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준 첫 판의 악몽, 2013 WBC 재현?

입력 2017-03-0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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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WBC대표팀이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1라운드 1차전 이스라엘과 경기를 가졌다. 연장 10회말 2사 이대호가 삼진 아웃당하며 경기가 종료 되고 있다. 고척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2013년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앞선 1·2회 대회에서 4강, 준우승을 일궈낸 한국에겐 자신만만했던 대회였다. 일본과 수차례 맞붙어야 했던 이전 대회와 달리, 1라운드에선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대만, 네덜란드, 호주와 함께 조별리그를 치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꿈은 ‘복병’ 정도로 여겼던 네덜란드와의 첫 경기에서 무참히 깨졌다. 대표팀 타선은 4안타의 빈타에 허덕이며 네덜란드에 0-5로 완패했다. 당시 전력분석도 제대로 되지 않은 좌완 선발투수 디호마르 마르크벌(4이닝 무실점)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2회까지 퍼펙트로 막힌 대표팀은 2회말 선취점을 내주면서 시종일관 끌려갔다.

대표팀은 1라운드가 열린 대만에서 가진 캠프부터 이어진 타격감 침체를 첫 경기에서도 극복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공식적으로 기록된 실책만 4개나 될 정도로 선수들의 플레이는 무기력하기만 했다. 공격과 수비에 걸쳐 평소 같지 않은 실수를 남발했다.

첫 경기의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진 전형적인 경기였다. 시즌에 앞서 열리는 WBC는 대회 초반 타격감을 끌어올리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 대회가 시작되는 3월 초는 보통 선수들이 실전감각을 만들어가는 시기다. 부족한 타격감 탓에 흐름을 내준다면, 자칫 귀신에 홀린 듯 경기를 망칠 수 있다.

4년 전의 실패를 가슴 속에 새기고 나선 2017 WBC, 이번엔 1라운드를 안방인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최하면서 첫 경기 승리는 더욱 절실했다. 본선 중 가장 먼저 열린 공식 개막전, 한국은 또 한 번 첫 경기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번에도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베테랑들과 마이너리거들이 즐비해 생소한 이스라엘에 연장 10회 접전 끝에 1-2로 무릎을 꿇었다.


7안타를 치고도 1득점에 그칠 정도로 타선의 집중력은 결여돼 있었다. 잘게 끊어 쓰는 운영이 장기라던 마운드는 총 9개의 볼넷을 내주며 자멸했다. 한 수 아래의 이스라엘 타선에 끊임없이 기회를 줬고, 결국 연장 10회 결승점을 내주고 말았다.

2006년 1회 대회와 2009년 2회 대회 때는 첫 경기의 고비를 잘 넘기면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2003년 삿포로 참사(아테네올림픽 예선 탈락)의 상대였던 대만에 2-0, 신승을 거뒀다. 당시 선발 서재응의 3.2이닝 무실점 짠물투에 7회 조기등판한 박찬호가 3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4회와 5회 얻은 소중한 점수를 지켰다. 당시 대표팀 야수들은 호수비로 투수들을 도왔다. 2009년엔 대만을 9-0으로 완파했다. 1회부터 6점을 뽑아내며 가뿐하게 출발했다.

과연 이번 WBC는 어떨까. 4년 전 네덜란드처럼, 이번엔 이스라엘에 졸전 끝에 무릎을 꿇었다. 자력 진출의 희망을 위해선 남은 2경기에서 승리가 필요할 뿐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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