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 가르시아 ‘감동의 인생극장’

입력 2017-04-1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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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히오 가르시아가 10일(한국시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81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마지막 날 연장 첫 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우승을 확정한 직후 감격에 겨워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73전 74기 불굴의 도전, 그리고 마스터스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

연장전 극적 버디…로즈 꺾고 ‘환호’

한때 황제 우즈 위협하던 유럽의 신성
메이저 불운·홀에 침뱉어 비매너 낙인
늑장플레이·우즈에 인종차별 발언 악명
연인 애킨스 만난뒤 개과천선 인생역전


‘필드의 악동’ 세르히오 가르시아(37·스페인)가 ‘꿈의 무대’ 마스터스에서 우승해 생애 처음으로 그린재킷을 입었다.

가르시아는 1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펼쳐진 제81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100만달러)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합계 9언더파 279타로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 동타를 이룬 뒤 첫 번째 연장에서 버디를 낚아 챔피언에 등극했다.

가르시아는 마스터스 챔피언이 되기까지 숱한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1996년 브리티시오픈으로 프로 첫 대회를 치른 그는 한때 ‘유럽의 신성’으로 불렸다. 그가 골프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1999년이다. 미국 메디나 골프장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맞붙었다. 가르시아는 우즈에 이어 준우승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우즈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당돌함은 강렬함으로 남았고, 팬들은 우즈를 견제할 대항마로 기대했다.

세르히오 가르시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그러나 가르시아는 우즈의 천적이 되지 못했다. 2001년 뷰익클래식에서 PGA 투어 첫 승을 신고한 뒤 한참 잘 나갈 때는 세계랭킹 2위까지 오르는 눈부신 성적을 냈다. 그러나 메이저대회에서만큼은 유독 불운을 겪었다. 2007년 스코틀랜드 카누스티에서 벌어진 브리티시오픈이 대표적이다. 마지막 18번홀에서 2.4m 거리의 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에게 연장을 허용했고, 결국 패해 다 잡았던 메이저 우승을 날렸다.

그 뒤로도 몇 차례나 메이저대회 우승 문턱에 다가갔다. 2008년 PGA 챔피언십에서도 우승 기회를 잡았지만, 또 다시 해링턴에게 가로막혔다. 2014년 브리티시오픈에서도 공동 2위에 머물며 메이저대회에서만 준우승 4회를 기록했다.

2007년은 가르시아의 골프인생에서 최악의 오점을 남긴 해로 기억되고 있다. 3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 CA챔피언십에서 경기 중 3퍼트를 한 뒤 홀에 침을 뱉었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고, 그 모습에 팬들은 가르시아를 비난했다. ‘비매너 골퍼’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붙었다. 또 왜글(준비동작)을 많이 해 동료들에게 늑장 플레이를 하는 선수로 낙인 찍혔고, 2013년에는 우즈를 상대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비난을 샀다.

약혼자 앤젤라 애킨스와 포옹하며 기쁨을 나누는 가르시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말썽만 피우던 가르시아가 사랑에 빠지면서 달라졌다. 웨일스 출신으로 미국 골프채널의 리포터로 활동 중인 앤젤라 애킨스와 올 1월 약혼했다. 그동안 테니스 스타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와 다니엘라 한투코바(슬로바키아), 그렉 노먼의 딸 레이 등과 염문을 뿌려오다 애킨스를 만난 뒤 새 사람이 됐다.

사랑의 힘을 받은 가르시아는 메이저대회 74번째 도전 만에 마침내 생애 첫 메이저 우승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우승상금으로 198만달러(약 22억6000만원)까지 챙겨 기쁨은 배가됐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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