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의도를 말하면 되나” 행동으로 소통하는 김기태 감독

입력 2015-01-1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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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감독. 스포츠동아DB

■ KIA 김기태 감독의 소통법

KIA 김기태 감독(사진)은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지만 ‘사건’을 일으킨 뒤 보여주는 행보도 아주 독특하다. ‘왜 내가 이런 행위를 했는지’에 관한 명쾌한 답을 잘 주지 않는다. 어찌 보면 스스로가 소통을 포기하고, 다 뒤집어쓰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LG 감독 시절이던 2012년 9월 왜 야구선배인 SK 이만수 감독을 상대로 9회에 대타로 투수를 냈는지, 지난해 4월 LG 감독을 왜 돌연 그만뒀는지, KIA로 와서 주축 중견수 이대형을 왜 20인 보호선수로 막지 않아 kt로 떠나게 했는지에 관한 예화들이 그렇다.

공식석상에서 이런 민감한 질문이 들어오면 물어본 사람이 기분 상하지 않는 선에서 김 감독은 답변 자체를 물리칠 때가 많다. “그건 지난 일이니까”, “나중에 소주 한 잔하면서” 같은 말들이 으레 나온다. 떳떳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변명하는 형식의 상황을 극도로 싫어하는 김 감독의 성향 때문이다. 정말 답을 주기 싫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김 감독은 말을 하지 않고도 의사를 전달하는 소통방식을 즐긴다. 행동을 보고, 의도의 진심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여기서 소통 대상은 자기 팀의 팀원들이다. 그 ‘목적’만 달성되면 그 다음은 리더인 자기가 오해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셈이다.

김 감독은 “감독이 소신껏 한다고 말은 하지만 그렇게 못할 때가 있다. 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면 결정이 늦어지는데 그러면 선수들이 눈치 챈다”는 말을 했다. “문제를 낸 출제위원은 출제의도를 말하지 않는다”는 비유도 했다.

움직이지 않고 있음에도 KIA가 김 감독의 팀으로 장악되어가는 이유를 짐작할만하다.

광주|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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