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전력분석] 초호화 야수와 낯선 투수, 공략 포인트는?

입력 2017-03-0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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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야구대표팀.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13년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당시 한국은 1라운드 첫 번째 대결상대인 네덜란드를 ‘복병’으로 규정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막 메이저리그의 주목을 받던 유망주들이 있었지만, 아직은 가능성에 불과했다. 낯선 선수들에 대한 경계심보다는 안일함이 앞섰다.

상대적으로 야구와 거리가 먼 유럽이지만, 네덜란드는 다르다. 카리브해 연안의 작은 섬, 제주도의 4분의 1밖에 안 되는 크기의 퀴라소는 작지만 강한 ‘야구의 섬’이다. 인구가 약 15만명에 불과하지만, 1990년대 이후로 메이저리거를 12명이나 배출했다.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퀴라소는 2010년 네덜란드 왕국 내 독립적인 자치국가로 분리됐다.

본토 출신은 아니지만, 카리브해의 뜨거운 태양 아래 나고 자란 ‘오렌지 군단’은 2013년, 1·2회 대회에서 4강과 준우승을 달성한 한국을 넘고 WBC 4강의 영광을 일궜다. 2006년 1회 대회부터 꾸준히 참가한 네덜란드는 대회마다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1회 대회 1라운드 탈락, 2회 대회 2라운드 탈락에 이어 3회 대회에선 결승 라운드에 진출하며 한 계단씩 올라섰다.

네덜란드 조너선 스쿠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야수진, 현역 메이저리거 즐비

네덜란드의 강점은 야수진이다. 2013년 낯설었던 메이저리그 유망주들은 이제 빅리그를 주름잡는 주역들이 됐다. 당시엔 안드렐톤 시몬스(LA 에인절스·유격수)가 빅리그에 갓 데뷔했을 뿐이었지만, 이젠 함께 내야를 지켰던 조너선 스쿠프(볼티모어·2루수)와 잰더 보가츠(보스턴·3루수)도 최정상급 빅리거로 올라섰다.

특히 내야진은 메이저리그 현역 주전선수들로 꽉 차여질 정도로 탄탄하다. 시몬스와 스쿠프, 보가츠 외에도 디디 그레고리우스(뉴욕 양키스), 주릭슨 프로파르(텍사스)까지 있었다. 퀴라소 서쪽의 또 다른 작은 섬, 아루바 출신인 보가츠를 포함해 이들은 모두 리틀리그부터 야구를 함께 한 ‘형제’들이었다.

최초의 퀴라소 출신 메이저리거였던 헨슬리 뮬렌 감독은 포지션 배분까지 명쾌하게 끝냈다.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할 정도로 수비력이 뛰어난 시몬스를 주전 유격수로 고정하고, 2015년과 지난해 2년 연속 유격수 부문 실버슬러거를 수상한 보가츠는 3루수로 이동시켰다. 타격이 좋은 보가츠가 3루 수비를 자청한 덕분이었다. 여기에 유격수 그레고리우스가 지명타자 및 내야 백업을, 내·외야가 모두 가능한 멀티플레이어 프로파르가 중견수를 맡기로 했다.

김인식 감독이 “메이저리그 준 올스타급”이라고 평가한 내야진 외에도 일본프로야구에서 2013년, 아시아 최다홈런 신기록(60개)을 세운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도 있다. 발렌틴은 2013년 외에도 지난해를 포함해 4차례나 31홈런을 때려낸 거포다. 이외에 아메리칸 어소시에이션 독립리그에서 뛰는 1루수 커트 스미스도 장거리 타자다. 주전 선수 중 자국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외야수 란돌프 오뒤버르 1명뿐이다. 시몬스(유격수)-프로파르(중견수)-보가츠(3루수)-발렌틴(우익수)-스쿠프(2루수)-그레고리우스(지명타자)-스미스(1루수)-숀 자라하(포수)-오뒤버르(좌익수)의 라인업이 예상된다.

네덜란드 디호마르 마르크벌.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투수진, 자국리그 선수들이 대부분

숨 막히는 야수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마운드는 빈틈이 많다. 한국전 선발투수로 예고된 릭 밴덴헐크(소프트뱅크)와 3시즌이나 메이저리그에서 두자릿수 승리를 올렸던 자이어 저젠스, 그리고 2013년 한국대표팀에 악몽을 선사했던 디호마르 마르크벌까지 선발진은 손색이 없다.

그러나 불펜진이 문제다. 김시진 전력분석팀장은 “네덜란드는 몇몇 투수가 좋긴 하지만, 투수진 전체로 보면 이스라엘이 더 낫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밴덴헐크와 지난해 대만에서 뛴 저젠스, 마이너리거인 후안 카를로스 술바란, 미국 독립리그에서 뛰는 스하이론 마르티스까지 4명을 제외하면, 모두 자국리그에서 뛰고 있다.

이들은 한 단계 낮은 투수들로 평가받고 있지만, 2013년 마르크벌처럼 의외의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미국에서 가진 국내 팀과의 연습경기에서도 철저히 실체를 감췄다. 당시 네덜란드대표팀을 직접 본 관계자가 “네덜란드 투수들은 직구만 던졌다. 등번호도 달지 않았는데 이름도 잘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로 극도로 전력노출을 꺼렸다.

결국 KBO리그를 통해 성장했고, 누구보다 한국 선수들을 잘 아는 선발 밴덴헐크를 얼마나 빨리 내리느냐, 그리고 이후 불펜진을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관건이다. 빅리그 최고 마무리투수 중 한 명인 켄리 잰슨(LA 다저스)이 지명투수 명단에 이름을 올려 2라운드부터 출전 가능한 것도 한국으로선 다행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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