있기에 유 감독이 “수비는 한국에서 최고”라고 말하는지 모른다.

한편 전자랜드는 10일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종료 버저와 함께 림을 통과한 차바위의 팁인으로 78-76의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전자랜드는 삼성과 함께 11승12패, 공동 5위로 올라섰다.

잠실|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