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다승왕 출신 마당쇠’ 장원삼, “더 이상 욕심낼 게 없다”

입력 2017-06-3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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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KBO리그의 ‘선발 3대장’ 중 1명으로 꼽힌 장원삼이지만 이제 삼성의 불펜투수로 보직이 바뀌었다. 그러나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투수에게 마운드란 특별한 곳이다. 9명의 선수가 한데 뒤엉키는 그라운드에서 유일하게 홀로 독립된 공간이 허락된 장소다. 흔히 우리는 ‘마운드에 올라 선 투수’라는 식의 표현으로 투수의 마운드 위 모습을 주목한다. 그러나 단순히 마운드 위 활약뿐만 아니라 그 독립된 공간을 향해 뛰어가는 과정까지 중요한 투수들이 있다. 바로 팀의 든든한 허리, 불펜진이다.

삼성 장원삼(34)은 최근 들어 마운드를 향한 발걸음이 유독 바빠진 투수다. 시즌 초 팀 5선발로 낙점되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으나, 최근에는 불펜으로 보직을 바꿔 사자군단의 허리를 지키고 있다.

프로 12년 차인 그는 마운드를 향해 뛰는 것보다 그 위에 서 있는 것이 더 익숙했던 투수다. 프로 데뷔 후 줄곧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116승을 거뒀다.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한 시즌이 7시즌이나 되고, 2012년에는 다승왕(17승)까지 차지하기도 했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불펜’이라는 새로운 보직을 부여 받은 그는 어색한 자리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최근 10경기서 3홀드 방어율 2.38의 성적을 남겨 팀 반등의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필승조 혹은 추격조 역할까지 맡으며 짧게는 1이닝, 길게는 3이닝 이상을 소화해 삼성의 새로운 ‘마당쇠’로 거듭났다. 쉴 틈 없이 마운드로 뛰어 올라가기 바쁜 이 베테랑 투수에게 새로운 보직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삼성 장원삼.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요즘 투수들 중 가장 바빠 보인다.

“그래 보이나.(웃음) 아무래도 불펜서 매일 대기하다보니 선발로 뛸 때와는 준비하는 과정이 다르다. 언제 경기에 나갈지 모르니까 항상 준비하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옷을 입었는데, 불편함은 없나.

“선발로 등판할 때는 몸을 길게 푸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니 준비를 빨리 마치려 한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지금은 몸이 조금씩 적응을 하는 모습이다.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한 지 한 달이나 흘렀다. 적응하고 나니 큰 불편함은 없다.”


-구체적으로 등판준비는 어떻게 하나.

“나는 지금 필승조, 추격조 두 가지 역할을 모두 맡고 있다. 생각보다 일찍 마운드에 오르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아예 몸을 1회부터 푼다. 등판할 조짐이 보이면 정현욱 코치님이 일찌감치 얘기를 해주신다. 상황에 맞춰 마운드에 올라갈 준비를 한다.”


-마운드에 올라가는 간격이 유독 짧다.

“코치님께서 관리를 해주시니 큰 문제는 없다. 투구수 30개를 넘기면 ‘내일은 하루 쉬겠지’라는 생각으로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한다. 불펜 보직을 맡은 뒤로는 완급조절을 한 적이 없다. 매 경기 전력을 다 한다. 그렇게 던져도 2일 연투정도는 큰 무리가 없다.”


-주로 무슨 생각을 하며 마운드에 오르나.

“사실 불펜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나도 매번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떨린다. 특히 긴박한 상황에서 올라가게 되면 선발로 던질 때보다 2~3배는 더 긴장이 된다.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무슨 공을 던질지 머리에 떠올리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마인드컨트롤이 역시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실점하지 않고 위기상황을 막으면 그만큼 짜릿할 수가 없다. 불펜투수만이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재미더라.”

삼성 장원삼.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시즌 시작은 선발이었다. 한 번 더 욕심을 낼 생각은 없나.

“선발로 뛰지 못하는 것은 내가 그만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내 위치에서 내 공을 던지는 것이 최우선이다.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내 모습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나한테 가장 중요하다.”


-기록적인 부분에서도 개인목표는 없나.

“전혀 없다. 나는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올림픽 우승을 다 해봤다. 개인기록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더 이상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욕심은 없다. 팀 1승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FA 재취득 또한 마찬가지인가(지난해 등록일수 부족으로 올해 FA 재취득 불가).

“비슷한 맥락이다. 나에게 기회가 한 번 더 온 것이라 생각한다. 안 좋은 모습으로 계약이 끝나길 원하지 않았다. 올해와 내년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 기회는 또다시 올 것이라 본다.”


-소속 팀 해체, 트레이드, FA 등 참 다사다난한 야구인생을 살았다.

“나만큼 ‘경험’이 많기가 쉽지 않다.(웃음) 특별히 마음고생을 한 적은 없다. 오히려 야구 안목을 키우는데 모두 소중한 자양분이 됐다. 덕분에 우승도 하고 대표팀도 간 것 아니겠나.”


-후배들이 가장 조언을 바라는 선배일 것 같다.

“특별히 말을 많이 해주는 스타일은 아니다. 우리 팀 투수들은 아직 젊다. 의욕은 모두 넘치지만 경험이 모자란 것이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 경험이 쌓이기 시작하면 모두 좋아질 자원들이다. 나는 그저 후배들이 1군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 줄 뿐이다. 그게 베테랑의 ‘말 없는 조언’ 아니겠나.”

광주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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