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헌의 사커 드림] 유임이든 교체든, 축구대표팀 변해야 산다

입력 2017-03-31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무기력한 경기력, 아픈 결과로 도마에 오른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시리아와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7차전 도중 슈틸리케 감독의 모습.상암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축구협회, 기술위서 슈틸리케감독 거취 결정
유임시 ‘형님 코치진’보다 전술적 조언자 필요
교체땐 확실한 자기철학 갖춘 새 감독 찾아야


28일 시리아전이 끝난 뒤 한 축구인은 “한국축구가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고 개탄했다. 23일 중국 원정에서 충격적인 0-1 패배를 당한 뒤 시리아를 상대로 승점 3점을 챙겼음에도 이 축구인의 한탄처럼 경기 내용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킥오프 4분 만에 나온 수비수 홍정호의 선제골이 전부였다.

자연스럽게 울리 슈틸리케(63·독일) 대표팀 감독의 거취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무색무취의 뻔한 전술, 의미 없는 점유율 축구, 특정선수들에 대한 집착 등 비판 포인트도 다양하다.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에 대한 논란은 단순히 시리아전으로만 비롯된 것이 아니란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대한축구협회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조만간 열릴 기술위원회를 통해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를 포함한 여러 사항을 점검할 계획이다. 협회는 기술위의 논의를 바탕으로 슈틸리케 감독의 유임이든, 새로운 사령탑의 영입이든 결론을 내려야 한다. 당장 6월 13일 카타르와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원정 8차전이 예정돼 있다. 시간이 넉넉지 않은 만큼 신속하고 명확한 입장정리가 필요하다.

슈틸리케 감독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한다면 ‘뒷걸음질치는 대표팀’의 원인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짚어보고,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 선수선발 및 운용능력 등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입증됐다. 최종예선 7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경기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 경질에 반대하는 목소리에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투영돼 있다.

스포츠동아DB


협회는 지난해 말 ‘능력 있고 경험 많은’ 외국인 수석코치를 데려오려고 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무산됐다. 사실상 ‘설기현-차두리 코치’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벤치 파워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현재 선수단에 필요한 것은 ‘형님 역할’을 할 코치가 아니라 슈틸리케 감독에게 조언할 수 있는 경험과 전술적 능력을 갖춘 코치다. 더욱이 대표팀 내에서 소통부재와 불협화음이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상대를 고려한 ‘맞춤형 선수선발’을 비롯해 선수단을 ‘원팀’으로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계속 지휘봉을 맡긴다면 감독의 권한을 존중해야겠지만, 기술위도 더욱 적극적으로 조언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만약 사령탑 교체를 결정한다면 협회의 역할은 더 막중해진다. 2014브라질월드컵 참패 이후 슈틸리케 감독을 데려오는 과정에서 ‘아마추어 행정능력’을 보였던 협회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당시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65·네덜란드) 현 사우디아라비아 감독 영입 작업을 벌였던 협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중간 협상 과정을 공개했는데, 끝내 계약이 무산되면서 망신을 산 바 있다. 슈틸리케 감독에게 ‘2순위 사령탑’이란 꼬리표를 달아준 것도 협회였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새 사령탑을 선임한다면, 확실한 자기 철학과 단기처방능력을 지닌 인물이어야 한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한국축구를 구하려면 수술능력을 갖춘 지도자가 적합하다.

김도헌 스포츠1부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