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의 야구學] 쇄국 패러다임 바꾸는 기폭제 ‘트레이드’

입력 2017-04-2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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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민식-SK 이홍구-한화 최재훈-두산 신성현(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한화 이글스

‘조범현의 야구學’ 두 번째 주제는 올 들어 유독 활발해진 트레이드 시장이다. 4월에만 벌써 10명 넘는 선수들이 유니폼을 갈아입을 만큼 어느 때보다 트레이드를 둘러싼 움직임이 뜨겁다. 최근 트레이드의 배경과 경향 그리고 방향성에 대해 야구기자 2년차 고봉준 기자가 묻고, 조범현 전 kt 감독이 답했다.


Q : 최근 KBO리그에 트레이드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소형부터 중·대형까지 규모도 다양합니다. 그 배경과 경향에 대해서 많은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A : 우선 그동안 KBO리그에선 왜 트레이드가 잘 이뤄지지 않았는지 살펴봐야합니다. 첫째 이유는 선수층이 얇았다는 점입니다. 8개 구단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트레이드로 내줄만한 선수들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팀들 대부분이 트레이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죠. 가뜩이나 유망주가 아까운 상황에서 트레이드로 내준 선수가 이적 후 우리 팀에 비수를 꽂을 수 있다는 염려가 컸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류가 최근 바뀌고 있습니다. 일단 10개 구단 체제가 안착되면서 풀(pool)이 굉장히 넓어졌어요. 내줄 수 있는 선수도 생겼고, 데려오고 싶은 선수도 늘어난 셈이죠. 여기에 선수출신 단장들이 득세하면서 구단 간 장벽이 많이 허물어졌습니다.


Q : 선수출신 단장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많은 이들이 ‘단장야구’가 트레이드에 미치는 영향을 궁금해 합니다. 트레이드는 어떻게 성사되고, 현장과 프런트는 각각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지닌다고 보면 될까요.

A :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트레이드는 현장에 있는 감독들이 주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감독은 스프링캠프 훈련을 진행하면서 취약 포지션을 파악한 뒤 다른 팀에서 데려올 만한 선수를 염두에 두지요. 여기서 감독들끼리 1차 대화가 오갑니다. 이후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한 층 더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시즌을 앞두고 시급히 보강해야할 부분이 드러나기 때문이죠. 다음 시점은 시즌 초반입니다. 부상선수가 생기거나 이탈전력이 나오면 트레이드 논의가 더욱 속도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감독보단 단장, 즉 프런트가 주도하는 트레이드가 많아졌습니다. 특히 서로 친분이 있는 선수출신 단장들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오가는 모습입니다. 물론 논의 과정에서 현장과 프런트의 갈등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현장은 즉각적인 보강을 원하는 반면, 프런트는 팀의 장기적 안목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죠. 구단별로 양측의 영향력에 따라 트레이드의 내용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SK 염경엽 단장-한화 박종훈 단장(오른쪽). 사진제공|SK 와이번스·한화 이글스



Q : 트레이드는 물밑 협상이 오간 뒤 깜짝발표로 세상 밖에 나옵니다. 그만큼 보안은 물론 협상의 기술도 중요해 보입니다.

A : 트레이드는 역시 보안이 생명입니다. 보통 트레이드는 단장과 감독, 운영팀장, 스카우트팀장 정도만 정보를 공유하죠. 여기서 스카우트팀장이 포함된 이유는 상대선수의 정보를 많이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카우트팀장의 경우 KBO리그에서 뛰는 선수 대부분을 어렸을 때부터 지켜본 베테랑들입니다. 선수의 기본정보는 물론 이력, 성향, 부상경력까지 세세하게 파악하고 있죠. 이 때문에 스카우트팀으로부터 중요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협상의 기술도 빼놓을 수 없죠. 자세히 설명할 순 없지만 갖고 싶은 선수를 슬쩍 언급하면 상대에서도 우리팀에서 데려가고 싶은 선수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탁구처럼 공수를 주고받으며 카드를 맞춰나가죠. 고도의 협상기술이 여기서 적용됩니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가 잘 맞아나가면 1대1 교환이 4대4로 확대되는 경우도 생기곤 합니다.


Q : 트레이드가 지닌 최대 효과는 무엇인가요.

A : 구단이 전력을 보강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거액을 들여 투자를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긴 시간을 들여 팀을 바꿔나가는 방법입니다. 전자는 프리에이전트(FA) 혹은 대형 외국인선수 영입, 후자는 신인 육성이 대표적인 사례겠지요. 그러나 트레이드는 돈과 시간을 절약한 채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책입니다. 여기에 팀은 물론 선수들에게 새로운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계기도 되고요. 최근엔 이러한 장점들이 드러나면서 트레이드 시장이 더욱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롯데 장시환-kt 오태곤(오른쪽).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스포츠코리아



Q : 한동안은 트레이드 열풍이 쉽게 그치지 않을 전망입니다. 앞으로 트레이드는 어떤 방향성을 갖고 나아가야할까요.

A : 무엇보다 구단들이 트레이드 실패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야합니다. 선수를 아끼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팀과 선수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트레이드는 필수입니다. 하나 더 주장하고 싶은 바는 이적 활성화가 트레이드에서 한 발 더 나아가야한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선진국형 이적제도를 도입해 구단과 선수 모두가 공존할 수 있도록 개선해나가는 방향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트레이드 열풍이 이를 위한 기폭제로 작용하기를 기대해봅니다.


정리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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