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도 갖가지…WBC 이색 참가자들

입력 2017-03-06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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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WBC의 각국 엔트리를 살펴보면 전직 KBO리거를 비롯해 부모의 나라를 선택한 선수들, 은퇴를 번복한 베테랑들까지 낯익은 이름들이 많다. 2013∼2014시즌 KBO리그 삼성에서 뛰며 20승을 거둔 네덜란드의 릭 밴덴헐크.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한국 무대를 누볐던 전직 KBO리거부터 부모의 나라를 선택한 선수들, 은퇴를 번복하고 ‘컴백홈’을 외친 노장들까지….

제4회 WBC의 각국 엔트리를 살펴보면 낯익은 이름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KBO리그 소속으로 뛰었던 이들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과 1라운드에서 맞붙을 네덜란드엔 전직 KBO리거들이 감독과 선수로 한솥밥을 먹고 있다. 감독인 헨슬리 뮬렌(50)은 2000년 SK에서 뛰었던 내야수 출신이다. 마운드에선 삼성 출신의 릭 밴덴헐크(32·소프트뱅크)가 버티고 있다. 밴덴헐크는 2013년부터 2년간 20승(13패)을 거두며 삼성 우승을 이끈 에이스였다. 한국 무대를 주름잡았던 구속과 구위는 여전하다. 최근 일본에서 치른 두산과 평가전에서 이미 시속 153㎞의 직구까지 찍었다.

트래비스-옥스프링(오른쪽). 스포츠동아DB


호주엔 KBO리그 출신의 투수 2명이 자리하고 있다. 트래비스 블래클리(35)와 크리스 옥스프링(40)이 그 주인공. 2011년 KIA 선발로 뛰었던 트래비스는 미국과 일본을 거쳐 6년 만에 한국땅을 다시 밟았다. 최근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선 “KBO리그 관련 소식을 직접 찾아보고 있다. 여전히 한국에 돌아오고 싶다는 열망이 크다”며 한국 복귀를 희망하기도 했다.

LG와 롯데, kt에서 뛰었던 옥스프링 롯데 2군 투수코치는 올겨울 호주야구리그(ABL) 시드니 블루삭스 유니폼을 입고 ‘임시 복귀’를 선언했다. 2016~2017시즌 성적은 4경기 2패 방어율 8.05(19이닝 17자책). 기록은 뛰어나지 않지만 현재 지명투수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다. 호주가 2라운드에 진출하면 2013년 대회 이후 2번째 출전이 가능하다.

중국대표로 뛰는 kt 주권. 스포츠동아DB



● WBC 위해서라면…나라도 바꾸고 은퇴도 번복하고

WBC에는 특별한 룰 하나가 있다. 자신의 국적에 상관없이 부모의 나라에서 뛸 수 있다는 규정이 바로 그것. 2006년 원년대회부터 선보인 독특한 규정 탓에 많은 스타들이 부모의 나라를 택했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포수 마이크 피아자(49)는 원년대회 당시 할아버지의 나라인 이탈리아를 택했고(당시는 조부모 국가도 허용), ‘동굴맨’ 조니 데이먼(44)은 2013년 대회 예선에서 어머니의 나라인 태국에서 뛰었다.

이번에도 ‘국적 임시변경’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kt 투수 주권(22)은 아버지의 나라 중국의 요청을 받고 생애 첫 WBC 마운드에 오른다. 대회 출전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지만,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무대라는 생각에 마음을 돌렸다. 파나마 국적의 중국계 3세인 브루스 천(40)도 부모의 나라를 택해 주권과 한 팀을 이룬다. 2015년을 끝으로 은퇴했지만, 야구에서만큼은 약체인 중국에 힘을 보태겠다는 각오다.

에릭 가니에.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브루스 천처럼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은퇴를 번복하고 그라운드에 돌아온 노장은 이뿐만이 아니다. 통산 187세이브를 거두며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군림했던 에릭 가니에(41)는 캐나다 유니폼을 입고 재기를 노린다. 2008년이 사실상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만큼 무려 9년 만의 복귀다. 해외 소식통에 따르면, 가니에는 내친김에 빅리그 복귀까지 노린다는 후문이다.

우완투수 라이언 뎀스터(40) 역시 가니에와 같은 옷을 입고 재기에 나선다. 2013년을 끝으로 마운드를 떠났던 뎀스터는 해설위원과 구단 프런트(시카고 컵스)로 변신했다. 그러나 미련이 남았던 탓일까. 통산 132승의 투수는 결국 공을 다시 잡고 현역연장을 꿈꾸고 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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