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인사이드] 슈어저 품은 워싱턴, 단번에 WS 우승후보

7년 2279억원 계약…보라스의 도박 또 통해

FA(자유계약선수) 우완투수 최대어로 꼽힌 맥스 슈어저(30)가 워싱턴 내셔널스의 품에 안겼다. 지난 2013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받은 슈어저는 7년 2억1000만 달러(약 2279억원)의 연봉 대박을 터뜨렸다. 슈어저는 200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통산 91승50패를 기록했는데,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활약한 최근 5년간 82승35패를 기록했다. 타이거스가 4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슈어저가 가세한 내셔널스는 강력한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로 부상했다.


● 보라스의 도박

슈어저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의 도박이 통했다. 2014년 시즌 개막 전 타이거스는 슈어저에게 1억4400만달러의 연장계약 안을 제시했지만 단번에 거절당했다. 2013년 21승3패(방어율 2.90)의 놀라운 성적을 거둬 사이영상을 거머쥔 슈어저는 지난 시즌에도 18승(5패)을 따내 현역 최고의 우완투수임을 입증시켜 보라스의 기대에 부응했다.

스토브리그 초반 좌완투수 존 레스터가 계약금 3000만 달러를 포함해 6년 1억5500만 달러에 시카고 컵스로 둥지를 옮겼지만 보라스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인내심을 가지고 슈어저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보라스는 특급투수의 최대 계약 기간으로 여겨지는 7년짜리 딜을 성사시켰다. 또한 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에 이어 연평균 3000만 달러 고액 연봉을 슈어저에게 선사했다. 22일(한국시간) 열린 입단식에서 슈어저는 “계약 내용을 듣고는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놀랐다”며 “내셔널스의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 넘쳐나는 선발

지난 시즌 내셔널스는 선발 5명 전원이 10승 이상을 달성했다. 이닝당 출루허용수(WHIP)도 5명 모두 1.20 이하를 기록했을 정도로 피칭 내용도 수준급이었다. 조던 짐머먼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시즌 방어율(2.66)을 기록했다. 타이거스 시절 한 솥밥을 먹었던 덕 피스터는 25차례 선발로 나서 16승을 따내며 방어율 2.41을 기록했다. 지오 곤살레스는 10승에 그쳤지만 선발 로테이션 중 유일한 좌완으로 통산 80승(58패)을 올린 강속구 투수다. 현 상황에서 불펜으로 밀려날 것이 유력한 투수는 태너 로악인데, 지난해 15승10패(방어율 2.85)를 기록해 메이저리그 최강의 5선발로 활약했다.

이처럼 수준급 선발 자원이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슈어저를 에이스로 영입한 이유는 2015시즌을 마친 후 짐머먼과 피스터가 FA 자격을 얻는 것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역대 최강의 선발진을 구성했다고 우승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디트로이트는 슈어저를 위시해 데이비드 프라이스, 저스틴 벌랜더, 아니발 산체스로 이어지는 로테이션을 지니고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 내셔널스의 문제점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내셔널스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1승3패로 무릎을 꿇었다. 18회까지 가는 대혈전을 펼친 2차전을 비롯해 매경기 3점차 이내의 피 말리는 접전이 펼쳐졌지만 결국 불펜 싸움에서 밀려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최근 내셔널스는 셋업맨 타일러 클리파드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로 트레이드했다. 최근 5년 연속 최소 72경기 이상 출전한 불펜진의 핵심 선수였던 클리파드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에 올 시즌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격력도 문제다. FA 자격을 얻은 애덤 라로시가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둥지를 옮겼다. 4번타자로 활약했던 라로시는 26홈런과 92타점을 기록했다. 22세에 불과한 브라이스 하퍼는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100경기에 출전해 13홈런 32타점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제이슨 워스, 앤서니 렌던, 이언 데즈먼드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의 중량감도 크게 떨어진다.

내셔널스는 약점을 보강하기보다는 강점을 더욱 극대화하는 쪽을 선택했다. 슈어저를 깜짝 영입한 마이크 리조 단장의 결단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