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4할타자’ 유한준의 존재감

입력 2014-11-1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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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유한준이 한국시리즈(KS)에서 박병호와 강정호를 뛰어넘는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넥센에서 KS 투수 주역이 밴헤켄이라면 타자 주인공은 단연 유한준이다. 스포츠동아DB

■ 소리없이 강한 넥센의 가을 사나이

한국시리즈 2홈런 5타점 타율 0.462 맹타
4차전 MVP 아쉬움? “난 KS MVP 타겠다”

넥센 유한준(33)에게는 올 가을 ‘소리 없이 강한 남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넥센의 플레이오프(PO) 네 경기와 한국시리즈(KS) 네 경기에서 모두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도, 정작 스포트라이트는 다른 동료나 상대팀 선수에게 빼앗겼기 때문이다.

● KS 4경기서 타율 0.462·5타점 알토란 활약

성적만 봐도 그동안 유한준이 묻혔던 게 의아할 정도다. 유한준은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타율 0.462(13타수 6안타) 2홈런 5타점 2득점 볼넷 2개를 기록하고 있다. 장타율이 0.923, 출루율이 0.500에 달한다. 넥센 타선에 한국시리즈 타율 3할을 넘는 타자가 한 명도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PO 성적까지 합쳐도 타율 0.333(30타수 10안타) 4홈런 7타점 6득점으로 최상의 기량을 뽐냈다.

특히 8일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은 유한준의 원맨쇼가 펼쳐진 무대였다. 2-0에서 5-0으로 달아나는 쐐기 3점포는 물론, 희생플라이로 선제 결승타점을 올리고 쐐기 솔로포까지 터트리면서 5타점을 몰아쳤다. 그런데도 데일리 MVP는 선발투수 앤디 밴 헤켄에게 돌아갔다. 1차전에서 호투한 밴 헤켄이 사흘만 쉬고 다시 나와 4차전에서도 최고의 피칭을 했기 때문이다.

정작 밴 헤켄은 유한준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밴 해켄은 9일 “유한준은 본인의 활약에 비해 다소 과소평가된 선수라고 생각한다. 좀 더 부각이 많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밴 헤켄과 유한준은 평소 의사소통을 자주 하며 친분을 쌓은 사이. 밴 헤켄은 “유한준은 성격도 착하고 신사답다. 겉으로 많이 드러내지는 않지만, 조용하게 묵묵히 자기 할 일을 잘 해내는 동료”라고 거듭 칭찬했다.


● 데뷔 후 최고 시즌…“KS MVP 타겠다”

사실 정규시즌에도 그랬다. 유한준은 올해 타율 0.316에 20홈런 91타점 71득점을 기록하면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처음으로 20홈런 고지를 밟으면서 지난 비시즌 동안 파워를 늘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보람도 얻었다. 유한준이 3번타자 역할을 훌륭하게 해주면서 넥센도 공격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는 타선을 완성할 수 있었다. 다만 팀 타선에 워낙 기록적인 시즌을 보낸 동료들이 많았던 게 문제다. 유한준의 묵직한 활약은 거의 조명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그는 언제나 그랬듯이 미소부터 지었다. 유한준은 한국시리즈 4차전이 끝난 뒤 “데일리 MVP는 밴 헤켄이 받는 게 당연하다. 대신 나는 한국시리즈 MVP를 타겠다”는 말로 아쉬움을 털어냈다. 그의 ‘소리 없이 강한’ 희망은 올 가을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목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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