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찬·최미선 “양궁 국가대표는 영광의 자리”

입력 2015-05-2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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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브 양궁 남녀국가대표 새내기 구본찬(왼쪽)과 최미선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빛 활시위를 향해 한 걸음씩 정진하고 있다.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둘의 표정이 환하다. 태릉선수촌|남장현 기자

국가대표는 선택받은 이? 공감 못해요
‘최선’이란 말 부족할 정도로 노력해야
멋진 선배들처럼 리우올림픽 도전 꿈
세계선수권서 올림픽 쿼터 꼭 따낼 것

양궁은 역대 하계올림픽에서 한국에 가장 많은 금메달(19개)을 안긴 종목이다. 동계올림픽 쇼트트랙(21개)에 이어 2위다. 탁월한 선수 육성 시스템과 세계 제일의 기술 습득에 심혈을 기울여온 양궁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영광을 지켜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있다. ‘1위 수성’이다. 그에 따른 엄청난 경쟁은 당연하다. 매년 국가대표를 새로 뽑기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4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올림픽 메달보다 어려운 게 국가대표”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 구본찬(22·안동대)과 최미선(19·광주여대)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향한 남녀양궁 세대교체의 중심에 있다. 4월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통해 태극마크(리커브)를 단 이들은 세계선수권(7월 26∼8월 2일·덴마크 코펜하겐)을 준비 중이다. 세계선수권에는 내년 올림픽 티켓이 걸려 있다. 세계선수권의 전초전인 양궁월드컵 2차 대회(26∼31일·터키 안탈리아)를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활시위를 당기던 구본찬과 최미선을 만났다.


● 양궁국가대표로 사는 법

지난해 국가대표 1진에 나란히 뽑힌 둘에게 던진 우문. ‘양궁대표’에 대한 물음에 주저 없이 ‘영광’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표 1진에 선발된 구본찬은 “힘겨운 경쟁을 뚫고 생존했다. 그만큼 영광스럽다. 어떤 설명도 필요 없다”고 말했다. 최미선 역시 비슷했다. “존재가치를 높이게 됐다. 잘하다가도 순간의 방심에 미끄러지고, 자리를 지킬 수 없어 매 순간이 더 없이 소중하다.”

일각에선 양궁대표를 ‘선택받은 이’라고 한다. 그러나 둘은 이를 단호히 부정했다. “공감할 수 없다. 하늘이 점지해준 게 아니다. ‘최선을 다한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채찍질해야 한다”는 최미선의 설명에 구본찬은 “피나는 노력의 힘으로 섰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양궁은 우연히 다가와 둘의 인생을 바꿨다. 공교롭게도 모두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 양궁부 감독이었다. 구본찬은 선생님이 1000원씩 쥐어준 용돈에 끌렸고, 최미선은 장비가 ‘멋있고 신기해 보여’ 지금에 이르렀다. 사춘기 괜한 반항심에 훈련장 대신 이성친구와 미팅 자리에 참석할 때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지도자들의 진심이 전달됐다.

당연히 자부심과 자긍심으로 똘똘 뭉쳐있다. 구본찬은 “선배들이 대대로 우리 양궁을 최고의 자리로 이끌어주셨다. 부담도 크지만 뿌듯함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최미선은 “주변에서 항상 대견하게 느끼신다. 특히 부모님들에게 항상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다”며 웃었다.


● 국가대표의 꿈

그렇다고 ‘국가대표’만을 위해 활시위를 당긴 것은 아니었다. 막연한 목표일 뿐 꼭 이뤄야 할 꿈은 아니었다. “선발전에 출전했고, 이겼고, 대표팀에 붙었다. 정신없이 후다닥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구본찬의 말에 최미선도 “고교 1학년 때 선발전에 도전해 한 걸음씩 나가다보니 여기에 이르렀다”며 동조했다.

아직 새내기인 만큼 주변에서 보고 느끼는 것도 또 다른 배움이다. 특히 구본찬과 한 방을 쓰는 오진혁(34·현대제철)은 남녀양궁대표 모두에게 ‘신’으로 통한다. “형님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슬쩍 활을 당겨보고 내렸는데, ‘내 활 누가 만졌냐’고 하시더라. 다른 사람이 현을 당긴 느낌을 안다는 건 그만큼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다.”(구본찬)

이런 멋진 선배들과 한솥밥을 먹은 결과 큰 비전을 바라보게 됐다. 리우올림픽 시상대다. 물론 ‘스텝 바이 스텝’이다. “세계선수권 단체전 8강에 들어야 올림픽 쿼터를 딴다. 일단 여기부터 전념한 뒤 내년을 기약하겠다. 그러면 또 대표 선발전을 통과하고, 올림픽에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태릉선수촌|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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