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아가메즈 ‘주홍글씨’ 지웠어요

입력 2014-10-3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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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리버만 아가메즈(오른쪽 7번)가 29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NH농협 V리그’ 남자부 LIG손해보험전에서 공격을 성공시킨 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천안|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동료들과 부조화·수비훈련 건성 한때 갈등
김호철 감독 호통과 대화에 180도 달라져
LIG손해보험전 문성민과 37점 합작 V견인

“우리 아가가 달라졌어요.” 요즘 외국인선수 아가메즈를 보며 현대캐피탈 프런트가 들려준 얘기다. 아가메즈는 지난 시즌 ‘세계 3대 공격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V리그를 찾았지만 삼성화재 레오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2인자에 머물렀다. 배구기술은 명성대로였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외국인선수가 V리그에서 성공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 동료들과의 융화가 문제였다. 선수로서의 명성이 높고 자존심이 유난히 강하다는 평판이 있었지만 동료들과 따로 노는 듯한 모습이었다. 삼성화재 레오가 위기상황에서 동료들을 격려하고 팀을 위한 헌신을 강조하는 것과 비교됐다. 챔피언결정전 때 부상을 당했던 아가메즈는 외국인선수로서는 드물게 진통제를 맞고 출장하는 투혼까지 보였지만 ‘한국배구를 우습게 안다’ ‘감독의 통솔에는 벗어나는 행동을 한다’는 등의 ‘주홍글씨’가 등에 새겨져 있었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이런 아가메즈를 이번 시즌에도 받아들였다. 다른 선수를 알아봤지만 사정이 어려워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심정으로 재계약한 속사정도 있었다. 발목인대 손상으로 네 달간이나 쉬었던 아가메즈는 몸 상태가 엉망인 채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한마디로 일반인 몸”이라고 당시 김호철 감독은 혀를 내둘렀다.

시즌을 앞두고 몸만들기에 들어갔지만 그 과정이 평탄하지는 않았다. 다른 선수들의 훈련강도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차츰 아가메즈의 불만도 쌓여갔다. 감독과 대화는 사라졌고 둘 사이에 찬 기류가 감돌았다. 이런 아가메즈의 심정을 보여준 것이 팀 미디어데이와 V리그 공식 미디어데이에서의 행동이었다. 통역의 임기응변으로 그럭저럭 넘어갔지만 시한폭탄 같았다. 그러다가 최근 사달이 났다. 수비훈련 때 아가메즈가 건성으로 플레이를 했다. 갈등이 폭발했다.

김 감독은 “너 같은 선수는 필요 없으니 가라”고 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아가메즈가 물러섰다. 눈물을 잔뜩 뽑으며 사과했다. 이후 김 감독과 마음을 연 대화를 했다. 그동안 마음속에 쌓아뒀던 섭섭함도 털어놓았다. “감독이 내게 신뢰를 보여주지 않아서 불만이 많았다”는 얘기였다. 김 감독은 “필요하지 않으면 왜 재계약을 했겠냐”면서 오해를 풀었다.

그날 이후 아가메즈는 달라졌다. 26일 대한항공과의 경기 때는 풀세트까지 36득점 58%의 공격성공률과 4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수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기 때 보여준 행동이었다. 자신이 실수를 하면 팔을 들어 미안하다는 사인을 동료들에게 보냈다. 동료들도 격려했다. 변신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시즌 끝까지 갈 것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다만 그동안의 사례를 보면 외국인선수와 우리 선수의 호흡이 엇박자인 팀은 우승권에 다가가지 못했다. 시즌 전 김 감독이 팀의 키플레이어로 아가메즈를 꼽은 것도 이런 이유였을 것이다.

한편 현대캐피탈은 29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LIG손해보험을 세트스코어 3-1(25-21 20-25 25-19 25-18)로 제압했다. 현대캐피탈 센터 최민호는 가로막기로 8득점을 올렸고 문성민이 21득점, 아가메즈가 16득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견인했다. 현대캐피탈(2승2패)은 이날 승리로 단숨에 2위로 올라섰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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