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이장석 대표 “강정호 5년후 추신수급 대박 터뜨릴 것”

입력 2015-01-2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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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이장석 대표는 “강정호가 지금 넥센과 함께 훈련하고 있지만 내가 1월말 애리조나 캠프에 들어가면 당장 피츠버그로 가라고 쫓아낼 것이다. 강정호는 이제 피츠버그 선수가 돼 녹아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정호가 들으면 서운해 할지 몰라도 아빠처럼 냉정하게 얘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한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강정호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건네는 이장석 대표(왼쪽). 사진제공|넥센

■ 넥센 이장석 대표, 강정호를 말하다

14개월 전에 강정호 에이전트 직접 선정
ML서 재능·잠재력 발휘에 3∼4년 필요
빅마켓 구단은 선수를 기다려주지 않아
피츠버그 계약 다행…빠른 적응에도 도움

넥센 이장석(49) 대표는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야수를 배출한 구단주가 됐다. 강정호(28)가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피츠버그와 계약하면서 꿈을 이루자 그 역시 보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이 대표는 20일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딸을 시집보낸 아버지의 심정이다”면서도 “선수뿐 아니라 구단 차원에서도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웃었다. 강정호를 메이저리그로 진출시킨 구단주로서의 소회를 들어봤다.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메이저리그 야수를 배출한 구단주가 됐는데요.

“자랑스럽고 매우 뿌듯하죠. 물론 중요한 전력이 빠져나가 걱정되고 서운한 부분도 있지만, 정말 장하고 감격스럽습니다.(웃음)”


-그동안 해외진출 선수는 개인이 알아서 에이전트를 선임했는데요. 넥센은 구단 차원에서 치밀한 전략을 통해 강정호를 메이저리그로 보냈습니다.

“그래서 구단 차원에서도 자랑스럽습니다. 14개월 전에 에이전트를 제가 직접 선정했어요. 앨런 네로가 대표로 있는 ‘옥타곤 월드와이드’와 2013년 7월부터 얘기를 나눴고, 2013년 12월에 계약을 맺고 (강)정호를 인계했습니다. 재작년 메이저리그 윈터미팅 때 강정호 프로파일을 주고, 홍보도 하고, 작년 스프링캠프에 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와서 강정호를 보고 갈 수 있게 했습니다.”


-피츠버그가 강정호를 영입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까.

“아닙니다.(웃음) 피츠버그가 지난해 시즌 시작부터 한국시리즈까지 꾸준히 관심을 보였지만 세인트루이스 등 다른 팀들은 스프링캠프부터 관심이 많았거든요. 제 예상으로는 피츠버그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필라델피아가 강정호를 가장 필요로 하는 구단 같았는데 포스팅에 들어오지 않은 것 같고, 세인트루이스는 2루수 요원으로 보고 적극적이었는데 피츠버그보다 포스팅 금액이 약간 적지 않았나 싶고….”


-포스팅 금액이 500만2015달러였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1000만 달러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500만 달러도 충분히 의미 있는 금액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피츠버그의 헌팅턴 단장이 매우 적극적이었습니다. 강정호에게 1월 11일에 계약하러 미국에 들어오라고 했는데, 1월 초에 일주일간 업무 파악하고 그 다음주에 바로 강정호 계약을 가장 우선순위로 생각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오히려 강정호가 넥센이 스프링캠프를 16일 떠나니까 14일 출국하겠다고 미뤘어요.(웃음)”


-류현진이 LA 다저스와 계약할 때는 협상 마지막 날까지 갔는데, 강정호는 의외로 일찌감치 계약했습니다.

“제가 에이전트에게 부탁했어요. 마지막까지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구단과 신경전 하지 말고 그냥 진지하게 계약했으면 좋겠다고요. 피츠버그도 열의를 갖고 빠르게 협상을 하더라고요. 사실 현지시간으로 15일 밤에 계약이 되고, 그 다음날 발표가 됐습니다.”


-스콧 보라스 같은 슈퍼에이전트였다면 더 많은 금액을 받아내지 않았을까요?

“보라스 같은 슈퍼에이전트는 계약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스타군단을 데리고 있는데, 강정호를 작은 물고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수완이 좋기는 하겠지만 슈퍼에이전트가 관리해야할 선수는 따로 있겠죠. 좀 더 동양을 잘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는 에이전트를 찾았습니다.”


-강정호는 4+1년 계약에 최대 1650만 달러의 조건에 계약했습니다.

“5년은 금세 가잖아요. 일부에서는 2년 계약을 하고 FA가 되는 게 낫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건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해요. 세상엔 잘되는 시나리오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1∼2년 안에 놀라운 결과가 나올 것 같지는 않아요. 강정호는 자기 탤런트(재능)와 포텐셜(잠재력)을 터뜨리려면 3∼4년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4년차 때 제2의 계약을 할 수도 있고, 보스턴이나 텍사스, 세인트루이스, 시카고 컵스 같은 빅마켓 구단으로 트레이드된 뒤 큰 계약을 할 수도 있습니다. 강정호의 포텐셜은 예측불가입니다. 5년 후면 서른세 살인데 추신수 같은 엄청난 계약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피츠버그가 스몰마켓 구단이라 아쉽지는 않나요.

“사실 저는 미국 4대 스포츠 중 NFL(미식프로축구) 피츠버그 스틸러스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팀 중 처음으로 좋아한 팀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였습니다. 1979년 월드시리즈에서 볼티모어에 1승3패로 뒤지다 역전 우승할 때 반했거든요. 윌리 스타젤이나 버트 블라일레븐 등을 좋아했어요. 물론 지금은 우리 구단과 전략적 제휴관계인 보스턴을 가장 좋아하지만요.(웃음) 강정호가 피츠버그에 입단하니 다시 한번 좋아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LA 다저스 등 빅마켓 구단은 당장 뭔가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선수를 기다려주지 않아요. 저는 강정호를 기다려줄 수 있는 피츠버그와 계약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피츠버그는 한인이 적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한국인이 적기 때문에 미국사람, 미국문화, 미국프로야구를 더 빨리 터득하는 장점도 있을 겁니다. 우리도 외국인선수 뽑을 때 스펙이나 유형의 재능보다 최근엔 한국 문화에 녹아들 수 있는 무형의 자질을 중요하게 보잖아요.”


-강정호가 지금 애리조나 넥센 캠프에서 훈련하고 있는데요.

“지금은 (강)정호가 훈련할 데가 없어서 하고 있지만, 내가 1월말에 들어가면 당장 피츠버그로 가라고 쫓아낼 겁니다. 이제 피츠버그 시민이 되고, 피츠버그 선수가 돼 녹아들어야합니다. 시집보낸 딸이 자꾸 친정에 오면 안 되잖아요. 감독님은 엄마 같은 심정으로 우리 캠프에 와서 훈련하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저는 정호가 들으면 서운해 할지 몰라도 아빠처럼 냉정하게 얘기할 겁니다.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선수도 미리 팀에 와서 훈련하는 걸 훨씬 좋게 보잖아요. 강정호는 이제 피츠버그 선수입니다.”


-강정호도 나가고, 박병호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넥센 전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큰데요.

“제2의 강정호, 제2의 박병호를 만들겠습니다.”


-그게 마음대로 되나요.

“자신 있습니다. 꼭 만들겠습니다. 좋은 선수 뽑으면 됩니다. 우리 육성 시스템은 아직 야구장 등 하드웨어적으로는 부족하지만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잘 뽑을 수 있고, 잘 키울 수 있습니다. 그건 자신 있어요.”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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