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렛저그 보는 순간 심장이 멎을 뻔

입력 2016-07-1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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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한국시간) 드디어 디오픈이 개막했다. 새벽부터 골프장에 나와 마지막 점검을 시작했다. 동이 터 오르는 드라이빙 레인지는 마치 그림처럼 멋졌다. 클럽하우스 안에 전시된 우승트로피 ‘클라렛저그’를 보는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은 감동이 전해왔다. 잠시 트로피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사진제공| 이상희

프로골퍼 이상희의 첫 디오픈 출전기 <2>

투어 6년차 이상희(24)가 데뷔 이래 처음으로 디오픈(The Open) 무대에 섰다. 지난 5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미즈노오픈 공동 2위를 기록해 출전 기회를 잡았다. KPGA 투어 최연소 우승(2011년 NH농협오픈·19세6개월10일), 통산 3승을 기록한 이상희가 첫 디오픈 출전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로열 트룬 골프장에 도착한 지 이틀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설렘은 계속됐다. 디오픈이라는 글자만 봐도 심장이 ‘쿵쾅’ 거리며 뛰는 것이 괜히 메이저대회가 아니었다.

수요일에는 후배 이수민과 함께 연습라운드를 했다. 그 전에 잠깐 클럽하우스를 돌아보며 디오픈의 감동을 느껴봤다. 우승자에게 수여되는 클라렛저그를 보는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은 감동이 전해졌다. 디오픈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우승트로피에서도 기품이 느껴졌다. 조금은 낡은 듯 했지만 그 어떤 우승트로피보다 멋져 보였다. 잠시 트로피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생각에 잠겨보기도 했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정말 끝내줄 텐데….

주위를 돌아보니 다른 한 쪽에는 역대 우승자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말로만 듣던 전설적인 스타들의 초상화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기념사진도 한 장 남겼다.

부족하기는 했지만 연습라운드를 잘 끝냈다. 발목까지 차오르는 깊은 러프, 악마처럼 입을 벌리고 있는 벙커와 딱딱한 그린,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낯선 풍경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TV에서만 보던 스타들과 함께 연습하고 그들 옆에 서 있는 내 자신이 어색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다시 한번 각오를 되새길 시간이 됐다.

벌써 오래전의 일이 됐다. 고등학교 때 아버지와 함께 미국 PGA 투어 Q스쿨에 도전한 적이 있었다. 2차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그 이후 PGA 진출의 꿈을 버린 적이 없다. 디오픈 출전으로 다시 한번 다짐의 시간을 갖게 됐다.

드디어 대망의 디오픈이 개막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날씨는 조금 더 쌀쌀해졌고, 코스의 느낌은 차분하면서도 조용했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연습장으로 향했다. 동이 터오는 연습장의 풍경은 그림같았다. 아무도 없는 드라이빙레인지에서 공을 날리며 마지막 점검을 했다. 30분 정도 몸을 푼 뒤에는 연습그린으로 이동했다. 그린의 속도며 퍼트 감각이 나쁘지 않았다.

1라운드에서는 오전 6시46분(현지시간) 1번홀에서 시티브 앨커, 마커스 프레이저와 함께 경기를 시작한다. 점점 시간이 다가올수록 더욱 긴장이 됐다.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디오픈이라는 무대가 주는 느낌은 상상 이상이었다.

준비할 시간이 조금은 부족했던 것이 마음에 걸린다. 골프백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반나절 이상을 허비한 게 못내 아쉽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가지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는 것이다. 후회없이 경기하자. 난 잘 할 수 있어! (스코틀랜드에서)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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