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윤성환이 말하는 베테랑 투수의 생존법

입력 2017-08-2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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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환은 삼성 마운드의 버팀목이다. 무너진 팀 마운드를 홀로 이끌다시피 올 시즌 역투를 거듭하고 있다. 5년 연속 10승을 목전에 두고 있기도 한 그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배짱을 바탕으로 세월을 거스르고 있다. 18일 수원 kt전에선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신고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투수 윤성환(36)은 25일 대구 SK전에서 6이닝 10안타 6실점의 부진한 피칭으로 시즌 9패째(9승)를 떠안았다. 방어율도 4.02에서 4.22로 크게 올랐다. 10승 문턱에서 분명 아쉬운 투구였다. 그럼에도 윤성환의 존재감은 결코 약화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부쩍 팀 마운드가 붕괴되고 있는 와중에도 꾸준히 홀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부상과 같은 돌발변수가 없는 한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는 시간문제다.

삼성 윤성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삼성 마운드의 외로운 별

삼성 마운드는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를 달성한 2014년까지만 해도 난공불락을 자랑했다. 그러나 2015년을 기점으로 철벽 불펜에 균열이 생기면서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는 팀 방어율 5.64로 10개 구단 중 8위에 그쳤다. 종착역이 얼마 남지 않은 올해는 아예 꼴찌로 전락했다. 시즌 10승이 가시권에 있는 투수 또한 윤성환 뿐이다. 올 시즌 149.1이닝을 던진 윤성환은 팀 내 최다투구이닝을 기록 중이기도 하다. 팀 내 2위가 113이닝의 우규민이다.

김한수(46) 감독은 그런 윤성환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드러냈다. 김 감독은 “(윤)성환이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 선수시절도 함께해서 잘 알지만, 스스로 정말 많은 노력을 한다. 오래도록 잘 던질 수 있는 비결이다. 본인의 장점인 제구력을 꾸준히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부터는 후배들에게 조언도 많이 건네고 있다. 올해는 따로 불러서 ‘후배들에게 좋은 멘토가 돼 달라’고 부탁했다”며 “고참들에게는 시간이 얼마 없다. 노력해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걸로 끝이다. 성환이는 그런 측면에서도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 윤성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심장으로 던지는’ 베테랑 투수

미국프로농구(NBA)의 대스타 앨런 아이버슨(42·은퇴)은 “농구는 신장(키)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비록 종목은 다르지만, 윤성환에게도 이 말이 잘 어울린다. 윤성환을 상징하는 단어 중 하나인 ‘제구력’의 원천을 ‘심장’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현욱(39) 투수코치는 “성환이는 마운드에 서면 ‘내가 최고다’라는 생각으로 던진다. ‘맞아도 괜찮다’는 배짱이 있다. 그래서 제구력도 통하는 것이다. 시속 140㎞가 안 되는 공으로 마운드를 지킬 수 있는 힘이다”고 평가했다. 정 코치는 또 “멘탈이 약하면 기술이 많아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반대로 기술은 좀 떨어져도 멘탈이 강하면 이길 수 있다. 성환이는 멘탈이 강하다”고 칭찬했다.

본인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윤성환은 “제구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꾸준히 많이 던져야 한다”며 “멘탈, 배짱이 중요한 것 같다. 내 공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면 원하는 곳으로 던질 수 없다”고 단언했다. 강한 근성은 구위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구속 못지않게 볼끝이 중요하다. 볼끝이 좋으면 구속이 떨어져도 타자와 상대할 수 있다. 나는 내 공을 믿고 던진다”고 밝혔다.

삼성 윤성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절친’ 후배와도 공유하는 자기관리법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체력도, 기량도 떨어진다. 그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은 지속적인 ‘관리’뿐이다. 운동과 음식(식단관리)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른 지름길은 없다. 윤성환은 “예전부터 운동과 음식에 신경을 썼다. 음식의 경우 탄수화물을 줄이는 대신 단백질과 과일을 많이 섭취한다.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이와도 가끔 통화하면 그런 얘기를 나눈다. 승환이는 과거 가리지 않고 먹는 편이었는데, 메이저리거들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이제는 내게도 ‘탄수화물이 주성분인 밥은 줄이고 단백질 위주로 먹으라’고 말한다”며 웃었다.

물론 이런 방법들은 지루하다. 포기하기 십상이다. 윤성환은 나름의 노하우를 찾았다. 그는 “구단에 트레이너가 여러 명 있어서 그 때 그 때 다른 분의 도움을 받아 운동한다. 그러면 지루하지 않다. 또 유투브 등을 통해 메이저리거들의 운동법을 보고 따라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신인 시절 일본 투수들이 캐치볼부터 전력을 다해 혼을 불어넣듯 진지하게 하는 것을 보면서 느낀 바가 많았다. 그 뒤로 나 역시 캐치볼부터 정성껏 한다”고 곁들였다.

팀 사정이 녹록치 않은 현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는 “팀이 어려워져서 부담감이 더 커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부담감이 아니라 책임감을 느낀다. FA(프리에이전트) 계약(4년 80억원·2014년 11월)을 하면서 구단과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한 만큼 잘 지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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