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곤 “아픔보다 기쁨과 행복이 많아 구단에 서운함도 앙금도 없다”

입력 2013-12-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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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곤 감독. 스포츠동아DB

■ 울산 지휘봉 내려놓은 김호곤 감독 소회

K리그 클래식 준우승에도 사퇴 충격
“울산에서 5년…미운 정 아닌 고운 정”

“아픔보다는 기쁨과 행복이 많았지.”

울산 현대 지휘봉을 내려놓은 김호곤(62) 감독의 담담한 회고다.

울산은 올해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다. 단단한 수비와 강한 공격으로 작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평정해 ‘철퇴왕’으로 군림했던 김 감독은 포항과 올해 정규리그 최종전을 넘지 못해 눈물을 삼켜야했다. 당초 4위권 밖이라는 전문가 예상을 깨고 준우승이라는 호성적을 내고도 궁지에 몰렸다.

이에 선택은 간단했다. 고민도 길지 않았다. 자진 사퇴였다. 시즌 종료 사흘이 흐른 4일 서울 모처에 울산 담당 기자들을 불러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현장에 있던 울산 프런트도, 코치들도 몰랐던 깜짝 발표였다. 이제 한달이 흘렀다. 그 때 심정을 다시 한 번 물어봤다.

“글쎄, (사퇴를)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같은 순간이 오더라도 아마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일말의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조금도 아프진 않다.”

베테랑 감독의 변함없는 뚝심이었다. 사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그는 “노장은 녹슬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닳고 닳아 사라지는 것이다”고 했다.

지도자에 대한 울산 구단의 허술한 처우는 지금도 지탄 받는다. 1년 단위 계약으로 코칭스태프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작년 아시아 무대를 제패하고 AFC 감독상까지 받은 김 감독과 올해 초 계약 협상 테이블에서 1+1(년) 옵션 계약을 제시해 논란을 일으킨 울산 구단이다. 서운함은 없을까.

김 감독은 “나는 괜찮다. 구단에 전혀 서운하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앙금 같은 것도 없다”고 했다. 5년 간 머물렀던 울산과 쌓은 정(情) 때문이다. 미운 정이 아닌 고운 정이다. 사실 빈껍데기에 불과하지만 울산 기술고문이란 직책을 허락한 것도 그래서다.

“난 울산에서 숱한 추억을 쌓았다. 아무런 불만이 없다. 작년 멋지게 이룬 아시아 정상 등극과 올해 포항전은 남은 평생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뼈저린 아픔까지도 이제는 소중한 추억이 됐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비록 난 없지만 후임 사령탑 조민국 감독을 믿고 따르길 바란다. 자신이 울산 소속임을 항상 자랑스러워하길 바란다. 당당하고 자신 있게 하루하루 임해주길 바란다. 현장에서 가끔 만났을 때 서로 안아주고 반겨줬으면 한다”는 소망을 전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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