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야구단 이창원 신임 대표의 숙제

입력 2014-11-1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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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 실망 안겨 죄송” 취임과 함께 사과
이종운 감독 재신임 등 ‘정공법’도 병행
“구단 정상화 급선무”…쇄신·개혁 박차

롯데야구단이 7일 신임 대표이사로 롯데그룹 정책본부 홍보팀장 출신인 이창원 전무를 임명했다. 롯데그룹이 조직 내 최고 홍보전문가를 파견한 것이다. 전임 대표이사와 단장이 물러난 지 하루 만에 나온 인사다. 이 대표이사는 2001년 롯데그룹에 입사한 뒤 롯데 정책본부홍보팀에서만 일한 전문 홍보맨이다. 비로소 롯데그룹이 롯데야구단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홍보전문가를 구원투수로 등판시킨 셈이지만 그 앞에 놓인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첫째, 이미지 시대에 ‘롯데야구단=CCTV 불법사찰 구단’이라는 각인이 됐다. ‘인권’의 가치를 건드렸기에 국민적 공분을 산 CCTV 사찰을 놓고 7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조사가 들어갔고,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따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팬들은 단체시위를 거두지 않고 있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입장표명이 있어야 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롯데그룹과 야구단은 ‘CCTV 프레임’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겠지만 사태는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야구계에선 “오자마자 이 신임대표는 고개부터 숙이고 시작해야 될 판”이라고 말한다. 롯데야구단의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을지가 이 신임대표의 사활적 과제일 텐데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 속에서 어떻게 진정성을 보여주느냐가 출발점이다. 이 대표이사는 “불미스런 일로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 죄송하다. 일단 구단을 정상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둘째, 이종운 감독으로 상징되는 현장과 어떤 관계를 설정하느냐다. 사장, 단장 동반사퇴라는 초유의 조치가 내려졌음에도 팬들이 분노를 거두지 않는 것은 ‘이대로는 2015시즌도 희망이 없다’는 절망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이사는 이종운 감독을 재신임하는 정공법을 들고 나왔다. 문제 있는 프런트가 선임했을지라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고, 무언가를 보여줄 기회조차 얻지 못한 감독을 흔들 명분은 없다고 본 것이다. 임명 후 1주일 갓 넘은 감독을 두고, “재신임” 운운하는 것부터 정상이 아니지만 이 신임대표가 확언을 안했더라면 상황은 더욱 불확실성에 빠져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감독의 코치진 선임이 늦어지는 것부터가 불안요소다. 세상인심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를 이 감독과 같은 배를 타기 두려운 것이다.

이 대표이사와 롯데푸드 경영기획부문장 출신의 신임 이윤원 단장은 현재 업무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임무는 막중한데 정작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아 보인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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