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키프루토 “상금 9000만원…집도 사고 땅도 살래요”

입력 2017-03-2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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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키프루토. 동아일보DB

■ 막판스퍼트…마라톤스타들 제치고 깜짝 우승

“3번째 풀코스…4위 염두하고 뛰었는데 우승
정말 대단한 레이스…내년에도 꼭 참가할 것”


국내 최고 권위와 역사를 자랑하는 2017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8회 동아마라톤에서 또 한 명의 철각이 탄생했다.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으로 골인한 42.195km의 레이스에서 2시간05분54초의 기록으로 우승한 에이머스 키프루토(25·케냐)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름이다. 이유가 있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가 이번으로 3번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장속도가 눈부시다. 지난해 4월 이탈리아 로마국제마라톤에서 2시간08분12초의 기록으로 정상에 섰다. 하반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국제마라톤에선 2시간09분대를 찍었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철저히 대비했다. 4위권 진입과 개인최고기록 경신에 초점을 맞췄다. 피나는 노력에 하늘도 감동했다. 모든 꿈을 이뤘다. 2012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15·2016년 2연패를 달성한 청양군청 소속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9)와 지난해 10월 경주국제마라톤 우승자 펠릭스 킵치르치르 칸디에(30), 2015년 프랑스 파리국제마라톤 우승자 마크 코리르(29·이상 케냐) 등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쏠렸으나 키프루토는 이날을 온전히 자신의 하루로 바꿔놓았다. 특히 35∼40km 구간을 기점으로 경쟁자들을 밀어낸 막판 스퍼트가 대단했다. 월계관을 쓰고 상금 8만달러(약 9000만원)를 챙긴 키프루토는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큰 기록을 얻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행복하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우승을 예상했나.

“그렇진 않았다. 대략 4위 정도를 염두에 뒀다. 이번이 3번째로 뛴 풀코스 마라톤이다. 데뷔를 지난해 했다. 로마에서 세운 2시간8분대 기록을 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았다.”


-어느 기록까지 염두에 뒀는지.

“솔직히 말하자면 2시간3분대까지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충분히 만족스럽다. 정말 대단한 레이스였다. 너무 기쁠 뿐이다.”


-왜 마라톤을 택했는가.

“세계적 마라토너 새뮤얼 카마우 완지루(2011년 사망)의 레이스에서 깊은 영감을 얻었다. 2008베이징올림픽 남자마라톤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완지루를 통해 마라톤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011년 뜻하지 않은 사고로 사망한 완지루는 베이징올림픽에서 2시간06분32초로 케냐에 금메달을 안겼다. 이듬해 영국 런던국제마라톤과 미국 시카고국제마라톤에서 내리 2시간5분대의 기록을 작성하며 최고 선수로 발돋움했다.


-상금은 어떻게 쓸 계획인가.

“가족을 위해 마라톤을 한다. 지난해 12월 늦은 결혼식을 올린 아내와 쌍둥이 자식들을 위해 상금을 사용하고 싶다. 집도 사고, 땅도 사려고 한다.”


-앞으로도 계속 서울국제마라톤에 올 것인지.

“당연하다. 내년 대회에도 꼭 출전해 세계적 선수들과 좋은 레이스를 하고 싶다.”

잠실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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