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우규민 생애 첫 PS 승리 기쁨 두배

입력 2014-10-2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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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선발 우규민이 22일 NC와의 준PO 2차전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우규민은 빼어난 완급조절을 앞세워 선발투수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냈다. 마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포수 최경철과 만점 호흡…2차전 MVP
5이닝 무실점…‘큰경기 약점’ 우려 불식

LG 우규민(29)은 준플레이오프(PO)를 치르기 직전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팀의 4강이 결정되는 17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등판해 2.1이닝 동안 6안타 4실점으로 무너졌다. 같은 날 4위 한 자리를 두고 싸우던 SK가 넥센에 지며 LG의 4강 진출이 결정됐지만, 올 시즌 11승을 거두며 토종에이스 역할을 했던 우규민의 붕괴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결과보다 내용이 문제였다. 그는 중요한 경기에서 자신의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큰 경기에 약한 것 같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게다가 준PO 1차전이 끝나고 비로 인해 경기가 이틀이나 미뤄지는 예기치 않는 일이 벌어졌다. 3차전 등판 예정이었던 우규민이 2차전 선발로 예고됐다. LG가 1승을 거뒀지만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하는 경기.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2차전에 선발로 나서는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작 우규민은 담담했다. 오히려 “등판 차전은 바뀌었지만 원래 등판 날짜이기 때문에 문제없다”며 “워낙 시즌 마지막 경기(4강을 결정짓는 롯데전)에 부담이 커서 오히려 지금은 홀가분하다. 원래 마음을 비운 타자들이 더 무서운 법인데 그때 1점도 안 주려다가 내 공을 제대로 못 던졌다. 또 비로 인해 경기가 미뤄지는 건 우리 팀만 부담이 되는 게 아니고, NC 선수들도 마음이 무거울 수 있기 때문에 괜찮다”는 여유를 보였다.

여유는 자만이 아니었다. 예방주사를 호되게 맞은 우규민은 더욱 단단해진 모습으로 공을 던졌다. 그는 22일 마산에서 열린 준PO 2차전에서 선발등판해 5이닝 4안타 3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포수 최경철와의 찰떡호흡을 자랑했다. 스트라이크존 좌우 코너워크뿐 아니라 높낮이까지 모두 이용한 제구력이 일품이었다. 최저 136km에서 최고 142km 직구와 스피드는 직구와 비슷하지만 스트라이크존에서 살짝 변화하는 투심패스트볼로 타자들을 현혹시켰다. 구속 차이를 준 체인지업에 슬라이더까지 섞어 던지며 NC 타자들을 마음껏 요리했다. 1회 무사 1루 위기에서 김종호를 상대로 낮은 공을 던졌다가 다시 138km 높은 직구로 승부해 더블플레이를 솎아낸 장면이 대표적이다.

우규민은 비록 6회 볼넷, 안타로 무사 1·2루를 만들고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바통을 이어받은 신재웅이 3아웃을 모두 잡아내며 후배의 승리투수 요건을 만들어줬다. 최경철이 2루에서 3루로 도루하던 대주자 이상호를 잡아낸 게 결정적이었다. NC의 끈질긴 추격에도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승리투수가 된 우규민은 환한 미소로 자신의 생애 첫 포스트시즌 첫 승을 자축했다. 우규민은 2차전 데일리 MVP로 선정됐다.


우규민 “시즌 최종전 부진…오히려 큰 도움”

● LG 우규민=선발로 나섰다는 자체가 영광이다. 지난해에는 조금 얼떨떨했는데 지나고 나니 후회가 되더라. 올해는 지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던졌다. 1구, 1구에 집중했다. 초반에 점수가 났기 때문에 편안하게 던지기도 했다. 17일 롯데와의 최종전에서 예방주사를 제대로 맞아서 그게 오늘 경기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 데일리 MVP 선물인 선글라스와 이어폰은 스나이더에게 주기로 했다. 상금이어도 줬을 것 같다. 그만큼 고맙다.

마산|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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