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S존 확대, 변화의 바람 앞에 선 KBO리그

입력 2017-03-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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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년간 KBO리그 타고투저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돼 온 스트라이크존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미국 심판이 한국 심판들보다 위쪽과 아래쪽으로 스트라이크를 후하게 잡아주는 것이 확인되면서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관심은 한층 더 높아진 상황이다. 그리고 KBO리그는 14일 개막된 시범경기부터 변화된 스트라이크존을 실감하면서 여러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스트라이크존 확대는 실제 어떻게 적용되고 있으며, 앞으로 한국야구는 어떻게 변화할까.

스포츠동아DB



● WBC와 상관없이 준비해온 S존 확대

시범경기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는 “심판들이 지난해보다 확실히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보는 것 같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대체적으로 “좌우보다는 상하로 길어진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포수 출신인 NC 김경문 감독은 “이번 WBC에 앞서 미국에서 스프링캠프를 하고 연습경기를 할 때부터 우리 심판들이 주심을 보면서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잡는 것 같았다”면서 “특히 연습경기를 해보니 좌상과 우상 쪽의 스트라이크를 많이 잡아주더라. 시범경기에서도 그런 부분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스트라이크존은 사실 규칙에 나와 있지 않느냐.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 국제대회에 다녀오면 항상 우리나라 스트라이크존이 너무 좁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전에 높은 쪽 공 10개 중 7~8개가 볼로 선언됐다면, 이젠 같은 코스 공이라면 7~8개가 스트라이크로 선언될 수 있다. 진작 그렇게 했어야할 일이다”고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다.

스트라이크존은 야구규칙 2.73에 명시돼 있다. ‘유니폼의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플레이트 상공’이라고 설명돼 있다. 종전에는 하한선은 무릎의 윗부분이었지만, 1998년 개정된 야구규칙에 따라 무릎 아랫부분까지 확대됐다. 김 감독의 말처럼, 엄밀히 말하면 스트라이크존 확대가 아니라 스트라이크존대로 보기로 한 것이다.

김풍기 심판위원장도 “룰에 있는 대로 스트라이크존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스프링캠프부터 이를 적용하기 위해 심판위원들과 노력을 해왔다. 역시 포수 출신인 두산 김태형 감독도 “높은 공은 2~3개 정도, 낮은 공은 1개 정도 더 잡아주는 걸 느꼈다”고 설명했다. MBC스포츠플러스의 이정천 PD는 “화면을 통해 계속 보는데, 작년까지는 볼이었던 높은 공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하더라”고 느낀 점을 말했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도 그렇다. KIA 포수 이홍구는 “첫날 확실히 볼인 줄 알았던 높은 코스의 공들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아 당황했다. 예전 같았으면 볼이었던 공이라 높다고 느껴 잡는 동시에 미트를 아래로 내렸는데, 스트라이크더라. 마스크 정도 높이의 공이었다. 확실히 위로 넓어진 느낌이었다. 어제는 낮게 들어온 커브 하나도 당연히 볼인 줄 알았는데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확실히 변화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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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존 변화는 기록과 야구기술까지 영향

스트라이크존을 넓혀 보는 것은 야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당장 기록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KBO리그는 최근 수년간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을 보였다. 타격에서 ‘3할은 예술’의 경지라고 하는데, 지난해 규정타석을 채운 56명의 타자 중 40명이 3할 타자였다. 리그 평균타율이 0.290에 이르렀고, 리그 평균방어율은 5.17로 치솟았다. 2점대 방어율은 두산의 더스틴 니퍼트(2.95) 1명이었다. 국내투수는 전멸이었다.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면 당연히 타고투저의 수치가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트라이크존 변화는 단순한 수치뿐만 아니라 투수와 타자의 기술과 전술까지 영향을 미친다. 김경문 감독은 “높은 쪽 공은 장타를 맞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던지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렇다고 다 장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투수가 잘 던지기만 하면 하이볼로 타자를 충분히 잡을 수 있다. 헛스윙이나 높이 뜬공으로 처리할 수 있는 코스다”며 투수에게 분명 유리한 무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타자는 낮은 공을 공략하기 위해 어퍼스윙(아래에서 위로 쳐올리는 스윙)을 많이 하는데, 그런 스윙으로는 높은 공을 정확히 맞히기 힘들다. 높은 공을 치기 위해서는 레벨스윙이나 다운스윙을 해야한다”며 기술적인 변화가 뒤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수들 사이에서도 최근 투심패스트볼이나 체인지업 등 스트라이크존 아래로 살짝 떨어지는 공이 유행을 탔으나 높은 쪽을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게 될 듯하다.

익명을 요구한 A타자는 “타자는 바깥쪽이면 바깥쪽, 안쪽이면 안쪽 등 한쪽 코스만 확대되면 모르지만, 한꺼번에 상하 좌우로 너무 넓히면 치기 힘들 뿐만 아니라 계산이 안 된다”면서 “그나마 스트라이크존이 일정하게 넓어지면 모르는데 심판마다 다르거나, 같은 경기에서도 일관성 있게 판정되지 않는다면 야구가 혼란스러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스트라이크존 확대가 얼마나 지속될지도 관건이다. 차명석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매년 시범경기가 열리는 시점에서는 스트라이크존이 항상 넓어졌다. 그러다가 시즌 개막 후 조금 좁아지고, 시즌 중반으로 넘어가면 심판들이 더 좁게 판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좀 더 지켜봐야한다”고 신중하게 말했다.

스트라이크존의 확대가 야구를 어떻게 변모시킬까. 2017시즌 KBO리그가 변화의 바람 앞에 섰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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