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핵심 비껴나간 사과문…야구팬 반응은 싸늘

입력 2014-10-3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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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선수들의 ‘구단 개혁’ 요구로 촉발된 최근의 ‘롯데 사태’에 대해 롯데구단이 29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구단은 사과문은 통해 “(선수단과 프런트 간) 소통의 부재를 인정하고 구단의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해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조속히 새로운 감독을 선임해 정상화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시즌 중 경기에 앞서 몸을 푸는 롯데 선수들. 스포츠동아DB

■ 롯데 구단 사과문에도 여론 냉담한 이유

소통 부재·시각차 인정…재발방지 약속불구
프런트의 구단 사유화 여전히 열정으로 왜곡
배 단장 화해 제의에 선수들 “성명서 답부터”


롯데가 29일 프로야구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구단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롯데는 ‘최근 불거진 구단 문제와 관련하여 팬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를 드린다. 조속히 새로운 감독을 선임해 효율적 훈련실시 등 팀 정상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과문이 나왔음에도 여론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왜 롯데의 ‘사과’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을까.


● 그 어떤 해결방안도 제시하지 않은 사과문

롯데는 사과문에서 ‘이번 사태는 팀 내 각 구성원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자 노력하는 열정이 상호충돌 하였고’라고 밝혔다. 프런트는 ‘열정’이라는 단어를 썼다. 사태의 핵심이 특정 프런트의 ‘구단 사유화’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정 프런트라인의 구단 사유화를 ‘열정’이라고 인식하는 한, 진정한 사과라고 볼 여지는 좁을 수밖에 없다.

사과문은 또 ‘구단 내의 현황과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해 이번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두루뭉수리하게 썼다. 언론과 팬들이 그 ‘현황과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은 없다.


● 소통 부재 인정하는 구단이 소통 없이 사과문 발표

사과문은 ‘선수단과 프런트 간 소통의 부재와 시각 차이가 존재했음을 인정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29일 오후에 나간 구단 사과문에 어리둥절한 분위기다. 사태 해결 없이 밑도 끝도 없는 사과문이 나왔기 때문이다.

선수들에 따르면 29일 아침 사직구장에서 롯데 배재후 단장은 선수들과 비밀리에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배 단장은 “화해”를 제의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화해를 하려면 먼저 선수들이 요구한 성명서에 대한 답변부터 주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신동인 구단주 대행, 최하진 사장과 더 말씀 나누고 답을 주시라”고 헤어졌다. 그러나 이날 구단은 명쾌한 답이 없이 사과문만 발표했다.

선수들은 구단이 성명서에 대한 의미 있는 답을 줄 것이라는 믿음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고 있다. 한 선수는 “구단에서 만나자고 하면 언제든 응할 것이다. 조속히 일이 해결되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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