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과학, 10%의 차이 뒤집는 ‘승부의 열쇠’

입력 2015-10-2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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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스포츠에서 스포츠과학은 필수요소로 꼽힌다. 다양한 분석방법을 동원해 얻은 결과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한국체육의 발전을 위해 한국스포츠개발원 스포츠과학실이 이 역할을 책임지고 있다. 사진제공|경희대 체육대

■ ‘리우를 향해 뛴다!’

2. 훈련효과 극대화 ‘스포츠과학의 힘’

경기력 10% 좌우하는 현대스포츠 필수요소
운동생리학적·역학적 지원이 체력·기술 향상
루틴프로그램 등 스포츠심리학도 효과 입증

전국체전을 끝으로 대부분의 하계종목은 1년간의 일정을 마치게 된다. 선수들과 지도자에게는 잠깐의 휴식이 주어지고, 각 경기단체는 다음해 우리나라를 대표할 새로운 멤버 구성을 고민하게 된다. 특히 내년에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있어 벌써부터 분주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지구 정반대 대척점이라는 특성을 고려할 때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올림픽 금메달은 ‘신이 점지해준 선물’이라고 한다. 4년에 한 번, 전 세계 단 한 명에게 주어지는 금메달은 선수와 지도자가 경기력에 관련된 모든 분야에 각별한 정성을 들여야 하고, 주변에서도 똑같은 심정으로 돕지 않으면 얻기 어려운 것이란 의미다. 경기력은 크게 체력, 기술, 심리 등 3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선수와 지도자는 강인한 훈련을 통해 이를 강화시키고, 메달 획득의 기반을 다진다. 여기에 3대 경기력 요소에 상응하는 생리학적 지원, 역학적 지원, 심리학적 지원을 실시함으로써 훈련 효과를 높이고 경기력 향상을 돕는 다. 스포츠과학 지원의 내용이 무엇인지, 지난 올림픽 사례들을 통해 살펴보자.

운동생리학적 지원 통해 경기기술에 필요한 체력 강화

체력은 가장 기본 요건이자 선천적 요인이지만, 훈련을 통한 발전도 가능하다. 체력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경기기술에 필요한 형태로 발달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근력을 예로 들어보자. 근력은 모두에게 중요하지만, 기술에 따라 3가지 형태(최대근력·근파워·근지구력)로 작용한다. 등에 짊어진 무게나 악력이 달리 느껴지는 것은 사람들마다 최대근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최대근력을 순간적으로 발휘해 바벨을 들어 올리는 역도에선 근파워, 축구에선 근지구력이 관련된다. 당연히 이를 위한 훈련방법도 각기 다르다. 경기기술에 요구되는 힘의 크기, 지속시간에 따라 에너지 시스템이 다르게 동원되기 때문이다.

운동생리학은 기술에 포함된 이러한 차이를 찾아내고, 선수들이 갖고 있는 근력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운동 중 인체 내부의 변화를 측정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부족한 요인을 찾아내 훈련 방향을 제시해준다. 레슬링선수 A는 최대근력이 매우 높다. 그러나 상대와 맞잡고 힘을 겨루는 과정에선 오히려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A의 근력을 정밀 분석한 결과, 절대근력은 높지만 힘의 최대치에 도달하기까지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A에게 근력 훈련을 빠른 속도로 실시하도록 주문했고, 경기에선 선제공격을 실시해 먼저 근력을 쓰도록 주문했다. 이듬해 A는 올림픽 은메달을 회득했다.

운동역학적 지원 통해 효율적 기술(전술) 구조 제공

역도는 선수 몸무게의 3배에 달하는 무거운 바벨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종목이다. 큰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자세와 기술이 요구된다. 선수가 바벨을 들어올릴 때 가슴 정도(대개 신장의 약 62% 높이)까지 끌어올린 뒤 재빨리 몸을 낮춰 앉으면서 바벨을 떠받친다. 이를 ‘앉아받기(lockout)’라고 하는데, 이때 모습은 마치 무거운 구슬이 막대 위에 얹혀 있는 형상과 비슷하다. 따라서 구슬 중심이 막대 중심에서 벗어나면 구슬이 떨어진다. 이를 피하려면 먼저 구슬 중심이 막대 중심에 정확히 얹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는 바벨에 가한 힘이 많거나 부족해 정확하지 않다. 이 경우 막대로 구슬 중심을 맞춰가는 조절 동작이 요구된다. 운동역학은 외형적 인체 동작을 정밀하게 분석해 선수의 기술동작에 나타난 취약점이 무엇이고, 전체 기술 가운데 어느 과정에서 기인되는지 찾아냄으로써 효율적 기술동작 구조를 도출해낸다. 우리 여자역도선수 기술에 대한 정밀분석을 통해 좌우 어깨의 비대칭적 밸런스 문제를 개선해 금자탑을 쌓은 일화가 이에 해당된다.

펜싱선수의 동작을 적외선 카메라도 촬영한다(위). 선수 몸에 부착된 센서로 근육의 움직임과 지면에 가해지는 하중까지 정밀한 측정이 가능하다(아래). 이처럼 정밀 분석한 자료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사진제공|한국스포츠개발원


새 가슴, 독수리 가슴은 스포츠심리학 통해 메달 색깔 바꾸기도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가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것을 잘 기억할 것이다. 무엇 때문일까. 스포츠과학자들은 심리적 실패로 평가한다. 항상 앞선 기록으로 경기를 주도하던 그녀가 대구에선 다른 이를 쫓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경기에 앞서 마치 주문을 외우듯 혼자 중얼거린다. 심리적 안정과 집중력을 높여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날 평소보다 길게 중얼거렸다. 이는 경기상황에 따른 심리적 동요를 쉽게 안정시키지 못했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1992바르셀로나올림픽 첫 메달이 걸린 사격 예선에서 1위에 오른 B의 사례를 보자. 결선 10발 중 9발까지 2위에 0.3점을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1발에 B는 조준자세를 풀고 총을 내려놓는다. 이를 본 스포츠심리학자는 자신을 믿지 못하고 불안감이 고조돼 나타나는 행동이라고 했다. 결국 쫓기듯 마지막 1발을 쏘고, 0.1점차로 은메달에 머물렀다. 선수 심리가 메달을 바꾼 경우다.

스포츠심리학은 심리적 동요를 줄임으로써 어떤 상황에서도 평소처럼 기술동작을 수행하는 데 초점을 둔다. 심리상태, 정신력 등에 대한 문제점을 찾아내고, 심리적 안정과 강인한 정신력 등을 함양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또 일정한 형태의 동작을 항상 자연스럽게 수행하도록 루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대인경기에선 유용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상대의 움직임 가운데 단서를 찾아내 활용하는 능력을 키우는 훈련도 지원한다.

스포츠과학이 만능은 아니지만, 현대스포츠에선 필수요소

스포츠과학이 경기력 향상에 기여하는 비중은 약 10% 정도라고 한다. 수치상의 비중은 작지만, 정상급 선수들에게는 그 10%가 결코 작지 않다. 체력·기술이 이미 정상 수준에 이른 만큼 국제무대에선 승부의 열쇠로 작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스포츠과학의 역할이다. 물론 스포츠과학이 만능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과학이 훈련 및 경기현장에 접목돼야 하는 것은 스포츠과학 적용을 통해 훈련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우를 향한 힘찬 출발이 스포츠과학과 함께 금빛 물결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한국스포츠개발원(KISS) 스포츠과학실 수석연구원 최규정 박사
스포츠동아·KISS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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