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참사로 좁아진 S존의 새로운 변화

입력 2017-03-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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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국제대회에서 참사를 당하는 건 한국야구에 아픈 상처지만 소중한 예방약이 되기도 한다. 11년 전 KBO는 2017년과 전혀 다른 고민을 하고 있었다.

2006년 12월 22일, 크리스마스를 앞둔 들뜬 연말이었지만 KBO는 분주했다. 사무총장을 포함한 12명의 규칙위원회 위원들은 장고 끝에 스트라이크존 축소와 마운드 높이 조정을 결정했다. 마운드 높이는 10인치나 낮췄다. 스트라이크존은 조정이 아닌 규칙을 충실히 따라 1998년부터 확대 적용된 어깨와 바지의 중간선부터 무릎 아래 부분까지를 엄격히 적용하기로 했다.

당시 KBO리그는 지금과는 완전히 반대의 투고타저가 극심했다. 리그 홈런왕 이대호(롯데)의 기록은 26개였다. 경기수의 차이가 있지만 2016시즌 26개 홈런은 리그 순위 12위(LG 히메네스)다.

2006년 한국야구는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 김선우, 이승엽, 최희섭 등 해외파의 활약으로 2006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 신화를 썼지만, 그 해 12월 2006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의 사회인대표팀과 대만에 패하면서 큰 충격에 빠졌다.

WBC에서 빛나는 성과가 있었지만 7경기 6승1패를 기록하는 동안 공격력에 분명한 문제점을 보였고, 이승엽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해외파가 참가하지 않은 아시안게임에서는 대만에 2-4패, 일본에 7-10으로 졌다.

2006년 결정한 마운드 높이의 낮춤과 스트라이크존 축소는 점점 더 리그가 타고투저로 바뀌게 된 전환점이었다. 경기시간 증가 등 부작용이 이어지자 2009시즌 종료 후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규칙을 바꿔 확대를 노렸지만 심판들의 소극적인 판정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2017 WBC에서 메이저리그에 비해 지나치게 좁은 KBO리그 스트라이크존이 극명하게 비교됐다. KBO리그에서는 잘 나가던 타자들은 죽을 쒔다. 국제대회 경쟁력 저하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KBO 심판들은 2006년 때와는 정반대로 규칙을 엄격히 지키는 ‘넓은 스트라이크존’적용을 시작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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